수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네 목욕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찜질방, 피부미용실, 헬스장 등 부대시설이 갖춰진 대형사우나 등살에 밀려나고 있으며, 고객감소와 물가상승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문을 닫고 있는 것.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지역 목욕탕 업소 수는 지난 2005년 기준 90곳에서 2010년 60곳으로 줄었고, 상호는 살아 있지만 경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영업을 포기한 업소도3곳에 이른다.
동네목욕탕이 사라지면서 노인과 노약자들은 목욕 한번 가기위해 버스 등 차량을 이용해 먼 거리까지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오후 전주 중화산동 S사우나. 이 곳에는 가족 및 연인들과 함께 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실내에는 히노끼탕, 마이크로 버블탕, 노천탕 등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김모씨(38)는 “목욕탕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을 가더라도 넓고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형사우나를 찾게 된다”며 “찜질방이 연인들 데이트코스에도 적합하다 보니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씨(43·여)도 “주부들은 평소 짬이 나면 친구나 이웃들과 종종 사우나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며“그러다 보니 식당, 헬스장, 피부미용실 등이갖춰진 대형 복합시설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대 완산구 남노송동 한 동네 목욕탕. 이 곳은 한눈에 봐도 한산한 모습으로 S사우나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목욕탕 주인은 “손님들이 대형 사우나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평일은 직원 하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고작이다”며 “하룻밤 지내고 나면 기름값 등이 올라가고 반대로 손님은 줄고 있어 문을 닫은 업소들이 부지기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동네 목욕탕이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면서 노인 등은 원거리를 가야 하는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송 모씨(78)는 “예전에 다녔던 목욕탕이 폐업하는 바람에 30여분을 걸어 다니고 있다”며 “불편함도 있지만 시간을 보낼 곳이 부족한 노인들이 추운 겨울, 동네 목욕탕에 삼삼오오 모여 친구도 사귀고 담소를 나눴던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전주지부 관계자는“대형복합시설에 치여 문을 닫는 소규모 업소들이 매년 늘고 있고, 남은 곳도 치솟는 물가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전주지역 목욕 이용료는 4,000~5,000원대로 치솟는 물가에 비하면 절대 비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장면 한 그릇 값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대부분 업소들은 이용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주시가 발행하는 장애인, 독고노인을 위한 경노 목욕권 예산이 2010년에는 4,300만원이었지만 2011년에는 그마저도 줄어 3,300만원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예산마저도 삭감돼, 지역 목욕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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