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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땅 내몽고 여행기
7/23 토 맑음
12시 40분 김해공항 국제선 2번 게이트 앞 두류 산악회 회원 34명
집결 완료. 신흥항공 강소장 미팅, 발권. 탑승 수속 후 면세구역 대기.
2시 40분발 북경행 대한항공 탑승. 휴가철이라 만석. 기내식으로 중식.
중국시각 4시 20분경 북경수도공항 B구역 도착. 짙은 안개.
2장으로 나뉜 비자에 따라 남녀로 구분하여 입국심사. 영어를 잘 못하는 듯한 세관원이 중국어로 호텔 전화번호를 물음. 일정표를 보고 일러주니 무사통과. 키가 작은 ‘황홍화’가이드 미팅. 그녀가 든 빨간 깃발을 따라 2층으로 이동. 청사 밖으로 나오니 여름 열기가 장난이 아님.
가방을 싣고 양따꺼가 모는 버스를 타고 저녁 먹으러 출발.
공항을 나서자마자 꽉 막힌 도로에서 30분 이상을 허비.
교통체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함.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북경시민들의 차량 구입 대수를 통제할 정도라고.
겉만 번지르르한 식당에 나누어 앉아 종이같은 삼겹살 몇 점과 콩나물 무침, 허술한 된장국으로 ‘한식 불고기 정식’ 저녁 식사.
그나마 기내식을 방금 먹고 왔기에 시장하지는 않음.
서커스를 보러 다시 출발. 주관 여행사인 중국 중신여행사 여부장이 나타나 오늘저녁 호화호특행 침대표를 다 구하지 못하였다고 알려옴.
난감하나 일행들과 의논하여 여성 전원과 나이든 순서로 방을 배정하여 4인1실로 주고 나머지는 6인실 침대칸에서 자기로 함.
부장이 미안하다며 고량주 두 병을 놓고 감.
조양구 단결호 인근의 조양극장 도착. 사람으로 들어찬 2층 구석자리에 두 줄로 앉음. 무대와 멀어서 공연이 제대로 보일까 걱정하였으나 연기자들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었음. 예전에 보던 내용과 같은 것도 있으나 대부분 새로운 연출. 음악, 조명, 의상이 내용과 잘 어우러진 수준급. 몇 달 전 이곳을 다녀간 총무의 말을 빌리면 프로그램이 그사이 또 바뀌었다고. 박수갈채 속에 1부가 끝나고 2부를 보려고 하니 가이드가 시간이 없다고 재촉을 하여 도중에 극장을 나옴. 타고 갈 열차의 6인실과 4인실이 거리가 있고 방이 흩어져 동행할 남자 가이드가 한 명 따라 나옴.
김군이라는 가이드는 키가 작고 야무지게 생긴 총각.
북경서역으로 가는 길은 예상 밖으로 잘 빠짐. 시장바닥처럼 사람과 차가 뒤엉킨 광장 앞에 내려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에스컬레이터로 2층 역사로 올라감. 여기에도 공항처럼 검색대가 놓이고 전기 몽둥이 같은 것으로 샅샅이 신체 구석구석을 살핌. 특히 지난번 내몽고 자치구에서 소수민족들의 유혈시위사태가 발생하여 경비가 삼엄함.
북경의 5역 가운데 가장 크고 대궐의 정문을 연상시키는 높다란 역사는 수 십개의 후차실(대합실)과 개찰구로 나뉘어져 있어 길을 모르면 헤매는 것은 기본인 듯. 각 후차실마다 피난민 같은 인파가 자기보다 큰 짐을 들고 가득 참. 황홍화가 앞에 서고 김군이 후미에 붙어 양떼를 몰 듯 여러 곳의 후차실과 복도, 계단을 거쳐 오늘 우리가 타고 갈 호화호특행 야간 침대열차 K89 개찰구에 이름. 넓은 실내에는 사람이 가득하고 자리가 없어 이곳저곳에 분산하여 앉아 열차를 기다림. 구내 매점에는 여러 가지 간식과 잡화를 파는데 구석에 있는 서점에 가서 내몽고 지도를 한 장 사들고 안주와 간식도 조금 삼.
이윽고 개찰이 시작되어 파도같은 중국 사람들 사이에 끼어 플랫폼까지 거의 떠밀려 내려와 자기 자리를 찾아 열차에 오름. 6인실은 둘로 나누어져 우리 일행은 상중하 침대에 자리잡고 짐을 정리하는데 옆 칸의 중국 젊은이들이 스스로 상황을 알아보고 자리를 바꾸어 줄 뿐 아니라 선반에 기어 올라가 짐도 정리하여 줌. 대학생이냐 물으니 체육학교 사격선수들이라고 함. 일행인 30대 후반 여인네는 우리 칸 제일 밑자리에서 동행. 도중에 여러 가지를 물어 성가시었으나 성격이 밝고 친절함.
북경 왕징에 집이 있는 황홍화는 3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내리고 10시 15분이 되니 열차가 정확히 출발. 이 열차는 북경에서 호화호특으로 곧장 가지 않고 철로가 인가를 따라 굽은 까닭에 북서로 장가구를 거쳐 다시 남서쪽의 대동을 지난 다음 북행하여 집녕시를 통과한 후 서행하여 호화호특으로 돌아감. 열차 밖은 어둡고 잠은 오지 않아 미리 준비한 맥주와 소주 고량주 등을 놓고 술추렴을 하는데 안주가 시원찮고 자리가 협소하여 마땅하지 않음. 지나다니는 열차 행상에게 산 과일도 맛이 없고 깎을 도구가 없어 구석에 밀어 두고 가이드와 회원들 상황을 한 바퀴 돌아 본 뒤 돌아 오니 젊은 여승무원이 소등을 함.
7/24 일 맑음
좁은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쉬 들지 않아 뒤척이다가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열차는 그 사이 집녕역에 도착. 속도를 천천히 줄이지 않고 급 브레이크를 밟는지 정차할 때마다 요동이 심함. 다른 일행도 하나 둘 눈을 뜨고 여명이 밝아 커텐을 열고 밖을 봄. 나무 한 포기 제대로 없는 민둥산과 언덕이 끝없이 나타나고 골짜기 아래에 이따금 옥수수, 메밀, 감자 등속을 심은 밭과 포플러, 수양버들, 호양나무들이 가뭄에 콩나듯 띄엄띄엄 서 있음. 흙벽돌로 지은 초라한 가옥에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이고 담벼락에는 각종 구호와 표어들이 커다랗게 쓰여 있음.
가로수 아래로 양떼가 지나는 모습과 마소와 나귀도 보임.
바퀴가 수 십개 달린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트럭들이 철광석인지 석탄인지 검은 가루들을 가득 싣고 꼬리를 물고 달리고 광석을 실은 화물차가 연락부절로 지나감.
이윽고 호화호특 동역에 잠시 머문 기차가 종점에 도착.
개미떼 같은 사람들과 개찰구를 나오니 깃발을 든 우리 가이드 ‘권 란’이 마중. 김군과 같은 연변 출신이며 친한 사이라고.
비가 와서 축축한 광장에는 버스, 택시, 자가용들이 마구잡이로 엉켜 있고 버스들 사이로 인파가 몰려다니는 모습이 여느 중국 대도시와 같음.
거리의 간판은 간체 위에 세로로 쓴 지네같은 몽골어가 병기 되어 있음.
복잡한 거리를 벗어나 몽달빈관(蒙達賓館) 여신찬음(女神餐飮)식당에 도착.
이름만 호텔 뷔페지 시설이 엉성하고 여신은 커녕 음식은 더욱 부실함.
모두들 시장기만 지우고 첫 코스 대소사로 감.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미나렛 첨탑들이 우뚝우뚝 솟은 회교사원들의 둥근 지붕이 자주 보이고 달리는 자동차들은 고급외제차가 많은데 가이드의 말로는 내몽고에서 가장 부자 동네는 포두시로 운전을 못하는 사람도 집 앞에 과시용으로 비싼 차들을 사서 주차해 둘 정도로 돈이 많다고 하며 성도인 호화호특시도 그에 못지않다고 함.
자금성을 연상시키는 붉은 벽에 황금빛 기와를 인 가람이 즐비한 대소사 광장에 도착.
주위는 상가와 음식점들로 터가 너르고 높고 큰 기와집들이 가득함.
대소사는 라마교사원으로 호화호특 불교신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함.
대웅전 현판에는 대소사 대신에 옛 이름 ‘무량사’가 적혀 있었음.
은불과 용조각, 3대를 이어오는 고목의 그루터기 등을 돌아보고 목숨 수(壽)자가 100개 적혀 있는 비석을 둘러보고 나오니 가이드가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라고 자유 시간을 30분 주었음.
청대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골목은 우리네 인사동과 비슷하여 골동품과 민예품을 파는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보기에 조잡하고 진품으로 보이는 것은 드물었음.
유목민들이 먹는 우유과자와 요구르트, 연두색 참외 등 먹을 것을 파는 행상도 있고 독한 술이 담긴 가죽 주머니에 젓가락과 술잔까지 달린 공예품과 모자, 목걸이도 나와 있고 나무판에 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음.
특별히 살 것도 없고 흥미를 끄는 물건도 없어서 모두들 일찍 돌아와 그늘에 자리를 잡고 다리를 쉬었음.
다음 코스로 오탑사를 보러 출발.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원형 아치가 둥글게 세워져 있는데 국가 명승 풍경구 오탑사 글자가 떨어져 너덜너덜함.
별로 볼 것도 없는 이 절의 입장료가 35원으로 중국 현지 물가에 비하면 매우 비싼 편.
자국민에게는 호화호특 시민, 장애자, 경노자 등 각종 할인을 해주면서 외국인인 우리는 적용해 주지 않아 바가지를 쓰는 기분.
우리네 절과 대동소이한 건물과 벽화는 그냥 지나치고 오탑사 본 건물 앞에 도착.
왼편에 쇠로 높은 터널을 만들고 수세미와 박을 키우는데 길쭉하게 자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서 볼만한데다 그늘이라 본당보다 더 인기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임.
대웅전 속 좁은 계단은 한 사람이 숙여서 겨우 다닐만한 좁은 통로라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할 방법이 없었음.
다섯 개의 탑에는 1,500개가 넘는 불상이 조각되어 있고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스트어, 티벳어, 몽골어까지 조각되어 있음.
그러나 문화혁명의 손길을 피하지 못하여 곳곳에 상처가 나고 빈곳마다 빼곡이 낙서가 되어 있으며 코와 귀가 떨어진 불상도 보여 안타까움.
지금은 모두 통유리로 덮어 놓았음.
옥상에서 호화호특 시내를 굽어보니 시내의 빌딩 뒤편 남쪽으로 음산산맥 줄기 대청산 외에는 사방이 탁 트인 평원이라 속이 시원하였으나 강줄기는 보이지 않았음.
오탑사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회교 거리는 차창 관광을 하였음. 자치구의 성도 답게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한창 공사 중인 아파트도 자주 보임.
왕기교자루(王記餃子樓)식당에 도착하여 일행이 많아 4테이블로 나누어 앉음. 이름과 달리 만두는 한 접시 밖에 나오지 않음.
맥주를 시켜 마시는데 한 여름임에도 그다지 시원하지 않고 맥주잔을 달라니까 사기로 만든 찻잔 같은 것을 갖다 주며 ‘지우뻬이 메이요-술잔 없어요’라고 하였음. 그럼 맥주를 팔지 말든지! 하는 수 없이 찻잔에 부은 맥주를 들고 건배를 함.
점심을 먹고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면서 왕소군묘를 향하여 출발함.
입구에서 문표를 끊고 동물들의 석상이 도열한 길을 지나 흉노 박물관을 구경함. 스키타이족의 영향을 받은 듯 철기와 황금으로 된 유물이 많음.
우리 가이드는 왕소군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지 못하여 그녀가 후궁으로 있다가 몽골로 끌려갔다고.....-궁녀 신분으로 흉노왕에게 시집갔는데-
폭염 속에 왕소군 석상과 비석을 구경하고 무덤 위로 올라감.
계단이 불규칙하고 보폭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군데군데 허물어져 걷기에 매우 불편함. 무덤 정상에는 조잡한 기념품과 장식품을 파는 행상들이 있고 조그만 비석이 있음.
사방이 탁 트이고 너른 평원과 멀리 음산산맥 줄기 대청산이 보임.
반대편으로 내려와 박물관 맞은 편의 왕소군 고가를 구경함.
2 천년전 한나라시대에 살았던 왕소군의 옛집 가구와 농기구들이 청말 무렵의 도구라 황당함.
다시 시내로 나와 호화호특박물관으로.
외양이 웅장하고 최신식으로 지어진 특이한 건물.
태만한 우리 가이드는 집합시각만 알려줌.
삼삼오오 무리지어 들어가니 관람순서 안내는 물론 바닥에 화살표시도 없음. 순서없이 되는대로 돌아다니며 구경.
이름은 내몽고 박물관이지만 중국 역사관 느낌.
3층으로 전시된 내부를 거의 구경하고 하이라이트인 ‘공룡’박물관을 찾지 못하여 안내원, 청소부 등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으니 2층으로 가라함. 2층 구석에는 과연 세계 제1의 공룡화석 박물관답게 커다란 공룡의 화석을 조립하여 여러 군데 세우고 전시방법도 최신기법임.
2시간에 걸친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부실한 설명으로 공룡을 보지 못한 팀이 있어 잠시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으러 감.
큰 길을 벗어나 뒷골목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조그만 식당입구로 들어가라고 함.
입구는 작으나 내부는 의외로 넓어 키 큰 의자가 놓인 식탁에 8 명씩 앉음. 개인용 전기 화덕에 남비를 올리니 금방 국물이 끓음.
밀수레에 올려져 나온 쇠고기와 양고기 두부, 버섯, 야채를 안주로 한 잔 씩 걸치고 호텔로 향함.
오티(奧體)반점은 이름 그대로 올림픽호텔인데 고층에 홀도 넓었으나 지은 지 오래되어 조금 낡음.
친구와 방을 배정받아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함.
한 잔하기로 약속한 20명 남짓 홀에 모인 인원을 가이드와 같이 길을 건너 식당골목으로 감.
입구부터 양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 서너군데 가게를 거쳐 맞춤한 곳에 자리잡고 앉음.
사람 수가 많아 테이블을 붙인다, 의자를 가져온다 한 동안 부산을 떤 후에 양꼬지, 양심줄, 양고환등을 시키고 막내 천사장이 사온 과일을 안주로 맥주를 들고 건배.
한동안 떠들다가 대부분 돌아가고 8명이 남아 맞은편 가게 2층으로 올라감.
늙은 주인내외가 안내한 방은 벽사이로 에어컨을 반으로 나눈 밀실.
양고기와 맥주를 다시 시켰는데 고기가 아까보다 맛있음.
12시가 넘어서 돌아와 바로 쓰러져 잠.
7/25 월 맑음
가방을 챙기고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음.
방키를 반납하고 시라무런 초원으로. 호화호특시내를 벗어나니 곧바로 고갯길이 나옴. 입구에서 교통경찰이 발행하는 통행증을 끊음.
편도2차선 도로는 버스, 승용차, 짐차들이 줄을 이어 느릿느릿 움직임.
이것도 고속도로라 요금소가 있고 적지 않은 돈을 징수함.
한 시간 쯤 지나 무천 武川 어름의 주유소 겸 휴게소에서 휴식.
휴게소라지만 의자 하나 없고 언덕 아래 화장실만 달랑 지어 놓았는데 불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음.
무천을 벗어나 사자왕기 四子王旗 현 지경으로 들어서니 사방이 탁 트이며 일망무제 푸른 초원들이 끝없이 펼쳐짐.
곳곳에 관광객용인 듯한 겔을 지어 놓고 깃발이 펄럭이며 사람을 태운 말떼들이 지나다님.
우리 차는 여러 언덕을 넘어 풍력발전소가 보이는 곳까지 와서야 길을 잘못 들었음을 깨닫고 기사가 휴대폰으로 한참을 떠들더니 온 길을 되돌아 ‘대안호 大雁湖’라고 쓰인 곳에 멈춤.
차에서 내리니 가이드가 오는 길에 가르친 대로 몽골인들이 목에 천을 걸어주며 환영의 노래를 부름.
독한 술을 받아 하늘과 땅에 뿌리고 코끝을 적신 다음 건배함.
겔 옆으로 중국 명주 ‘분주’를 선전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우리 안에는 수십마리의 마필과 흰 낙타가 꿇어앉았음.
각자 겔을 배정받고 짐을 푸는데 철심에 유리를 단 내부는 모양만 겔이지 엉성하고 화장실 변기에는 물기가 없음.
조금 쉬다가 왼쪽 비좁은 식당에 다른 중국인 팀과 둘러 앉음.
날라다 오는 점심을 먹고 맥주를 시키니 술잔이라고는 사기 찻잔을 주는게 어제와 같음.
유목민들이 나와서 전통음악 흐미를 부르고 귀에 익은 ‘칭짱고원에서’를 연주하였음.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너무 더워서 입구의 가게에서 홍차를 한 병 사먹으며 주인에게 물으니 지금은 날씨가 흐리지만 밤에는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함.
잠시 후 가이드가 나와 말을 배정하는데 사람이 서른이 넘고 마부가 5명에 가이드 둘까지 포함되어 마필이 총 41 마리 동원됨.
가이드 김군은 북경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여 우리와 일정을 같이 함.
처음 타는 사람들도 별 어려움이 없이 타도록 말들이 훈련되었으나 바싹 붙어 코를 비비고 갈기를 터는 바람에 여자들은 질색을 하였음.
도로를 건너고 언덕을 지나니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이 멋지게 어울림.
풀밭에는 제비꽃, 각시붓꽃, 씀바귀, 구절초 등 키 작은 꽃들이 봄처럼 피었고 말굽소리에 놀란 풀무치, 콩중이, 철석이 등이 흰 날개를 퍼덕이며 이리저리 날았음.
1시간쯤 지나 유목민 파오 앞에서 내려 우유과자와 말젖으로 만든 차를 얻어 마시고 나와 다시 말을 타고 오보산으로.
오보산은 우리의 서낭당 같은 돌무더기인데 내리지 않고 말을 탄 채 두 바퀴를 돔.
돌아오는 말들의 배를 차고 엉덩이를 때려도 내쳐 걷기만 함.
숙소 1 km 전방에서 내가 탄 말이 갑자기 달리더니 선두그룹을 따라감.
말에서 내려 그늘에서 쉬면서 유목민들의 ‘쇼’를 지켜 봄.
두 사람이 풀밭에서 씨름을 하는데 도무지 싱거워서 재미가 없고 말 여러 필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더니 연출이 모두 끝났다고 함.
숙소에서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감.
총무가 2 만원씩을 갹출하고 회사에서 기차표 차액으로 양을 한 마리 따로 제공하여 두 마리 양을 잡음.
우리 팀에서 왕과 왕비 2쌍이, 중국 팀에서 1쌍이 뽑힘.
연장자인 주박사 내외가 극구 사양하여 제일 젊은 한 쌍과 권영현 회장 내외로 정하였는데 복장이 화려할 분 아니라 의식이 제법 절차가 있어 볼만함. 건배와 노래가 여러 차례 끝나고 배식을 하는데 큰 소쿠리에 고기가 가득 나옴. 모두들 실컷 먹고도 남는 양.
유목민들이 노래를 시키는데 한곡에 30 위안씩 받음.
중국인들이 노래를 부른 후 우리도 리듬만 맞춘 반주에 몇 곡 부르니 남은 중국인들이 적극 호응.
식사를 마치고 광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아까 공연했던 유목민들이 나와 춤과 노래를 다시 보여줌.
별 흥미가 없어 친구와 함께 잠시 쉬었다가 하늘을 보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벗겨지고 별들이 하나 둘 나타남.
이 때 갑자기 정전이 됨.
여자 동기들을 불러서 겔 뒤편 풀밭에서 별들을 바라 봄.
은하수가 가운데 흐르고 북두칠성, 북극성, 오리온, 카시오페아, 전갈 등 낯익은 별자리가 한 눈에 들어오며 찬란하고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림. 새벽에 일어나 다시 보기로 하고 들어와 눕는데 다시 일행들이 모여 시끄러움. 가이드까지 동행하여 풀밭으로.
차에 있는 기사를 만나 버스를 타자니까 술을 먹어서 안된다고 함.
도로 건너 풀밭에 누워 별을 보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별 노래들이 이어짐. 한참을 보다가 숙소로 와서 취침.
7/26 화 맑음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다시 잔뜩 낀 하늘에 쌍무지개가 뜸.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출도 보았다고.....
겔 식당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쿠부치 사막으로.
코스는 온 길을 되짚어 호화호특 시내로 다시 나와 고속도로를 탐.
이번 도로는 그런대로 반듯하고 통행량이 적어 버스가 속도를 내어 잘 달림. 오른쪽으로는 대청산 줄기가 기묘한 모습으로 줄레줄레 따라 오고 왼쪽은 평원인데 옥수수, 감자가 자라고 있음.
옥수수밭 가운데로 대형무개트럭이 줄을 지었는데 그 수가 수 백을 넘도록 끊어지지 않음.
트럭이 선 곳에 석탄 집하장이 있고 무더기로 쌓인 검은 석탄이 산을 이룸. 멀리 산허리가 벗겨진 곳은 철광이라고 함. 정말 무진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자원이 있고 특히 세계적 희귀품이 된 희토류의 90%가 이곳 내몽고 지역에서 난다고 함.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마이크를 돌려 재담을 나눔.
토묵특좌기(土默特左旗)인근의 휴게소에 잠시 들러 보니 화장실도 수준급이고 한 구석에 과일을 파는데 조그만 자두와 살구, 옥수수 삶은 것이 있으나 값이 시중에 비해 매우 비쌈.
출발한지 3 시간이 지나 포두시 북쪽 고비사막의 동쪽 끝자락 쿠부치 사막에 접어 듬.
유명 사막 입구치고는 도로가 너무 열악함.
온통 패이고 비포장이어서 버스가 불불 기는데 반대편에서 쉬임없이 관광버스들이 나타남.
이윽고 커다랗고 둥근 천막이 언덕 위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림. 여기서도 유목민들이 노래를 불러 환영함.
몇 백명이 한 번에 들 만한 큰 식당의 홀은 무대와 악기가 놓였는데 식사할 동안 귀가 송신할만큼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줌.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사막입구에 가니 야전 천막 같은 걸 쳐 놓고 모래 버선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음.
가이드가 어젯밤 양고기 값에서 이득이 많았는지 버선값을 서비스한다고 하여 모두들 주황색 장화처럼 생긴 버선을 무릎까지 신고 끈을 묶음.
모래밭에는 고물 트럭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초록색 상륙정 같은 모래전용 차량들이 섰는데 상판의 의자는 폭염에 달구어져 찜질방이 됨.
기사가 둘씩이나 타서 늘어진 전선 두 가닥을 맞붙여 시동을 거니 요란한 소리가 탱크를 방불하게 하며 출발함.
굴곡진 모래 언덕을 이리 저리 흔들려 가며 사막 가운데로 향함.
도중에 롤러코스터 같은 코스가 나오기도.
사막 주변에 ‘한중 황사방지 나무심기’ 팻말이 보이고 버드나무를 줄지어 심어놓은 곳이 보임.
이놈들이 잘 자라서 황사를 조금이라도 막아주어야 할 텐데.
10 여분을 달려 어느 모래 언덕에 내려주는데 사방이 광활한 모래사막이었음.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가운데 낙타들이 여러 마리 꿇어 앉아있고 천막을 친 곳에 중국인 견마잡이들이 보임.
낙타는 실크로드에서 탄 것과 달리 외관이 깨끗함.
8 명씩 조를 짜서 맨 뒤에 섰는데 거꾸로 태워서 맨 앞이 됨.
발을 끼우는 겸자가 있으나 너무 짧아 오히려 불편함.
웃통을 벗어제낀 시커먼 사내가 고삐를 잡고 낙타 떼를 이끔.
따로 손잡이를 설치하지 않아 모두들 낙타 혹을 붙잡고 흔들리며 타고감. 도중에 가시 돋친 낙타풀이 보이는데 놈들이 긴 혓바닥으로 능숙하게 말아 먹음.
20 여분 언덕을 돌아 낙타에서 내려 잠시 휴식.
생수의 온도를 낮추려고 모래에 파묻은 그늘에서 모래를 만져 보니 부드러운 감촉이 밀가루 같음.
천막 위의 언덕에 오르니 모래썰매 타는 곳.
급경사에 두 갈래로 나뉜 길이 보이고 썰매는 철제로 무거움.
차례로 한 사람씩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순식간이라 미쳐 재미를 느낄 수 없음. 어떤 눈치 빠른 일행은 두 번씩이나 탔다고.
다시 사막 전용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옴.
천막에서는 사진 뽑기가 한창인데 속도가 느리고 잉크가 떨어져 기다리기에 지침.
호화호특시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는 모두들 피곤에 못 이겨 대부분 취침 상태.
내몽고에서 마지막 저녁을 북한식당에서 먹었는데 이전의 조잡한 식당과
‘반갑습니다’를 합창하던 식이 아니고 시내 중심가의 5성급 호화호텔의 3층에 자리잡은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의 고급 시설 ‘평양 설경관’임.
한복을 입은 종업원이 우리 말로 서빙을 하고 병맥주가 회전 초밥집같은 선반 위에서 빙빙 도는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음.
우리 일행 외에 중국인들도 다수 있음. 맥주 값을 물으니 물경 25 원!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으로 식사를 마칠 즈음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됨. 도라지 등 우리 가요 외에 첨밀밀 등 중국 가요도 연주함.
비싼 맥주를 제공한 일행이 있어서 한 잔씩 하며 감상.
공연 마무리 즈음에 식당을 나와 공항으로!
루이 분수쇼는 차창 관광을.
공항에 가기 전 기차표를 간신히 구한 김군이 먼저 인사를 하고 떠나고 게으른 가이드 권 란과도 작별.
탑승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에서 대기.
서점에서 중국지도책과 내몽고 동부지역 지도를 삼.
서부지역 지도는 다 팔렸다고.
이윽고 시간이 되어 북경행 국제항공 여객기에 탑승.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도 꼼짝 않던 비행기는 30 여 분을 그대로 대기.
승무원들과 기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수시로 회합을 갖는 모습.
무언가 불길한 조짐.
그런데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음.
중국인은 성격이 만만디라 그렇다치고 한국인은 중국어를 모르니 물을 수도 없음. 지나는 승무원에게 물으니 지금 북경에서는 호우가 쏟아지고 천둥 벽력이 친다고. 일행들에게 지연 이유를 알림.
그래서 북경행 항공기가 모두 올 스톱!
언제 해제될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림.
2시간이 넘도록 잡아 두더니 모두 내리라는 기내방송!
지연이면 다행이지만 운항 취소가 되면 당장 오늘 숙소와 내일 일정이 걱정되어 북경과 호화호특 가이드에게 비상대기 하라고 일러둠.
탑승구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던 중 1시간 여 만에 다행히 재탑승 안내방송이 나옴.
빠진 사람이 없나 챙겨서 모두들 무사히 탑승.
날씨가 좋은 호화호특 백탑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드디어 항공기가 이륙!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구름으로 덮힌 창밖을 보고 있자니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배부.
은박지로 싼 것은 고기조각이 아니라 아무 맛이 없고 뜨겁고 단단한 중국 빵떡. 음료수는 작은 맹물 한 병.
북경수도공항은 활주로가 온통 물바다이고 한 밤중인데도 이착륙하는 비행기들로 북새통. 짐을 찾아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가이드 황홍화를 미팅. 공항 인근의 ‘북경은풍대기상무주점’ 호텔에 도착.
호텔이 깨끗하고 비품이 잘 갖추어 진 쾌적한 환경.
비즈니스호텔이나 시설은 준5성급. 그러나 우리는 5시간도 쓰지 못함.
서둘러 방배정을 하고 간단히 씻고 잠.
7/27 수 맑음
8시까지 식사를 마치라고 일렀건만 한 팀은 끝내 말썽.
부족한 잠에 간단한 뷔페식으로 식사를 한 후 방 키를 반납하고 호텔을 나옴. 첫날 보았던 양따꺼가 담배를 물고 짐을 실어줌.
오늘의 관광코스는 북경 교외 경안시의 용경협.
순환로 초입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
예정시간에 도착할지 걱정. 다행히 외곽도로는 소통이 원활.
모두들 피곤하여 잠깐씩 눈을 붙이다 가이드에게 미리 부탁해 놓았던 복숭아와 자두를 후식으로 먹고 차창으로 만리장성 거용관, 수관, 팔달령을 구경함. 처음 보는 이도 있어 부연 설명.
사람들이 새까맣게 무리를 지어 오름.
팔달령 구간은 아침부터 차가 밀려 공안들이 노선버스를 우회하도록 지시. 화가 난 양따꺼가 뭐라고 욕을 해 대며 시골길을 돌아 나옴.
경안시내 도로는 한산한 편. 멀리 용경협이 보이기 시작함.
가이드가 시간을 줄이려고 우리가 탄 버스가 바로 들어가도록 여러 군데 통화를 하였으나 실패.
결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변을 본 후 빵차를 타고 입구로.
이때서야 단체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은 것을 깨닫고 용 꼬리 앞 계단에서 촬영.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용경협 댐 입구에서 내려 유람선에 오름.
기암괴석과 푸른 물이 넘실대는 호수는 기막힌 풍광을 연출.
봉관도, 신필봉, 소계림, 진산여래, 종산, 부벽산, 천주봉, 석웅도애 등 절경을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듣고 봄.
공중 까마득히 매단 줄 위로 오토바이를 타고 밑에 매달린 사람이 공중제비를 도는 것도 구경함.
우리들의 박수소리에 재인이 손을 들어 화답.
월량만에서 중국사람 몇이 내리고 나니 배에 남은 건 우리 일행 뿐.
삼차하, 작교석을 거쳐 원점으로 회귀.
봅슬레이를 타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없어 생략하고 경안시 근교의 ‘사유우의상점’ 식당에 도착.
넓은 홀이 관광매장과 식당으로 수 백명이 한 번에 식사를 할 만큼 큰 규모. 대형 음식점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 요리가 우리 입에 잘 맞음.
나오는 길에 상점에 들러 머리가 가려울 때 쓴다는 우산살처럼 생긴 물건을 하나 1000 원에 삼.
점심을 먹고 북경 시내로 들어와 발마사지를 받음.
가게에 들르기 전 가이드가 부른 농산물 장수가 트럭을 몰고와 참깨, 검은 콩, 목이버섯 등을 팜.
나도 목이버섯 한 상자를 15,000 원 주고 하나 구입.
족욕집은 이층.
이곳도 홀이 넓어 우리 일행이 모두 누워도 자리가 남음.
남자는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서비스하던 것과 달리 대부분 총각들이고 몇몇은 여종업원들이 한 사람씩 맡아 마사지를 시작함.
앳되 보이는 총각에게 나이를 물으니 22 살이라고 함.
잠시 후 키가 작고 뚱뚱한 중국사장이 들어오더니 유창한 우리 말로 각질을 벗기고 티눈을 떼어내라고 선전함.
물론 추가 요금이 있고 전문 의사(?)가 5분 내로 처치하여 준다고 함.
각질 있는 사람 손 들어라고 하니 거의 모두 거수.
각질을 제거해야 만병통치 무병장수 한다고......
그 말에 속았는지 몇 사람은 시술을 받기도.
마사지가 끝나고 팁으로 2,000 원씩 챙겨 주고 공항으로.
짐을 부치고 수속을 마친 후 면세구역에서 휴식.
대한항공 우리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 고도를 잡자 사무장이 인솔자를 찾음. 중국측 직원의 실수로 밥 28명분을 모자라게 실어 협조해 달라고.
다른 승객들은 모두 개인 여행이고 우리가 숫자도 많고 나이도 지긋한 편이라며 도움을 요청.
나중에 보상하겠으며 식사 외 다른 과일이나 맥주, 음료는 제공하겠다고 함. 일행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의사를 물으니 모두들 흔쾌히 승낙.
잠시후 기내식이 나오는데 우리에게도 모두 제공.
알고 보니 기내식 중 ‘밥’ 부분만 없는 것임.
빵과 고기, 맥주와 음료만으로도 식사는 충분.
모두들 희희낙락하며 즐거운(?)식사.
회사측과 통화를 마친 사무장이 대한항공 이용권 2만원씩 보상하겠다고 함. 우리는 이용권 대신 택시라도 타고 가게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
난색을 표하던 승무원이 다시 협의할 테니 출국 심사후 짐 찾는 곳에서 대기하라고 약속함.
무사히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다른 승객들은 모두 가고 우리만 남음.
승무원 전원과 사무장, 공항 측 관계자 여러 명이 정중히 사과하고 현금 대신 이용권 5만원씩을 제공.
모두들 좋다고 받아들고 둥글게 모여 여행이 무사히 끝났음을 박수로 환호. 늦은 시각이라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직행.
우리가 없는 동안 서울과 부산에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고.
34 명의 대인원이 잘 협조해 주어 감사.
모두들 즐겁고 추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으면.
2011. 7. 28 두류산악회 내몽고 여행단 인솔 책임 김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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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