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材 가구로 꾸민 예쁜집 |
나무와 흙을 이어 만든 전통 한옥들이 도시화에 밀려 하나, 둘 허물어지면서 여기서 나온 고재들이 주목받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손때 묻어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드러나고 천연 광택을 지닌 나무의 질감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웰빙, 내추럴 무드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또한 서양 가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낯익은 나무의 짜임은 물론 못이나 페인트 없이 나무만으로 짜맞춤한 제작한 가구라는 점도 고재 가구의 매력이다. |
좋은 '고재 가구' 고르는 요령 고재의 생명은 나무다. 무턱대고 오래된 나무를 좋은 고재로 치진 않는다. 나무의 종류, 생산된 지역, 어떤 집에 사용된 나무인가 등이 고재 가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 나라 한옥 목재 중 80~90%는 소나무이고, 소나무 중에서도 춘향목을 최고로 친다. 옛날에는 경북 봉화 춘향면에서 좋은 소나무를 모아 전국으로 보냈는데 이곳에 모인 나무를 ‘춘향목’이라고 불렀다. 또한 양반가의 한옥에 사용되었는지, 가난한 집에 사용된 나무인지도 고재의 판단 기준이 된다. 돈이 많은 집에서는 좋은 나무를 엄선해 솜씨 좋은 목수가 견고하게 집을 지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나무의 변형이 적다. 반면 일반 한옥에 사용된 나무는 좀이 슬거나 나무가 심하게 뒤틀린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흠집이 많은 나무는 ‘좋은 고재’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눈으로 보아서는 좋은 고재를 고를 수 없으므로 ‘어떤 나무인지’, ‘어느 지방에서 뜯어낸 고재인지’를 물어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재 가구의 종류 고재 가구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오래된 한옥에서 뜯어낸 우리 고재를 사용해 만든 가구, 중국 고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제작한 가구, 새 목재를 불에 그을리고 말리기를 반복해 고재의 느낌을 낸 가구이다. 물론 한옥에서 뜯어낸 우리 고재를 이용한 것이 가장 고급 제품. 현재 예나무, 예가, 소담에서 판매하는 가구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옥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고재가 부족하게 되면서 중국에서 수입한 고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와 같은 수종의 느릅나무이지만 중국 집에 사용되었던 만큼 질감이나 색감에 차이가 있다. 반포 나뚜라에서 판매하는 가구들 중 일부는 중국 고재를 이용한 것들도 있다. 가격은 우리 나라 고재 가구에 비해 10~20% 저렴한 편. 마지막으로 새 나무를 고재처럼 가공한 것은 주로 장한평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새 나무를 가공했기 때문에 가격은 고재 가구에 비해 40% 정도 저렴하지만 가끔 오리지널 고재 가구로 속여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가구는 뒤집어 밑면의 질감과 색감을 상판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떻게 인테리어 할까? 고재 가구는 기본적으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아파트보다는 주택에 놓는 것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크기 조절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아파트에 맞게 맞춤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 고재 가구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대청마루의 짜임을 그대로 살린 거실 테이블이다. 화이트 모던 소파는 물론 서양 앤티크와도 잘 어울린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아이템은 식탁이다. 서양 앤티크나 미국 클래식 가구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오래된 느낌을 낼 수 있고, 물이나 흠집에도 강하다. 고재 가구의 1세대 예나무 대표, 손건우 씨네 ‘걸레 스님’으로 알려진 중광 스님의 양아들인 손건우 씨. 미술학도였던 시절, 중광 스님께 하나씩 선물 받곤 했던 옛 물건에 매료되어 한옥과 우리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을 다니면서 한옥을 몇 채 구입했고, 여기서 나온 고재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 지금은 고재 가구를 제작하는 예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한옥을 허문다”는 소식을 들으면 새벽에라도 달려가 고재와 옛 소품들을 수집해 올 정도로 관심이 대단하다. 사진은 용인에 있는 손건우 씨의 50평대 아파트. 두 부부가 사는 넓은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거실 테이블은 물론 벤치로 쓰고 있는 마루, 베란다 화분을 올려둔 테이블, 식탁 모두 고재 가구. 덩치가 크고 색깔이 진한 고재 가구를 여러 점 들여놓는 대신 거실장이나 소파 같은 대형 가구를 생략해 공간과 여백을 많이 두었다. 때문에 가구가 전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거실과 베란다 창에는 커튼 대신 색감이 화사한 모시 천을 늘어뜨려 집 안 분위기가 어두워 보이지 않게 연출했다. 1 디자인의 의자를 매치한 6인용 식탁 주방과 분리되어 있는 식탁 공간에 6인용 식탁을 길게 두었다. 원래는 한옥의 대문에 쓰였던 나무에 다리를 달아 심플하게 디자인한 식탁. 어두운 색의 식탁이 단조로워 보이지 않도록 식탁 의자로 변화를 주었다. 1인용·2인용 스툴형 의자와 등받이가 있는 고재 의자를 두고, 베란다 쪽에는 예전에 쓰던 서양식 식탁 의자를 매치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의자지만 통일감 있는 색깔로 변화 있는 분위기를 낸다. 식탁, 의자 모두 예나무 제품. 2 대청마루로 만든 거실 테이블 한옥의 툇마루 온판(따로 짜맞추지 않고, 원래 대청마루판 그대로를 뜯어낸 것)에 다리를 달아 만든 테이블. 다리 길이만 바꾸면 거실 테이블, 베드벤치, 장식용 선반으로 쓰임새가 달라진다. 손건우 씨네는 대청마루의 온판에 소파 높이의 다리를 달아 베드벤치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색감과 디테일이 화려한 태국풍 쿠션을 매치해 변화를 주었다. 벤치 주변에는 돌, 나뭇잎, 나무 장식을 놓아 자연주의 느낌으로 분위기를 통일했다. 소파 높이의 테이블 예나무 제품. 3 대청마루의 또 다른 변신, 액자처럼 세워두기 한옥에서 뜯어온 대청마루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벽에 세워두었다. 그 위에 중광 스님의 작품을 함께 세워 벽 장식을 마쳤다. 대청마루판이 큰 액자가 된 셈. 흰색이라 심심하던 벽이 색다른 코지 코너로 바뀌었다. 앞에 있는 낮은 선반은 고재를 이용해 직접 디자인, 제작한 선반. 건강한 인테리어 꾸밈 산들바람 채식 뷔 페, 신복수 씨네 인천지역 ‘생협’과 ‘맑은 샘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회사업가 신복수 씨댁. 건강한 환경과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금껏 운동해 왔고 그 일환으로 3층짜리 건물을 지어 유기농 채식 뷔페를 열었다. 1층에는 채식 뷔페가 있고, 2~3층은 살림집. 건축 자재는 물론 인테리어까지 모두 친환경, 자연주의에 컨셉트를 맞췄다. 대나무 바닥재를 깔고, 천연 염료를 사용해 벽을 칠했다. 여기에 본드 접착 없는 원목 가구와 천연 염색을 한 패브릭 등을 모두 직접 맞춰 건축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작했다. 1 평상에서 자는 느낌, 통나무 원목 침대 일반 침대는 매트리스에서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평상형 침대를 구입, 요를 깔아 사용하고 있다. 새집으로 이사 오기 전, 아파트에서 사용하던 것. 원목을 깎아 만든 자연 가구이기 때문에 천연 자재로 지은 새집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부부 침실에는 퀸 사이즈를 놓고, 아이방에는 싱글 원목 침대를 들여놓았다. 아래에는 서랍이 있어 수납력도 높다. 침대는 도운 아트 제품. 2 고재 느낌으로 제작한 디자인 소파 2층 살림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소파. 미송을 불에 태우고, 재를 털어내어 칠하기를 반복해 고재의 느낌으로 제작한 것이다. 소파의 폭을 넓게 만들어 평상 같은 넉넉한 느낌. 등받이에는 쿠션을 덧달아 안락한 느낌을 주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곡선과 소파의 라인이 잘 어우러져 감각적이다. · 김자은 레몬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