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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와 일반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간 통합교육은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의 개정 이후에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각 시·도 교육청별로 통합교육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고, 시범학교를 마쳤거나 시범학교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양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급별 연속성과 체계성의 취약, 학급 규모의 비적정화, 시설·설비의 확충 미비 등 통합교육의 기반이 뒤따르지 못하는 등 통합교육의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나 취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와 열의는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수교육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본교가 통합교육을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였다. 당시 유치부를 담당하고 있던 교사들이 유아들의 기본적인 사회기술인 신변자립, 또래들과의 놀이 활동, 집단 내에서의 역할 습득 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본교 근처에 소재한 유치원과 통합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통합교육에 대한 일반 학부모들의 인식 부족과 유치원 선생님들의 통합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한 학급 2명의 유아부터 시작하여 오전시간 동안 통합교육에 참여하였고 이듬해부터는 두 학급 4명의 유아들이 전일제 통합교육에 참여하였다. 교육과정은 본교유아들의 능력에 맞게 재구성하여 적용하였으나 일반유아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나 일반유치부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르되 지도방법만 수정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후 2001년부터 제주도교육청의 지정을 받아 유치부와 초등부가 ‘사회적응능력 향상’을 목표로 시범학교 운영을 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또한 좋은 열매를 맺게 되었다. 2년 동안 시범운영을 하면서 운영상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과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점들이 있다. 그 중에서 통합교육 계획시 한 번쯤은 고려해 보아야 할 몇 가지를 우리 학교 사례와 함께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통합의 시기(학년)
특수교육에서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교육의 시기가 빠를수록 그 효과는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통합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부터 시작했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쪽일반아동이나 적응하는 쪽장애아동이나 그 결과는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통합교육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학생과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본 결과 학년이 낮을수록 좀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통합교육 경험이 없는 일반학생들 중에서 본교를 방문하여 체험활동과 봉사활동을 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통합교육보다 수치는 낮았지만 같은 결과를 나타내었고, 심지어 중학생은 불쾌한 감정까지 드러내는 학생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처음 통합교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는데, 유치부 유아들은 교사가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반면, 초등부 고학년은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은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초등부 고학년과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장애와 통합교육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며, 현재 초등부와 중학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간 통합교육을 유치부(원)와 초등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장애와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근래 들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도 부정적이며 편견이 심한 편이다. 편견은 통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이로 인해 장애학생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통합교육을 적용하기 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통합교육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율이 학부모와 학생 30∼40%, 일반교사 60% 정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반교사들은 90%가 통합교육에 따른 연수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였다. 성공적인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교육 참여자들이 긍정적인 장애인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에 따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 자식 위주의 가족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는 문화에서 일반 학부모들의 이해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통합교육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참여시키기 위해서 협력유치원에서는 신입원아 예비모집과 입학식 때 학부모들에게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 실시에 따른 안내와 협조를 부탁드렸으며, 본교와 협력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교육이나 학교 공개수업일을 이용하여 통합교육에 대한 개념, 운영방법 등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통합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본교 학생들에게 격려를 해 주기도 하고, 일부 학년이긴 하나 학부모들이 통합교육에 참여하여 보조교사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장애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통합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일반교사들은 장애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 일종의 두려움을 갖게 되고, 결국에는 무관심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일반교사들이 장애와 장애학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통합교육의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년초에 협력학교유치원 담당부장과 연수 내용, 연수 일정 등을 협의하여 연수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따라 전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였다. 이런 다양한 연수들은 일반교사들이 통합교육 초기에 가졌던 장애학생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 과잉친절 등이 없어지고 장애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통합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되었다.
통합시간의 운영
정신지체학생들과 일반학생들의 통합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 일반학교 교육과정과 특수학교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위해 교과목을 통일시키긴 했지만 내용상의 수준차이로 인해 연계성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 차이가 커 공유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좁은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어려움은 더 커진다. 이런 현실은 자연스럽게 예·체능교과와 재량활동 등 활동중심의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통합의 범위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전 교과를 대상으로 활동중심의 운영이 가능한 단원을 추출하여 지도계획을 수립하였다. 단원과 주제에 따라 체험학습이나 재량활동 등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경험의 재구성을 위해 사후 학습을 실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은 비형식적이고 비구조화된 상황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데, 이를 통해서 어린이들은 보다 관대해지고 수용적이며 훨씬 성숙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비형식적이고 비구조화된 상황이 반드시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사가 옆에 없을 때는 더 소극적이고 위축된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일반학생과 장애학생들의 상호작용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면서 옆에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줄 필요성이 있다. 전일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유치부는 교사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활동에서부터 교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자유선택활동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는데, 자유선택활동은 여러 영역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영역을 선택하는 것부터 뒷정리하기까지 모든 활동을 유아들 스스로 하도록 하여 유아들간의 상호작용 촉진과 자신의 결정력을 길러주는 활동으로 교사는 참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초등부는 교과일 경우에는 2시간, 현장학습일 경우에는 3~4시간의 계획으로 통합교육을 실시했다. 이는 1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휴식 시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간에 함께 화장실도 가고 교실에서나 밖에서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비구조화된 시간을 통한 상호작용이 결과적으로는 과제수행을 위한 모둠활동에서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지도방법
통합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교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일 것이다. 크게 보면 교사들간의 역할과 학생들에 대한 지도방법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교사들간의 역할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일반교사가 전체수업을 진행하고 특수교사가 장애학생들에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중재를 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같은 교실에서 통합교육을 해야 할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간의 상호협력체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수업에 대한 계획, 수업의 진행과 보조로서의 역할, 수업결과에 대한 평가, 장애학생에 대한 중재 방안, 일반학생들의 관리 등의 공동 운영을 위하여 같은 학년의 일반교사와 특수교사를 한 팀으로 묶어 ‘협력교수팀’을 구성하였으며, 수업의 진행에 있어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역할은 협력교수팀 안에서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협력교수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근무를 포함한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학교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협력교수팀의 운영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들에 대한 정보와 교육방법 등을 서로 공유하게 됨으로써 통합교육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지도방법으로는 협동학습과 또래교사를 활용하였다. 협동학습의 한 방법으로 모둠활동을 활용하였는데, 한 모둠에 일반학생 6명과 정신지체학생 1명 등 총 7명을 배치하여 같은 모둠 내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공동과제 수행 시에는 각자의 역할은 모둠 내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여 역할에 따른 자신의 의사 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과제 해결에 있어서 가능한 한 교사보다 또래교사로 하여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현장학습에도 또래교사를 적절히 활용하였다. 현장학습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장애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교육활동이긴 하나 정신지체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의도한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현장학습시 또래교사를 통해서 일반학생들의 축적된 정보를 장애학생들에게 심어줌으로써 현장학습에서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였다. 현장학습 계획이 수립되면 장소와 목적에 맞게 또래교사 역할을 할 일반학생 1~2명과 장애학생 한 명씩 짝을 지어줌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학생관리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장애학생들은 일반학생들과 함께 하는 현장학습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런 과정들은 일반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을 쉽게 수용하고 나와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장애학생들에게는 책임감이 형성되고 일반학생과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되는 등 상호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통합교육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고, 가슴 뿌듯한 일도 많았다. 학교의 사정으로 인해 계획된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 될 때는 무척 아쉽기도 하였다. 형식적으로 흐르거나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몇 날을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힘든 과정에서도 늘 즐겁게 통합교육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 덕분이었다. 협력학교를 들어설 때 우리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통합학급으로 달려가고, 일반학생들은 손을 흔들거나 이름을 부르며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준다. 이들에게서 장애의 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처음 통합교육을 시작하면서 상상했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환경적·재정적 여건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통합교육 현실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통합교육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과 정열을 쏟아 붇고 있는 교사들이 많으며, 이들로 인해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고 하겠다. 우리 학교도 시범학교 지정은 끝났지만 지금도 통합교육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장애학생이 장애학생으로 남아 있는 한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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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볼거리■
1. 유치부 통합교육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2. 통합교육에서 나타나는 일반유아들의 문제행동장애유아와 비교하며 교사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음에 대한 대처 방안은? 3. 통합교육으로 모든 장애학생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4. 일반교육 주도의 통합교육에서 통합교육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