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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 가시성성한 탱자나무에서 피어난 향기로운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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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는 가시가 많아서 남을 찌르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작은 새들과 동물의 피난처가 됩니다. 게다가 다양한 품종의 귤을 만들 때는 반드시 탱자나무가 접목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최상품의 귤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한 것이지요.
가시 성성한 나뭇가지에서 피어났지만 탱자나무꽃의 향기는 아주 진하고 그윽합니다. 그러나 꽃향기와는 다르게 열매는 엄청나게 신맛을 내고, 열매엔 약효가 가득하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꽃입니다.
가시 덕분에
제주도 중산간 송당근처의 마방목지엔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농장이 있었습니다. 고사리철이면 가시 성성한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자라서 들짐승이나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실한 고사리가 많았습니다.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실한 고사리를 꺾었던 추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팔뚝에 가시 찔린 듯 소름이 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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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꽃 꽃향기는 그 어느 꽃 못지않게 그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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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꽃이 필 무렵입니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가시나무'라는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자기 안에 너무 많은 가시 때문에 누구도 쉴 수 없는 것 같다는 성찰을 담은 노래입니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작고 연약한 것들을 지켜주기 위해, 탱자나무는 가시를 마다하지 않고 몸에 새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작은 새들은 가시 성성한 나무 품으로 들어와 맹금류의 새들을 피합니다. 탱자나무의 경계는 가축들을 목장 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여 지켜주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줍니다. 모두가 성성한 가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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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열매 탱자열매는 시지만, 좋은 약재료로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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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시 같은 것 하나쯤은 품고 있지만, 그것을 너와 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키워낸다면, 가시 하나쯤은 성성하게 키워도 좋지 않을까요?
가시 하나 쯤
요즘 '까칠하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까칠하게 살다가 손해를 본 편에 속합니다만, 덕분에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고, 결산해 보면 결국에는 삶에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젊은 시절 까칠한 탓에 불의를 보고 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젊은 시절을 평탄하게만 보내지는 못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50대까지도 직장 상사 혹은 선배들의 잘못도 서슴없이 지적해서 미운털이 좀 박히기도 했지요. 이런 성격이니 후배들에게는 더 까칠한 선배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 덕분에 도피생활도 하고, 사표를 내야만 하기도 했고, 후배들에게 까칠한 선배로 각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순이 넘으니 그 까칠함이 없었더라면 내 삶의 독특한 무늬가 없었을 뻔했으니 오히려 그 까칠함이 나를 나되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 말입니다. 좀 까칠하게 살아도 괜찮고, 자기를 지키기 위한 가시 하나쯤은 성성하게 만들어도 좋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성성한 가시가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말고 만드십시오. 그것이 서서히 황혼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삶의 무늬가 될 것입니다.
첫댓글 차암 좋군요
그냥 가시 하나 가지고 살까 합니다.
정말 좋은데요~^^
성성한 가시 하나쯤은 품고 살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