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역사를 주름잡던 영웅호걸들은 하나같이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정희 전대통령도 소주와 오징어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따라서, 술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라는 속담이 있으며, 유태인의 탈무드를 보면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을 때 악마와 동행하였는데 포도나무를 심은 후 양과 사자, 돼지, 그리고 원숭이의 피로 거름을 준 후 그 포도나무에서 열린 포도로 술을 담아서 그 술을 마신 인간은 처음에는 양같이 순하고 그 다음에는 사자처럼 사나워지다가 돼지처럼 더러워지고 나중에는 원숭이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희롱하더라"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프랑스의 병}이라는 책에서는 프랑스의 3가지 병폐 중 하나로 술을 들고 있으며, 팔만대장경을 보면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의 어머니이다"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술은 어떠한 이유로 해서 마셨든간에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자 맨 처음 술을 입에 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보다 사교적이고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 처음 술을 시작하게 된다. 알코올 전문가에 의하면, 전 세계의 술을 마시는 사람 중에서 약 12% 정도는 병에 걸리고, 알코올중독자의 3∼5%는 폐인이 되며, 나머지 95∼97%는 어느 정도 생활은 하지만 술로 인하여 생활의 어딘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1) 알코올 대사 및 생리적 특성
알코올의 대사작용은 위나 소장벽에서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가며, 간과 심장을 거쳐 소화할 필요 없이 전신으로 흡수된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신경계통을 작용하여 뇌하수체 후엽으로 분비되는 항이뇨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므로 소변량을 증가시키고 신경반응시간을 지연시킨다. 또한 알코올은 시력의 둔화와 안면근육의 협조를 어렵게 하며, 알코올의 농도가 0.4∼0.5%에 이르면 마취작용으로 인하여 의식불명이 되고, 신체의 저항력도 약화시켜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대량의 알코올은 체내 수분의 균형을 깨뜨리며, 수분을 조직에서 세포 밖으로 끌어내는 탈수현상을 초래하므로 숙취(hangover)시에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술에는 실제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null energy라 부르며, 단지 칼로리만을 공급하기 때문에 열량과잉으로 오는 비만과 영양장애를 의식해야 한다.
2) 알코올의 병리
혈중알코올농도(blood alcohol lebel : BLA)란 혈액 100ml에 포함된 알코올의 함량(mg)을 말하며, 이것이 0.05% 이상이면 인체에 독성으로서 작용한다고 한다.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병리현상은 다음과 같다.
3) 알코올의 해로운 점
(1) 중추신경계
술이 가장 인체에 크게 미치는 부위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이다. 그러나 술을 흥분제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생각인데, 술이 유발하는 흥분은 대뇌조절기능의 둔화에서 오는 자제력 상실의 결과일 뿐이다. 이에 따라 사고력을 비롯한 각종 기억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며, 섬세한 판단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2) 소화기계
예로부터 소량의 음주는 식욕을 돋구는 반주로 이용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술이 위장관의 운동성과 소화액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 미만의 저농도는 위액의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20% 이상의 고농도에서는 오히려 억제시킨다. 그 이상의 농도에서는 위점막을 손상시켜 점막출혈 및 염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3) 간기능 장애
알코올은 간장의 지방합성을 증가시켜 지방간(hyperlipidermia)을 형성한다. 이러한 현상은 소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해서도 가능하며, 장기간의 음주로 인하여 지방간이 형성되었다 할지라도 알코올 섭취를 중단하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하면 간경변(cirrhosis of liver)으로 이행될 수 있다.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발전되면 치유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간에 해가 되는 알코올의 양은 소주 360ml 1병, 맥주 2000cc, 포도주 600ml 1병, 양주 750ml 1/4 정도이다.
간기능은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좋으나, 간접적으로 간의 이상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이는 간장대사의 이상으로 히스타민(histamine : 위액분비 항진작용을 하여 궤양을 유발)이 분비되어 말초혈관 질병을 유발시킴으로써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둘째, 주량의 감소된다. 이는 간경변증을 의심해야 한다.
셋째, 정력이 감퇴된다. 이는 간장대사가 원할하지 못하며 호르몬의 분비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술은 최음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제력 상실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장기간의 음주는 음위와 불임을 초래한다.
넷째, 시력감퇴가 나타난다. 알코올이 췌장에서 리파아제(lipase)분비를 억제하여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비타민 A의 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4) 암의 유발
원더 박사에 의하면 지나친 알코올의 섭취는 설암, 후두암, 그리고 식도암 등을 유발시킬 수 있고, 우울증, 무기력증, 현기증, 경련 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알코올 자체가 암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알코올 섭취로 인하여 미네랄(칼슘, 인, 마그네슘, 세륨, 칼륨)이 체외로 배출됨으로써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술을 섭취할 때 가능하면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인 해조류, 우유, 녹황색 야채 등을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5) 심혈관계
알코올의 직접적인 영향은 미약하지만 적당량을 마시면 혈압, 심박출량, 심근수축은 현저한 변동이 없으나 맥박은 증가한다. 협심증 환자에게 알코올을 투여하면 약간의 호전 증세를 볼 수 있으나, 이는 혈관중추의 억압으로 인한 일시적인 관상혈관의 이완 때문이다.
(6) 기타 질병
알코올의 지나친 섭취로 인한 효소의 작용 억제로 비타민의 흡수를 저해한다. 또한, 산모의 습관적인 음주는 태아에 영향을 주어 기형아(malformation) 즉 지진아, 언청이, 성기나 두상이 작은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코올은 혈액의 코티졸(cortisol) 수준을 증가시켜 moon face와 같은 cushing syndrome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신장에 많은 부담을 주어 뇨산(uric acid) 배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과뇨산혈증(hyperuricacidemia)을 일으키며, 이로 인하여 관절에 뇨가 쌓이게 되어 관절염을 유발시킨다.
4) 알코올 중독
알코올 중독(alcoholism)으로 발전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② 술을 쭉 들이키는 습성으로 바뀐다.
③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마시게 된다.
④ 기억상실이 시작된다.
⑤ 술 마시게 된 것을 변명한다.
⑥ 해장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⑦ 혼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⑧ 술을 마신 후 반사회적이 된다.
⑨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⑩ 술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한다.
5) 알코올 중독의 예방
Terhume에 의한 알코올 중독의 예방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음주에 대한 인내
② 천천히 마실 것
③ 빈속에 음주하지 말 것
④ 숙취시 해장술을 마시지 말 것
⑤ 알코올 함량이 적은(7∼10%) 술을 마실 것
⑥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음주하지 말 것
⑦ 반드시 잔에 따라 마실 것
⑧ 얼음에 넣어 희석해서 마실 것
⑨ 술을 보약이나 치료약으로 생각하지 말 것
6) 술에 대한 잘못 알려진 상식
(1) 술과 비만
사실 알코올은 7.1kcal/1g의 열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 열량은 열로서 발산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생체에너지로서 이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알코올을 null(zero) energy라 부른다.
'술배'라는 말이 있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아랫배가 불룩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술을 마시면 살이 찔까? 알코올은 1g당 7.1kcal의 열량을 내는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이 4kcal, 지방이 9kcal의 열량을 낸다고 보면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열량만 낼 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영양소에 해당되지 않는 앰프티(empty caloric) 식품이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술만 마신다면 오히려 체중이 줄고 단백질 불균형으로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살이 찌는 것은 알코올 자체가 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섭취한 고단백질, 고지방식품, 탄수화물 등의 영양소가 알코올이 내는 열량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바뀌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술을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우선 즐겨 마시는 술의 열량부터 살펴보면, 맥주 1잔(200cc)이 100kcal, 소주 1잔(50cc)이 90kcal, 위스키 1잔(50cc)이 140kcal이다. 맥주 3잔이나 양주 2잔이 밥 한 공기(300kcal)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보통 2차, 3차를 가야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음주습관을 생각해볼 때 술로 얻는 열량은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높다. 또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어떠한가? 대부분 고칼로리, 고지방 식품이다.
한편, 술을 마시는 시간은 저녁식사를 끝낸 밤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체중감량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저녁식사 이후에 섭취하는 양을 줄이라는 것이다. 저녁시간에는 활동량이 별로 없고 취침 후에는 여분의 칼로리를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하는 체내 호르몬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같은 열량의 식품도 아침에 먹는 것과는 다르다. 비만 방지는 절제된 음주습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2) 소량의 음주와 건강
물론 정상인들에게 음주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신체 기능의 활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고혈압이나 말초질환 및 심장질환자들의 경우에는 말초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그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관파열 및 지나친 혈압상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져 뇌출혈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율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정상인을 제외한 질환이나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소량 음주는 건강에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심장이 튼튼해지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그러나 애주가라면 술이 주는 이로움은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건강에 좋은 술의 양이란 아주 소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주량은 알코올 30g이내이다. 알코올은 도수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포도주는 2∼3잔, 양주는 2잔, 소주는 2홉짜리 ⅓병, 맥주는 중형 1병 정도이다. 체격 조건과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여성들은 이보다 더 적은 양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소량도 매일 마시면 지방간 우려가 있는 만큼 적어도 술을 마신 후 3일간은 쉬어 간에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3) 술과 남자다움
술을 마시면 혹자는 남자다워지며 성적으로 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 알코올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오히려 성기능을 저하시킨다. 오히려 지나친 섭취는 여성화(feminizing)되기 쉽다.
내분비계는 알코올의 작용에 대해 매우 민감하여 남성 음주습관자는 성욕감퇴가 흔히 있다. 남성 알코올 중독자는 성기능 부전의 특징인 여성형 유방, 성형혈관증, 고환위축증, 수염의 소실, 2차 성징의 기능장애 등이 있다. 남성 호르몬 결핍증은 알코올이 생식선에 독성작용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체중감량과 술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어떻게 술을 마셔야 살이 덜 찔까?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열량이 낮은 술을 마신다. 둘째, 술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은 열량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함께 마시는 술의 도수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 안주는 고지방 식품대신 과일이나 채소류를 택한다. 칼로리가 적으면서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여 숙취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술을 마셔야 하는 날에는 아침, 점심을 가볍게 먹어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절제된 음주 습관일 것이다. 적당한 양의 음주는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다. 또한 식사 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입맛을 돋군다. 술을 건강의 적이 아닌 벗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5) 술을 섞어 마시는 것
흔히 술을 이 것 저 것 섞어서 마시는 경우에 짬뽕을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짬뽕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또 술의 종류에 따라 어느 술은 머리가 아프고 어느 술은 뒤끝이 깨끗하다고 하는 데 과연 그럴까? 사실 술 자체의 주성분인 알코올 측면에서 볼 때 직접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령 혼합주인 칵테일을 마셔도 끄떡 않는 사람이 많다. 결국 술을 번갈아 마시면 기분과 분위기, 맛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주량을 초과하는 데서 생기는 결과일 뿐이다.
그러면, 맥주 큰 병(640ml)의 알코올의 양은 청주나 위스키의 몇 잔 분에 해당될까? 맥주 큰 병의 알코올의 함량은 25g으로, 이는 청주 반 병, 위스키 2잔 반, 칵테일 한 잔 정도에 해당된다. 만약 적정주량이 청주 1병(알코올 50g)이라고 할 경우 술자리를 바꾸어 가며 짬뽕을 하여 맥주 1병, 위스키 3잔, 칵테일 1잔을 마셨다면 알코올 75g을 섭취한 것이 되어 주량을 초과한 것이 된다.
인체는 알코올을 분해하여 평범한 물질인 탄산가스와 물로 전환하여 주는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 효소는 개인별로 편차가 있는데, 술이 세고 약하고는 이 효소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알코올 분해 능력을 초과하여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결국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술을 섞어 마신다고 하여 다른 술끼리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켜 나쁜 물질이 생성되거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결국 술좌석에서도 절제는 큰 미덕이 된다.
(6) 술잔 돌리기와 B형간염
한국 성인의 약 5∼7%가 B형 간염(hepatitis B)의 만성 보균자(chronic carrier)이며, 자신도 모르게 간염을 앓고 나서 항체(핵항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2/3에 달한다. 간염이 흔한 만큼, 간염에 관한 염려와 관심도 넘쳐난다. 그러나 어설픈 상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B형간염 보균자들이 겪는 불편함과 불이익이 지나친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B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은 오염된 혈액이나 체액이 체내에 침투되어 발생한다. 잘 알려진 중요한 감염 경로는, 수혈이나, 주사바늘 등을 통한 비경구적 감염, 키스, 성교 등 밀접한 신체접촉을 통한 점막 감염, 그리고 신생아 출산시 산도에서 보균자인 산모의 혈액에 노출되어 감염되는 수직 감염 등 세 가지 경우이다.
B형간염 보균자의 타액이 술잔에 오염되어 B형 간염이 전파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인 감염에의 보고는 없다. 감염이 가능하려면 타액 내에 감염 가능한 정도의 충분한 바이러스 농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구강점막의 방어망을 뚫고 체내 침투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B형간염 보균자 중 타액 내 충분한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입안에 심각한 상처가 있지 않는 한 체내 침투가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 성인은 상당수 예방 접종 유무와 관계없이 자연면역을 갖고있어 감염될 위험이 거의 없다. 설사 감염이 된다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지나가는 불현성(inapparent) 감염이 대부분이고, 치료가 필요하거나 만성간염이 될 가능성은 아주 적은 사실을 고려하면 술잔을 통한 감염은 무시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임을 알고 있다면 술잔에 묻은 타액을 닦아내고 잔을 권하는 것이 보기에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7) 취하지 않고 술 마시는 방법
"술을 죽이면서 마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거래처의 중역을 접대하는 샐러리맨 같은 경우가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언뜻 보기엔 즐거운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긴장의 연속이며, 술의 마비작용 따위는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취해서 들떠 있을 겨를이 없다. 그래서는 일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맛있는 술이 아니며, 스트레스만 쌓이게 된다.
취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방법 등등의 말이 뇌리를 스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경우인데 무엇보다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취하지 않으면서 술을 마시는 방법이 없을 리 없다. 그 요령은 혈중 알코올농도를 높이지 않을 것, 간장의 대사능력을 활성화시킬 것, 알코올의 절대량을 줄일 것 등이다.
인간의 알코올 산화능력이 체중 1kg당 0.15g의 순수 알코올이라고 하는 원칙을 이용하여 그 속도를 계산하여 마시는 것으로, 이 수식에 의하면 체중 60kg인 사람은 한 잔의 정종이라면 10분 동안 마시고 텀블러 한잔의 맥주라면 30분에 걸쳐서 마시면 결코 취하지 않는다. 혈중 알코올의 양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마시기 전에 먹어두는 방법이다. 비록 국수 한 그릇이라도 먹어두면, 알코올의 흡수율은 둔해지고 취하는 것도 얌전하게 취하게 된다. 게다가 간장의 분해능력도 영양소를 얻어 활발해지게 되는 이점도 있다. 술을 마실 때 가능하면 안주를 많이 먹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술은 가능하면 알코올농도가 낮은 것을 택하고, 위스키는 물을 타서, 많은 양을 마실 수 없게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물이나 차를 옆에 놔두고, 술을 마시면 곧바로 그것을 들이키는 것도 괜찮다. 알코올이 그만큼 빨리 몸밖으로 나간다. 또한 단 것을 안주로 먹는 것도 좋다. 당분은 알코올의 혈중농도를 억제시킨다.
한편, 술을 마시기 전에 단 30분이나 1시간이라도 누워 있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간장으로 가는 혈액이 70퍼센트 정도 증가해 활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1홉의 술을 마시면 3시간 정도 쉬고 나서 또 마시는 것도 간장의 분해능력과 그 회복을 생각했을 때 일리가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이상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방법 몇 가지를 예로 들었는데, 아무래도 좀스러운 방법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취하지 않기 위해서는 술의 양을 억제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 먹어 두면 취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단지 취하는 것이 지연될 뿐이지 마신 만큼의 알코올은 전신을 돌게 마련이다. 술은 가능한 천천히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간장이 여유를 가지고 알코올 대사에 대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연이어 서너 잔 마시는 것은 당치도 않고 더군다나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은 보기에는 호탕하지만 미련한 폭주인 것이다. 이래서는 혈액 속의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를 급상승시킨다. 홀짝거리며 마시는 것은 왠지 치사하고, 주당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것은 생각의 차이다. 작은 잔으로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8) 기름기 있는 안주
술을 마실 때 안주만 먹는 사람과, 안주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일부 애주가들 중에는 안주만 먹는 음주 방식을 경멸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안주는 일단 먹어 두는 것이 건강에 좋다. 위 내에 먹은 것이 있으면 알코올의 흡수가 더디어지고 느긋하게 취기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기름기 있는 안주가 위의 점막을 보호해주는 데 좋다는 그럴싸한 뜬 소문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알코올은 물이건 기름이건 녹아들어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지방질이 많은 안주는 위 내에 비교적 오래 머물러 악취를 유발하게도 되며, 간장에 축적되어 지방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래 지방은 비만의 원인이며, 성인병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며 먹기에 알맞은 음식은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 고단백질이다. 이런 음식은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대사 효소의 활성화를 높이며, 비타민의 보급도 충실히 해준다. 알코올 대사에는 비타민 B1이 안주 자료로써 많이 수요된다. 땅콩류나 깨음식, 천엽 등이 가장 적절한 안주감이라 하겠다. 저 지방, 고단백, 비타민 등을 생각해서 안주를 들어야 한다. 물론 공복에 술을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당분을 충분히 섭취한 후에 술을 마시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분섭취는 더디게 취하고 또한 대사가 촉진되기 때문인데,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빼고는 우선 이 말에 저항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상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며, 저혈당을 초래하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당뇨병 환자인 경우가 종종 있다. 숙취로 인한 허탈감이나, 급성 알코올 중독의 원인 중의 하나는 이 저혈당인 것이다.
(9) 술과 담배의 해
알코올을 적당히 마시면 동맥경화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 확실히 알코올은 콜레스테롤 중에서 우리 몸에 이로움을 주는 HDL(고밀도 지단백)을 높혀주고, 혈관 벽으로부터 콜레스테롤을 제거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쪽 현상일 뿐, 동시에 콜레스테롤을 혈관에 발라주는 LDL(저밀도 지단백)을 높여 주는 현상도 있다. 거기에 담배가 첨가되면 어떻게 될까?!.
담배 속에 함유된 니코틴은 알코올 작용으로 전신을 휘젓고 다니게되어 말초 모세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고 혈압을 높인다.
여기에다 담배의 또 한 가지 성분인 '타르'가 알코올 속에 녹아들어 구강이나 위 등의 벽에 달라붙게 된다. 이래 가지고는 조금 HDL이 늘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일본의 한 의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구 10만명 중 식도암 사망율은 담배를 1일 20개비 이상 피우며 매일 음주 한사람이 27.9인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 7.6인에 비해 무려 4배에 가까운 것이다. 원래 담배는 끊는 것이 상책이지만 특히 술과의 병행은 금물이다.
흡연자 중 많은 사람이 술자리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를 한다. 실제로 술이 취할수록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이 강해진다고 한다. 술자리에서는 왜 담배를 더 많이 피울까.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몸 속에 부족한 니코틴을 보충하는 것이다. 흡연은 약물중독 현상의 일종으로 담배를 통해 일정량의 니코틴을 보충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또 다른 이유는 식사 후나 음주, 커피, 친구와 만남 등 특정한 상황이나 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음주는 담배를 피우게 하는 '방아쇠'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술자리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술이 뇌의 신경세포에 작용해 의지력을 약하게 만드는 탓이라고 한다. 즉 흡연자는 자기도 모르게 흡연의 양을 줄이거나 끊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술이 이것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연 프로그램에서는 담배를 끊은 초기에는 가급적 술자리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한편, 시각적 유혹도 주요 요인이다. 술자리에서는 대부분 담배를 피우는 탓에 자극을 더 많이 받는다. 특히, 술자리에서 관대한 우리 나라 음주문화는 이런 유혹을 더 부추긴다. 최근에는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면 식도암 발병 위험이 정상인보다 100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10) 숙취해소와 해장술
숙취 해소법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방안이 전해지고 있다. 열탕에서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수십 차례 빗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는가 하면, 맹렬한 성행위를 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다. 숙취에는 해장술이 좋다는 이도 있다. 술에서 깨어날 때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나 불쾌감은 술 마시는 사람만이 아는 체벌이다. 현실적으로는 알코올로 인해 상한 몸을 조속히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알코올 흡수를 저지하고 남아 있는 알코올을 빨리 밖으로 내 보내야만 한다. 알코올의 분해를 도와주는 당분이나 비타민 C를 섭취하거나 혹은 대량의 물을 마셔 요도로 배설해버리는 것이다.
알코올을 몸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해장술을 마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해장술은 확실히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일시적으로는 불쾌감을 없애 주지만, 결국은 그 부담이 배로 늘어 돌아온다. 앞에 말한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는 감이나 수박, 포도 등이 가장 적합하다. 특히 감은 그 성분인 탄닌이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고 위를 보호하는 한편, 카탈라아제나 베루옥실이 알코올 대사를 촉진시켜 주며, 더욱이 이뇨 효과도 있다. 또한 술기운을 깨게 한다고 마신 후에 곧 욕탕엘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심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안겨 주기 쉬우니 중지하는 것이 좋다.
또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어쩐지 목이 텁텁하고 갈증이 나기 쉽다. 이는 술을 마시면 탈수현상이 오므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한잔의 꿀물은 해장국 보다 나을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11) 약과 술
감기약을 사면 그 양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해열제에 진통제, 게다가 위장약까지 들어 있다. 감기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으면, 감기약 때문에 위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약 공해란 그야 말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이렇게 약이 남용되다 보면 약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된다. 그 결과 술과 함께 진통제나 비타민을 먹기도 한다. 어차피 위 속에서 뒤섞여지는 것이니 빨리 먹느냐 늦게 먹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지만 비타민은 그렇다 치더라도 진통제, 수면제의 경우는 결코 같이 먹어서는 안될 일이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에는 ADH계에 의한 것과 MEOS계에 의한 것이 있다. 이 MEOS에는 약물을 처리하는 기능이 별도로 있다. 보통 MEOS는 체내에 들어 온 약물을 분해, 처리하여 효능을 일정시간 내에 0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데, 거기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알코올 분해와 약의 분해라고 하는 이중의 노동을 강요당하게 된다. 이래서는 알코올과 약의 분해가 어중간하게 되어 약은 언제까지나 체내에 남아있게 된다. 다시 말해 약의 효능이 너무 강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알코올 그 자체는 일종의 중추신경 진정제이기 때문에 수면제 같은 것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두세 알의 수면제를 술에다 먹게 되면 다섯 알 내지 여섯 알의 효과가 나타난다고도 한다. 술도 약, 바꾸어 말하면 독이다. 독을 가지고 독을 제거하는 예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술과 수면제, 혹은 두통약, 감기약의 동시 복용은 독이 2배, 3배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12) 낮술과 저녁술
낮에 마시는 술이 잘 취한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점심식사 때 마신 반주 몇 잔에 이상하게 금방 취하는 일이 있다. 어째서 적은 양의 술이라고도 낮에 마시면 빨리 취하고 저녁에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것일까. 여기에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다.
하루 중에 여러 시간대에 쥐에게 알코올을 투여하여 그때의 신체조직의 감수성을 조사한 실험에 따르면 알코올의 감수성에는 하나의 리듬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장기의 알코올 감수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저녁의 활동기이고 그것은 하루 중 감수성이 가장 낮은 시기에 비해 7배나 되었다. 또한 뇌의 감수성은 쥐의 활동기의 중간에서 후반, 즉 한밤중에서 새벽녘에 걸쳐 가장 높았다. 이것을 인간의 생활 패턴으로 바꾸어 보면 장기의 감수성이 고조되는 것은 아침이고 뇌의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은 밤이라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아침이나 낮의 술은 몸에 영향을 주고, 밤의 술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낮술에 취하는 것은 단순한 기분만은 아니고 생리학적으로도 확실히 근거가 있는 모양이다
(13) 적정량을 마시는 것
우리 인체는 술이 들어가면 그 즉시 알코올을 분해하고 자신의 처리 능력을 벗어날 때는 잔업은 물론 철야작업을 해서라도 알코올을 소멸시키려고 한다. 그런 간장에는 매일 적량의 술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의 폭주가 좋은 것인가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문제는 술을 매일 마신다는 연속성을 택할 것인가, 혹은 적량과 폭주라고 하는 음주량의 문제를 택할 것인가에 있다. 애주가들은 어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택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퇴근 후에는 마시는 사람은 매일 마실 수 있다는 속셈 때문에 적량 쪽을 택하고 주 2일의 대주가들은 다량으로 마시기 위해 금주일을 만든다.
그러면 "1일 3홉을 5년 계속 마시면 지방간, 5홉 이상 10년에 간경변"이라고는 건강표어를 상기해야만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일정량 이상의 술과 매일이라는 조건이 겹치면서 비로소 간장은 포기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매일의 적량도, 가끔씩 폭주도 특별히 나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되는데, 간장을 위한다면 매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적정량의 술일지라도 간장은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과음이라도 하면 처리 불가능한 몫은 다음날로 넘기게 된다.
그런데 가끔씩 폭주하는 것은 간장이 풀회전을 해도 적어도 그 일이 다 끝나고 나면 간장은 통상의 기능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매일 매일의 적정량보다는 주 2회의 폭주가 더 낫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적정량도 폭주도 한계가 있다. 적량은 2홉, 폭주는 간장이 하루 걸려 처리 가능한 6홉 정도의 선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14) 술과 스트레스 해소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적당히 마시는 술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위궤양이나 고혈압 등 샐러리맨의 고질이라고 하는 질병의 대부분은 그 원인이 스트레스에 있다는 것이 현대사회인 만큼, 술을 능숙하게 마시는 것이 스트레스의 해소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알코올이 종종 스트레스를 역으로 증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는 대뇌 변연계라고 불리워지는 뇌 중앙부의 가까운 부분에 고이기 마련이라고 한다. 물론 보통은 대뇌의 신피질에서 컨트롤되어 스트레스를 얼마간 억제 할 수 있지만, 거기에 술이 들어가면 그 신피질의 활동이 억제되므로 스트레스가 일제히 표면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고 한다. 홧김에 마시는 술은 스트레스를 풀고 비애를 달래기 위해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며, 마시는 속도도 빨라지고 양도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이게 되며 도리어 몸에 부담감만 안겨주며, 최악의 경우는 몸을 망치게 되므로 술로 도피처를 찾아서는 안 된다.
(15) 금주와 장수
과음이 아닌 적당한 양의 음주는 건강을 좋게 하여 실제 술꾼은 금주가보다 오래 산다고 한다. 적당량의 술은 사람을 명랑하게 하고, 활력을 높여 주며, 인체의 조직에도 좋은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한다. 술이 사람의 몸에 유익하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적당하게 마시는 술꾼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사실이다.
'알코올 중독 연구소'의 모리스 E. 샤베츠 박사에 따르면, 지나치지 않게 마시는 술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심장병의 여러 가지 원인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는 또 적당량을 마시는 술꾼은 술을 마시다 끊어버린 사람이나 아주 술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확률이 낮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입증한 가장 대표적인 조사의 하나는 존즈 홉킨스 대학의 생물통계학자인 레이먼드 파알 박사에 의해 실시된 일련의 조사 보고이다.
파알 박사는 94쌍의 형제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된 형제들은 한 명은 절대 금주가이고, 다른 한 명은 술꾼이었다. 이 조사 결과 술을 마시는 쪽이 술을 마시지 않는 쪽보다 오래 산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그러나 이 조사는 술을 마시지 않는 쪽이 모두 사망해버려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근래 혈압이 높아져 즐기던 술도 끊어버렸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몸이 불고 혈압이 높아질까 봐 아예 술을 끊어 버리거나 술을 계속해서 마시면 간장이 나빠진다는 TV의 약품광고를 보고 술을 끊었다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흔히 외국영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만성 알코올 중독이 되고 계속해서 간이 굳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 저녁 안주 없이 과음하지 않는 한 반주로 한두 병의 맥주나 두 홉 정도의 청주, 또한 한 홉 정도의 소주나 양주는 건강을 해치기는커녕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약리학 책을 찾아보면 술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작용이 있고 혈압을 올리기는커녕 떨어뜨리는 혈압강하작용이 있으며, 적당하게 술을 마시면 식욕이 왕성해지고 위액이 많이 분비되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술은 또한 우울한 기분을 없애주고 여러 가지 고민이나 정신적 긴장을 풀어 주어 잠을 잘 자게 하는 숙면 작용도 한다. 따라서 적당한 양의 술을 고기 안주와 함께 먹는 한 혈압을 높아지거나 간을 나쁘게 하지 않고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술이 몸에 좋다는 연구 보고서의 일례를 들면, 하루에 술을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여러 잔 마시는 사람은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룬다. 영국 왕립 암 연구기금(ICRP)은 영국 의사 3만 4천 명을 대상으로 1978년부터 음주 습관과 수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하루 한두 잔씩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 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고 평균수명도 2∼3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발표했다. 보고서를 낸 리처드 돌 박사는 "하루 와인 한두 잔이 좋다는 것이지 하루 한두 병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종류의 술에 한정된 것은 아니며 어떤 술이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돌 박사는 밝혔다.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표되었는데,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것은 묽은 와인의 효능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지방 섭취량이 많고 운동량이 비교적 적은데도 다른 나라 서양인들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를 찾다 발견된 것이다. 묽은 와인은 낮은 도수의 과실주로써 마시는 것보다 즐기는 음주습관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알코올의 도수가 높은 독주를 마시면 건강을 해친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