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삼삼 청소부 및 관리인으로 일해 오면서 할매네 남편으로서의 역할과 손주네 할아버지 역할 그리고 아들딸네 아비 역할을 더불어 하느라고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일상에 파괴된 리듬으로 204호 청소를 하느라 무려 닷새 동안 허둥대다 보니 방은 새로 들인 방처럼 깔끔해졌으되 과로와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머리가 멍하며 숨이 차고 기력까지 쇠진하였다.
세정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고무장갑조차 손놀림이 둔하여 별로 사용치 않다보니 세정제 분무액을 상당히 들이켜서 호흡이 불편한데 더하여 손과 다리가 가려운 까닭에 자주 긁다보니 물집이 생길 지경이다.
맘만 급하여 제대로 사용법 및 주의사항을 살피지 않은 채로 약간쯤이야 괜찮으리라는 무신경이 낳은 결과가 참담하지만 청소만은 말끔하게 끝나서 중개업자의 말처럼 장판까지 새 것같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청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에 털고 쓸고 닦아야 할 부위가 눈에 띄기에 보이는 족족 손을 대면서 소모해 버린 세정제를 다시 사들이고 이어서 내친 김에 직년 한 해 무려 다섯 차례나 하수구가 막혀 경황이 없었던 게 마음에 짚혀 에방차원에서 세면기와 하수구 입구를 긁어 낸 후 머리카락까지 녹인다는 뻥뚜러를 3ℓ 투입했다.
난방을 하면서 만 하루를 묵힌 다음 한동안 더운 물을 부어 흘려보낸 뒤 다섯시간 경과 후 다시 뻥뚜러를 2ℓ 부어 두었다. 마침 202호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중이라 하수구 물소리를 들어보니 시냇물 처럼 졸졸졸 흘러 내려가는 소리가 예전보다 경쾌한 느낌이었다. 오늘 밤 새 204호에서 흘려보낸 뻥뚜러가 침전된 이물질들을 다소간 더 녹여준다면 204호에 세입자가 또 들어온다고 하여도 다시 막혀서 연초부터 소란을 떠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기대해 본다. 세탁기 호스를 연장하여 하수구에 깊이 투입해 놓아서 그 쪽 입구로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는 화장실 쪽 하수구만 자주 훑어내면 재차 하수구를 뚫거나 배관을 교체한다며 법석을 떠는 일이 없을 법도 하다.
이제부터는 더러운 곳이 눈에 띄더라도 일정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청소에 임함으로써 쌓인 피로를 풀고, 맘을 여유롭게 다스려가면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하겠다.
더불어 세정제를 사용할 땐 반드시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해서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손이 가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할 일이다.
그나저나...파괴돼 버린 생활리듬은 언제 쯤에나 다시 세울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