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몰라 도파플러스까지 챙겨 먹여서 주간보호센터에 보냈습니다. 심부전 진단받고 치료해가면서 혹시라도 심장에 부담을 줄까봐 도파민은 제외한지 한참되었습니다. 심장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할 것은 해보자였습니다. 도파민은 아드레날린 자극 신경전달물질 노레프네프린의 전구체이기도 해서 이 물질이 혈관을 조이는 역할을 하기에 조심시켰던 것입니다.
아침에 데려다주는데 밝은 얼굴로 들어가기에 어제 내가 너무 오버했나?싶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일이 너무 쉽게 터져버렸습니다.
둘이 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이 9시반 전이니 완이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해졌지만 요즘은 비 안오는 날이 너무 드뭅니다. 오늘도 주룩주룩 빗줄기가 뭘 할 수 있는 날이 아닙니다. 택배도 보내고 해안도로 드라이브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완이 구내염이 계속 낫다 번졌다를 반복해대니 차타고 다니면 계속 단 것 밖에 줄 게 없어서 저는 속이 타고 완이는 그것때문에 더 차만 타려고 합니다.
아침에 그 강한 B복합을 꾸준히 보충하는데도 이제는 한계에 몰릴데로 몰렸습니다. 어떻게 11년을 넘게 양치질을 안 하고 살 수 있는지... 연령이 있다보니 이제는 아기 때하고는 완전 다릅니다. 치아플라그도 켜켜히 껴있고 어금니 여기저기 씌운 크라운 속에서도 치아부식이 심한지 가끔 치통이 오는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완이 양치질시키는 걸 제가 포기해야 될 정도이니 심각해도 너무 심각합니다. 특히 치약을 묻히면 더 입을 앙 다물고는 버티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완이 구강도 한계에 와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부모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이를 걱정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 완이를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 것은 태균이 담당교사 전화를 받고부터입니다. 태균이가 오늘 손가락 뿐 아니라 손바닥까지 물고, 다른 동료들도 꼬집으려고 했답니다.
손가락에다 손바닥까지 물어댄 것은 거의 10년도 더 전에 하던 짓인데... 며칠 전부터 느낌이 경기가 올라오는 듯한, 그럴 때 보이는 행동들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 예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과자를 바닥에 쏟고 발로 짓이긴 것은 강박이 상당히 올라왔다는 것인데... 과자를 끝까지 먹을 자신이 없으나 끝까지 먹어야한다는 강박이 그렇게 행동하게 했을겁니다. 이건 분명 센터에서의 점심시간과 맞물려 있을겁니다.
10년동안 태균이 발달학교를 다녔지만 밥은 알갱이를 세어가면서 먹을 정도로 흉내만 냅니다. 발달학교 다니기 전 모든 기관에서 태균이는 흉내만 내는 점심식사를 해왔습니다. 어떤 기관이든 밥먹는 행태가 모두 동일합니다. 맛이 없다는 선입견인지 아님 이것도 하나의 강박인지... 실제로 발달학교 문닫기 전 3년 동안에는 내가 직접 해주었으니 맛없어서 안먹는 것은 아닐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센터에 이야기했지만 사정을 잘 모르니 뭔가 강요가 들어갔을 수도 있을겁니다.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랬을겁니다. 한번은 외부활동 중에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너무 잘 먹어서 제지시킬 정도였다고 하니 태균이 이래저래 세상경험이 많은 것은 때로 이렇게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십 몇년만에 튀어나온 자해와 강박행동들... 그거 없애려고 얼마나 애를 태우고 노력을 했는데, 한 순간에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같은 느낌입니다.
태균이가 마치 이럴려고 제주도에 와있는것 아니지않느냐 하고 온 몸으로 항변을 하는 듯 합니다. 집과 여행지를 구분하고 있으니, 여행지에서는 여행지다운 활동을 하는 게 맞다!라고 엄마한테 강하게 어필링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운동이 전혀 없는 프로그램이 태균이에게는 당장 건강유지에 해가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가 결단을 잘 내려야 할 듯 합니다. 지금은 제가 결정을 내리기보다 쫓겨날 판일 수도 있어서 오히려 잘된 듯 합니다. 엄마에 지나치게 오리엔티드 되어있으니 이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태균이의 지난 30년 세월일 뿐입니다.
태균이는 운동이 필요한 몸이다 이렇게만 간단히 담당선생한테 전하며 아무래도 태균이에게는 적응이 쉽지않은 조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태균이와 함께 했던 지난 날의 노력들을 희생하면서까지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그리고 또다시 경기를 한다면 제가 도저히 못견딜 것 같기에... 이번에 시도는 여기까지! 라고 작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센터에 가서 하루의 긴시간을 보내는 것은 태균이 머리 속에 있는 제주도가 아니지, 태균이는 그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겁니다.
첫댓글 아, 안그래도 경과가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전 그림이 최초의 어린이집 2달 다니고 각가지 피해 증상이 나타나 중도 하차하고 얼집을 옮긴 그 일이 떠 올라 의심부터 했습니다. 그림이 증상이 겪은걸 고대로 반사하는 동작이었거든요.
그래도 빠른 시간에 태균씨 억누르지 않고 감정 표출을 하여 다행입니다. 몸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도 맞고요.🍒🙏🍒
매일 글을 읽으며 태균이에게 어떤일이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온몸을 다해서 표현을 해야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는거 뭐 별거 있나요 태균이가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