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930]사마온공의 독락원(司馬溫公獨樂園)
원무=古文眞寶(고문진보)
사마온공의 독락원(司馬溫公獨樂園)-소식(蘇軾)
▶ 司馬溫公 : 司馬光(1019~10860).
字는 君實. 文詞에 뛰어난 정치가로 王安石의 新法을 반대하는 舊黨이었다.
뒤에 太師溫國公에 봉하여지고 文正이라 諡하였으므로 온공이라 불리었다.
《資治通鑑》 290권· 《目錄》 30권 · 《考異》 30권· 《家集》· 《傳家集》이 있다.
獨樂園 : 그가 만년에 짓고 한거한 園名으로 《고문진보》 後集에는
그의 〈獨樂園記〉가 있고, 또 〈獨樂園七題〉라는 7수의 시가 있다.
蘇東坡는 司馬光과 정치상의 동지였으며,
그의 독락원을 빌어 사마광의 爲人과 백성들의 敬仰을 찬미한 것이 이 시이다.
《동파시집》 권10에 이 시가 들어 있다.
司馬君實獨樂園이라 題한 판본도 많다.
靑山在屋上, 流水在屋下.
푸른 산이 지붕 위에 있고, 흐르는 물이 지붕 아래 있네.
▶ 靑山在屋上 流水在屋下 : 푸른 산이 지붕 위에 솟아 있고, 흐르는 냇물이 지붕 아래 있다.
집 주위에 아름다운 산수가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中有五畝園, 花竹秀而野.
가운데 수백평 넓이의 정원이 있는데, 꽃나무 대나무가 우거져 들판처럼 느껴지네.
▶ 秀而野 : 꽃과 대가 빼어나게 자라 무성하면서도 들판과 같은 자연스런 풍경을 이루고 있다.
花香襲杖屨, 竹色侵盞斝.
꽃향기가 지팡이와 신발에 엄습해 오고, 대나무 색이 구슬 술잔에 들어 있네.
▶ 襲杖屨(습장구) : 지팡이와 신에 엄습한다. 곧 향기가 강렬하게 꽃으로부터 엄습해 오는 모양을 형용하였다.
▶ 竹色 : 대나무 같은 초록색,
▶ 侵盞斝 : 옥잔 속으로 옮겨 들어 와 있다.
중국의 老酒인 紹興酒에는 3년 묵은 竹葉靑이란 술이 있다.
이 구절은 옥 술잔에 담긴 죽엽청이란 파란 술은 흡사 밖의 대잎 빛이 옮겨와 푸르게 보이는 듯하다는 말이다.
▶ 斝(가) : 옥으로 만든 술잔.
樽酒樂餘春, 棊局消長夏.
통술로 나머지 봄을 즐기며, 바둑으로 긴 여름을 보내네.
▶ 棊局(기국) : 바둑판, 局은 '판 국’.
洛陽古多士, 風俗猶爾雅.
낙양엔 예부터 선비가 많아, 풍속은 아직도 우아함을 지녔네.
▶ 洛陽 : 周나라 이래의 東都로서 河南省 偃師縣 서쪽 洛水의 북쪽 기슭에 있는 고대 문화의 중심지.
사마광의 獨樂園은 이 낙양에 있었다.
▶ 爾雅(이아) : 우아함에 가깝다. 爾는 가까울 彌와 통하는 글자.
先生臥不出, 冠盖傾洛社.
선생은 들어앉아 세상에 나서지 않으나, 관 쓰고 수레 탄 낙양의 명사들이 모두 몰려드네.
▶ 臥 : 눕다. 臥不出은 틀어박혀 있으면서 세상에 나가 벼슬하거나 활동하지 않는 것.
▶ 冠盖 : 冠을 쓰고 수레에 포장을 달고 다니는 귀인들.
▶ 傾(경) : 모두 모여드는 것.
▶ 洛社 : 洛陽의 문인·사대부들의 結社. 그때 文彦博은 은퇴한 뒤
낙양에서 富弼·司馬光 등과 洛陽耆英會를 결성하였다.
그 회원은 공경대부로서 退官한 나이 71세 이상의 諸老 12인이었다.
사마광은 그때 아직 50이었으나, 제로들이 모두 흠모하여 모여들었다.
洛社란 이 '기영회' 따위를 말한다.
雖云與樂, 中有獨樂者.
비록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고 하나, 그 속에 홀로 즐김이 있네.
▶ 與衆樂 : 大衆과 더불어 즐기다. 《孟子》 梁惠王 下에도 王道를 권하여
'대중들과 음악을 즐긴다.'라고 하였다.
▶ 獨樂者 : 자기 홀로 道를 즐기는 것. 《論語》 述而편에서 孔子가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은 또한 그 속에 있다.’라고 한 따위가 獨樂者이다.
才全德不形, 所貴知我寡.
재능이 완전한데도 덕은 나타나지 않으니, 귀히 여기는 것은 나를 알아주는 이 적은 거네.
▶ 才全德不形 : 재능이 온전한데도 덕이 나타나지 않음.
《莊子》 德充符편에 나오는 말로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그 效用,
곧 덕을 외면에 나타내지 않는 훌륭한 사람을 말한다.
▶ 所貴知我寡 : '귀히 여기는 바는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은 것'.
《老子》 70장에 '나를 알아주는 이 드묾은 곧 내가 귀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先生獨何事? 四海望陶冶.
선생께선 홀로 무슨 일을 하시는가? 온 세상이 나와 일해 주시기 바라는데.
▶ 陶冶 : 陶는 질그릇을 구워 만드는 것, 治는 쇠를 부어 그릇을 만드는 것.
사마광이 재상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兒童誦君實, 走卒知司馬.
아이들도 선생의 자인 君實을 외우고, 낮은 하인들도 선생의 성인 司馬를 아네.
▶ 君實 : 사마광의 字.
▶ 走卒 : 下僕. 하인.
持此欲安歸? 造物不我捨.
이런 명성을 가지고 어디로 가시려 하는가? 조물주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네.
▶ 持此 : ‘이것을 가지고'. '이것'은 이러한 명성을 뜻한다.
▶ 安 : 어찌. 어디로. 安歸 : '어디로 돌아가는가?' 곧 이러한 명성을 두고 어디로 피해 홀로 갈 수 있겠는가?
▶ 造物 : 조물주. 만물을 만드신 하늘. 또는 하느님.
▶ 不我捨 :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 당신 홀로 물러나 있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뜻.
名聲逐我輩, 此病天所赭.
명성이란 우리를 쫓아다니는 것이어서, 이 병은 하늘이 붉은 옷을 입힌 것이네.
▶ 此病 : 명성이 우리에게 붙어다니는 병.
▶ 赭(자) : 붉은 옷. 죄인의 옷임. 天所赭는 하늘이 天刑의 표시로 붉은 옷을 입혀놓음과 같다는 뜻.
撫掌笑先生, 年來效喑啞.
손뼉을 치며 웃으시며 근래에 벙어리를 흉내내네.
▶ 撫掌(무장) : 손뼉을 치다.
▶ 效喑啞(효음아) : 벙어리 흉내를 냄. 暗과 亞는 모두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
이것은 어지러운 나라 정치에 관심이 없는 듯 입을 다물고 있음을 뜻한다.
해설
이 시는 獨樂園을 빌어 司馬光의 爲人과 人德을 칭송한 것이다.
蘇東坡에게는 《唐宋八家文》에 또 <司馬神道碑>가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이 신도비에도 백성들이 사마광을 얼마나 흠모했고 또 얼마나
그가 나와서 정치를 해주기 바랐던가 누누이 기술하고 있다.
이 시의 첫 8구는 덕 있는 군자가 隱居하기에 알맞은 아름다운 독락원의 풍경과 그 속의 유유한 생활을 읊고 있다.
다음 8구는 洛陽의 사대부들 가운데서 사마광이 얻고 있는 명망과 그의 德을 읊은 것이다.
다시 끝 8구는 온 세상 사람들이 사마광이 나와서 정치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읊었다.
사마광이라면 아이건 下僕이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러한 명성을 지녔으매, 하늘의 숙명으로 자기 홀로 은거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