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식지에 #스쿨미투 관련 글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인천 에서 스쿨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의 발자취를 되짚어가며 글을 썼습니다. #청소년혐오 와 #여성혐오 가 뒤엉켜있는 학교문화를 바꾸려는 스쿨미투는 앞으로 한국 교육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청소년의 외침으로, 비청소년의 지지로, 배움의 공간이 아닌 경쟁과 입시를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 학교를 우리는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기고 글 ===
#스쿨미투 가 학교를 바꾼다
- 인천페미액션 활동가 문지혜
지난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고발로부터 시작한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각 곳에 존재했던 성폭력을 드러냈다. 각 분야로 이어진 미투 운동은 작년 3월, 서울의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학교 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인 #스쿨미투 운동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스쿨미투 운동은 인천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2018년 5월 신명여고에서부터 시작한 인천 스쿨미투 운동은 한 해동안 9개의 학교에서 이어졌다.
스쿨미투 운동은 온전히 청소년의 자발적 참여와 용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촛불혁명 시 수많은 청소년이 함께 나와 광장에서 목소리를 냈고, 마침내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들어냈다. 청소년은 충분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학교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이다. 또한 인권 감수성도 뛰어나고,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깊은 청소년이 많아졌다.
스쿨미투를 접한 후, 비청소년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내가 예전에 학교에 다녔을 때 당했던 일이 아직도 있다니...” 과거 비청소년들이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겪었던, 성희롱, 성차별 등 성폭력의 기억들, 인신공격과 차별들.. 그 일들이 아직도 21세기 학교 현장에 존재한다. 여전히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애정이라는 포장 아래 남아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학교뿐인가. 비청소년의 직장에, 모임에, 동네에, 가정에.. 아직도 성폭력적 문화는 깊이 스며들어 있다.
청소년은 자신의 공동체인 학교에서 성폭력적 문화를 극복하고 성평등한 공동체로 변화하기 위해 치열히 싸우고 있다. 스쿨미투 운동은 내부고발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발자로 밝혀질 때 불이익(생활기록부 보복, 징계 등)을 당할 수 있음에도 청소년들은 이 운동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매일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차단된 폐쇄적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 안에서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를 이어가고, 대책을 요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천에서도 스쿨미투가 일어난 학교에서 교사가 친한 학생을 시켜 고발자를 색출하거나, 학교 내에 미투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혐오적 언어로 스쿨미투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공론화 계정을 운영하던 학생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여 교사와 학생이 법적인 공방을 이어가는 등 스쿨미투 학교에는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쳤다.
지난 12월 스쿨미투 운동을 이어가던 한 청소년은 “우리에게 부모는 없습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명 대학을 잘 보내는 명문학교로 소문이 났던 이 학교에서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다수의 학부모는 이 운동을 지지하지 않았다. 성명서의 내용에는 내신에 불이익을 당할 때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오던 부모들이 학교에서 자녀가 당한 인권침해에는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혼을 내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스쿨미투 운동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은 질문한다. 무엇이 중요하냐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부모의 지원이, 비청소년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인천페미액션>은 스쿨미투가 일어난 학교 앞에서 스쿨미투 지지캠페인을 통해 직접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만났고, 미투 뱃지를 전교 학생들에게 나누는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인천의 여성단체들과 더불어 인천시교육청에 성인식개선팀 설치를 이루어내고, 인천 스쿨미투 집회를 개최하여 스쿨미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실질적인 대책을 교육당국에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쿨미투 지지 캠페인을 통해 만난 청소년들은 학교 내에서 이루어진 스쿨미투의 목소리가 학교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의 페미니스트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였고 반가워했다. 학교 밖에 슈퍼에 뛰어가 저희에게 음료수를 건내며 고맙다고 말하고, 가방에 뱃지를 단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스쿨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스쿨미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스쿨미투를 소비하거나, 교사와 학생의 대립처럼 묘사하기도 하지만 결국 스쿨미투는 학교 공동체 문화를 평등하고 안전하게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사실 이 글의 대부분을 스쿨미투 운동 청소년에 대한 내용으로 채웠지만, 학교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공동체 구성원인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최근 스쿨미투가 일어난 학교에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가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대책과 예방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하다.
2019년이 되어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한 인천의 스쿨미투는 3월 이후 더 많은 학교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이가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동료시민으로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할 수 있다. 스쿨미투는 학교를, 한국 사회를 바꿀 것 이다. 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용기, 우리가 서로의 용기가 되길 바란다.
첫댓글 침묵하지 않은 학생들. 지역의 페미니스트의 지지가 학생들이 만들어낸 불꽃을 키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