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찍었다는 영화.
의외로 인천은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는 양옥집 외에 차이나 타운 조계지 풍경도 나오네요.
사춘기 소녀 옥주와 개구쟁이 동주 남매는 아빠와 함께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반지하 집을 떠나 할아버지 홀로 사는 2층 양옥집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친구집에 머물던 고모도 짐을 싸 들고 오지요. 사실은 남편과 싸우고 여러 날을 친구 집에 있다 온 듯.
즐겁지 않은 이유로 별 수 없이 함께 지내게 된 가족은 비빔국수를 나눠먹고 할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해 케이크를 자르며 일상을 공유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고 심심한 일상이지만 이들에겐 각자의 고민거리가 있었죠.
승합차에 운동화를 싣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아빠는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혼자 남매를 어떻게 부양할지 걱정이고, 고모는 이혼을 생각 중이지요.
옥주는 연락이 뜸한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고,
엄마를 만나고 싶은데 자꾸만 반대하는 누나 때문에 신경이 쓰입니다.
‘남매의 여름밤’의 장점은 흔하디 흔한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착한 가족도 아니고, 서로 할퀴면서 괴롭히는 가족도 아닌 정말로 평범한 가족.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는 문제로 의견 일치를 본 아빠와 고모는 집 처리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 아빠와 고모의 행동에 옥주는 화가 납니다. 할아버지에게 말도 안 하고 자기들끼리 집을 나눠가지려고 집을 내놓은 그들이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 이런 게 우리가 흔히 보는 가족이겠죠?
재산 문제로 서로 눈치를 보다가,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대성통곡하며 슬퍼하고.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오래된 2층 양옥집과 정원, 그리고 여름날의 다양한 빛입니다.
노인 혼자 사는 집 답게 거칠지만 풍성한 정원의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회환, 아쉬움. 그런 것들로 다소 슬픈 영화.
첫댓글 독립영화가 뭔가요?
찾아보니 제작사나 투자자의 지원을 받지 않고 만드는 영화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한 게...
어쨌거나 돈이 드는 작업이고 어쨌거나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는 일인데...
기준이 좀 모호한 거 같네요.
이름은 독립. 거창한데.
또 찾아보니 이윤추구보다는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는 영화라고 하네요.
흠. 이걸로 정리하면 되겠어요.
개인이나 동호인 등에 의한 후원으로 이루어지면서 창작자의 의도와 제작방식이 우선시되는 영화라고요.
예, 담담하게 끝까지 잘 찍었더라구요. 평도 좋구요.
근데 첫장면에서 내 눈에도 헛점이 보였어요. 철거되는 집에서 다마스에 짐을 가득 싣고 떠나는데...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는데 뒤에 실은 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많이 헐렁해진 느낌이랄까? 아마도 촬영이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그런 것 아닐까 하는.ㅋㅋ 별 이상한 게 눈에 띄네요.
나도 보려고 점찍어 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