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포석 조명희 전국백일장 심사평
시 부문 심사위원 임성구(시인,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수필 부문 심사위원 권대근(수필가, 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문학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간학인 문학을 발전시키고 고급화해야 할 것이다. 2024년 제31회 포석 조명희 전국백일장 일반부 장원은 시 부문 홍성준의 <우체통>이, 차상은 수필 부문 박준우의 <징검다리>가, 차하는 수필 부문 박정미의 <우체통>이 차지하였다. 초등부 장원은 수필 부문 이아현의 <간이역>이, 중학부 장원은 수필 부문 이준용의 <아이돌>이, 고등부 장원은 시 부문 유서연의 <시계>가 뽑혔다. 일반부 응모작 중에는 좋은 소재를 감동시킬 만한 구조와 미학으로 발전시켜 장원을 차지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 있었으나, 주어진 시제가 달라 제외된 작품이 있어서 못내 아쉽다. 입상작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모두 묘사력이 좋고 문장력도 탄탄했다. 시제를 다루는 솜씨가 남달랐으며, 감정을 매만지는 솜씨가 탁월했다. 무엇보다도 기본기가 다져져 있어서 좋았다.
문학은 세상 보기다. 내밀한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작업은 자기 치유와 성찰을 낳는다. 이는 나를 이해하고, 또 누군가를 이해하며 나아가서 한 시대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진천이 낳은 포석 조명희 선생의 문학혼을 기리기 위한 백일장에 공모된 글의 높아진 품격은 문학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고 있었다. 바쁜 삶의 여정에도 문학의 끈을 놓지 않은 응모자들의 절절한 글을 읽으며 우리 심사위원은 심사를 하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문학은 예술이기에 ‘품격’과 ‘맛’을 요한다. 창작에 있어서 정해진 어떤 법이라는 것을 굳이 말한다면, 그것은 메시지를 어떤 방법에 의해 미적으로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의미의 조형화다. 문학은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라는 측면에서 문학성을 유지해야 한다. 입선한 작품들은 다른 응모작에서는 볼 수 없는 미적 울림구조를 확보하고 있었다.
일반부 장원작인 홍성중의 시 <우체통>은 가족과 단절된 노인의 외로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잘 형상화해 내었다. 시가 기본적으로 미적 대상임을 전제할 때, 시 속에서 생성된 미의식을 음미하는 것은 작품해석의 최종적인 단계에 해당된다. 그것은 곧 작가가 주제로 형상화해 낸 ‘소외’의 빛깔이자, 심오한 성찰 속에서 획득되는 철학적 울림의 멋과 힘이다. 구체어를 통한 노년의 내면풍경 보여주기는 이 시 최대의 강점이라 하겠다. 차상작인 박준우의 수필 <징검다리>는 육십여 년 전의 어릴 적 고향에 있는 징검다리에서 할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곡소리를 소환,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쉬움을 정조준하여 ‘정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내었다. 자신의 과거를 잃고 현재에 묻힐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회상을 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수필적 생활이다. 차하작인 박정미의 수필 <우체통>은 느린 우체통에 담긴 아들의 편지를 읽는 어머니의 애잔한 마음이 진한 감동을 우려낸다.
심층에서 숙성시킨 소재 통찰의 결과를 표층에 끌어내어 미적 구조화를 이루고, 주제의 울림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글쓴이의 높은 문학적 안목과 구조화 능력이 만들어 내는 힘이라 하겠다. 벼랑 같이 느껴질 정도의 안타까움이 녹아든 어구를 적재적소에 놓을 때까지 그들은 감각의 촉수를 갈고 닦았으리라 본다. 당선작들은 전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지향성을 섬세하고 세련된 정서로 잘 담아내었다고 하겠다. 진천문학의 성장, 나아가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가슴 따뜻한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2024년 전천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전국백일장 공모전 수상자들께 축하를 드린다. 수상자로 선정되는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수상자에게 더욱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