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적인 사람
김분홍
벚꽃 개화에도 표준목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해마다 표준목에 고시한 세 송이 벚꽃이 개화의 척도가 된다
여의도 윤중로에 있는 표준목과 기술표준원에서 고시하는 표준은 달라 보였지만 실은 다르지 않다
한때 표준적인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
사회의 표준목이 되고 싶었지만 나는 빈약한 줄기였다
수십 년 동안 개화하지 못한 채 꽃을 보여주겠다고 공덕동을 기웃거리거나 육교를 찾지 못해 난간을 걸어 다녔다 중심에서 밀려 난 나는 유행 지난 BCBG 꽃무늬 원피스에서 표준을 찾았다
어떤 해에는 표준을 벗어난 사람과 연애하다가 잠깐 개화했다
매년 기상청의 표준목 개화 시기 예측은 실패했고 벚꽃축제를 기다리는 상인들에게 혼선을 주었다
그때마다 벚꽃은 조금 늦거나 일찍 폈다
표준을 벗어난 벚꽃들 그 사이를 걸으며 나는 표준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규격 없는 규격 미달의 봄이 내게 만개했다
_시집 『가족이라는 기후』 (상상인, 2025)
_김분홍 시인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 『가족이라는 기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