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써 보려고 생각하던 건데 귀차니즘으로 미루고 미루다 한겨울 방콕 킬타임용으로
끄적거려 봅니다.
난로에 굴뚝이 있듯이, 바이크에는 배기장치라고 불리는 굴뚝이 붙어있지요.
굴뚝은 뭘 하는 장치일까요?
1. 연소를 돕는다.
2. 배출을 돕는다.
모닥불을 피울 때 장작을 좀 들쳐서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면 불이 더 잘 타오르고 나아가
아궁이를 만들어 연기가 빠지는 통로(굴뚝)를 붙여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태워 필요한 열을 얻으면 필연적으로 재와 연기가 발생합니다. 굴뚝이
없다면 연기는 제 멋대로 날려 집 안에 꽉 차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연기가 집 밖으로 잘
배출되도록 굴뚝을 설치해야 합니다.
바이크의 굴뚝(배기관+머플러)도 같습니다.
엔진의 연소실에서 혼합기를 태울 때 연소효율을 높여주고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배기관이 없다면 엄청 뜨거운 화염상태의 배기가스로 인해 사람이 잘 익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바이크의 배기장치는 좀 더 절묘하게 다듬어야 하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보기에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는 공기중으로 나오는 순간 팽창하면서 큰 소리를 냅니다.
이 굉장한 폭팔(팽창)음은 공무원분들이 싫어하므로 배기관 끝에 머플러(사일렌서)를
장착해서 줄입니다.
배기가스 안에는 각종 유해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역시 공무원분들이 아주 싫어하므로
캐털라이저를 설치하여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바이크의 굴뚝인 배기장치는 배기관+캐털라이저+머플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굴뚝이 바이크의 성능을 크게 좌우합니다.
배기가스가 연소실에 장착된 배기관을 통해 빠져나가는 순간에 극심한 압력 차가 생기는
동시에 강력한 압력파가 발생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혼합기를 연소실로 강하게 많이 빨아들이고 배기관 안을 음속으로 왕복하는
압력파 덕분에 충진효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배기관의 길이와 굵기를 최적으로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흡/배기 밸브가 따로 없는 2스트로크 엔진의 배기관은 이 효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므로 사슴을 삼킨 뱀처럼 독특한 배기관(챔버)의 형상을 가지게 되었지요.
하여튼 4스트로크 엔진도 이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배기관의 굵기와 길이를 적절히
만들어 주는데.. 여기서 바이크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세팅이 나오게 됩니다.
일반적인 시판 바이크는 제조사측에서 다양한 라이더와 운전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장 안정적이고 다루기 쉬운 출력 특성이 나오도록 순정 배기관의 형태를 만듭니다. 즉,
중저회전형 배기관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순정 배기관은 중저회전에서 고른 힘이 나오고 다루기 편한 출력 특성을 보입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반면에 스포츠바이크로 갈수록, 특히 레이스 머신의 배기관은 오로지 고회전에서 최대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배기관의 형태를 만듭니다. 대체로 고회전형으로 갈수록 굵으면서
길이는 짧아집니다.
애프터마켓에서 발매되는 튜닝용 배기관들이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이는데 고회전에서
힘을 내는 대신 중저회전에서는 순정보다 힘이 나오지 않거나 출력 특성이 까다로와서
바이크의 성격 자체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는 것이 배기관은 그대로 두고 메인 파이프와 머플러 부분만
교체하는 슬립온 형식의 제품들입니다.
흔히 머플러 교체라고 하면 이 경우가 많아서 순정 상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고회전에서
힘이 나오는 편이지만 역시 출력 특성은 조금 거칠어지는 편입니다.
순정 배기관과 슬립온의 배기관은 얼핏 길이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순정 배기관의 경우 충분한 길이를 확보하기 위해 머플러 내부까지 파이프가 연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겉보기보다 길고 굵기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머플러 자체는 소음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지만 내부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서
성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 밖에도 배기관의 재질이나 기통간 접합 방법과 형태 등에서 성능상의 차이가 오고
출력 특성의 세련미가 달라지는 결과가 나타나지만 이 부분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순정 머플러 속을 훑어냈다거나 철공소에서 파이프를 용접해서 눈대중으로 머플러를
자작해서 장착하는 경우도 논외로 하고 싶네요.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디자인과 소리를 우선시하는 분들도 계실테고, 고회전 파워를
얻기 위해 거금을 들여 풀시스템을 구입하시는 분도 계실테고, 안정된 성능을 좋아해서
순정 상태를 고수하는 분들도 계실테지요.
다만, 배기장치를 교체했을 때 나타날 변화에 대해서 작은 숙고 정도는 필요하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배기시스템 교환의 의의 또는 주목적.
레이스바이크: 경량화/고회전파워
스트릿바이크: 사운드변화(증가)/외형,디자인요소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잘 봤습니다...^^
'배기관이 없다면 엄청 뜨거운 화염상태의 배기가스로 인해 사람이 잘 익게 되겠지요'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네요.^^
문득 ... 불량공무원님도 싫어할까요..ㅋ_ㅋ
이해가 잘 가도록 설명 감사합니다. 예전에 저도 친구랑 머플러 만들어 단 적이 있는데.. 순정 머플러를 쪼개봤더니 생각 보다 파이프가 많고 복잡한 구조더군요. 달랑 석면or소음 흡입장치등으로 둘러 쌓인 그런 모습은 아니더군요. 방장님께서 설명해주신 그런 부분이 지금에야 아주 잘 이해가 가네요. 머플러 길이와의 관계도요 ^^ 내년에 머플러를 바꿀려면 ^^;; 길이도 신경을 써야 겠군요.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
남자던 바이크던 길이엔 신경을 써야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ㅋㅋ 물론 길이보단 두께가 중요하겠지만..... ㅎㅎ
자비 형님 다 필요없고 테크닉만 중요해요... ㅋㅋㅋ 테크닉이 없으면 라이딩도 없습니다
칼자비님 댓글 보고 맘 아파하는 1人...튜닝이 대세로구나!
남자의 에센스님이 튜닝을 전문으로 하신답니다 ㅋㅋ
위생님 잘못된 생각입니다 테크닉이 우선입니다 현옥 되지 마세요
전 60억분의 1의 사나입니다
항상 좋은정보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쉽게 이해가 가네요. 저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