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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 릴케, '두이노의 비가' 中 은희경의 아홉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그녀는 '한가지의 고독을 이겨냈다'는 말로, 또 하나의 소설을 완성한 소감을 전한다. 수록된 단편 모두 개성과 색깔이 뚜렷하지만, 비루하고 초라한 삶들을 조용하게 연민하며 공감의 시선을 보내는 점과 특유의 경쾌한 문체는 한결같다. 2006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었던 표제작을 비롯하여 한편 한편 공들여 쓴 중단편 총 6편이 수록되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포함한 가족관계 속에서 삶과 정체를 탐구했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현대의 고독하고도 분열적인 인물을 다루고, 그 소소한 일상의 국면에서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그녀의 섬세한 시선과 서사가 빛을 발하는 소설집이다. 2006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던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서른다섯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전작이었던 장편 『비밀과 거짓말』이나 소설집 『상속』의 표제작에서 은희경이 바라보던 ‘가족’과 ‘아버지’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어릴 적 아버지와 만나던 이태리 식당에 걸려 있던 보띠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잊을 수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뚱뚱한 모습만을 보였고, 이제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매일 먹는 밥을 거부하는 다이어트란 결국 인간의 문명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주인공은, 끝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달라진 모습으로 빈소를 찾고, 아버지는 「비너스의 탄생」을 유품으로 남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음식에 대한 거부와 연결된다. 또한 이번 소설집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긴장과 착종이다. 서사를 따라 충실하게 읽다보면 소설 속에서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적 현실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일정한 패턴을 배반함으로써 긴장을 만들어”(「의심을 찬양함」)내듯이, 하나의 허구(소설) 안에 허구적인 설정이 겹겹으로 등장한다. 바깥의 허구(소설 속의 현실)보다 더 허구적이고 황당한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소설 속 삶과 현실은 오롯하게 다른 차원의 삶으로 열리며 진정성을 얻는다. 겹겹의 허구 속에서 한 차원 다른 생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고독의 발견」에서 거짓말도 못하고 별볼일도 없는 만년고시생 주인공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면 잠에 빠졌고, 그뒤로 펼쳐지는 일들은 꿈속처럼 묘한 분위기이다. 한 사내가 나타나 W시의 여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W시에서 난쟁이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을 여러 개로 쪼갤 수 있다고 말하며 나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모두 꿈속 상황이고 인물이다. 다시 꿈에서 깬 K는 제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고독을 발견하고 소리없이 오열한다. 「의심을 찬양함」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도플갱어를 설정해놓고, 현실의 우연과 필연의 통계학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주인공 유진은 친구 S의 결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자신이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은 책을 들고 탄 남자와 동석을 하게 되고,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 살던 당시의 일을 떠올린다. 유진은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잘못 배달된 사과상자의 주인이라며 찾아온 오피스텔 옆동 남자를 동일인으로 생각하고 만날 약속을 하지만, 정작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은 그 남자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자신의 형이 고의적으로 유진에게 접근했다며 세상에 운명이나 우연은 애초에 없고 과학과 인과관계의 법칙에 의해서만 지배될 뿐이라고 유진에게 강변한다. 「날씨와 생활」에서는 꿈 많은 몽상소녀 B가 출생의 비밀이나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자신을 끊임없이 상상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오히려 냉혹하기만 하다. 잔뜩 긴장한 B는 할부 책값을 받으러 온 수금원과 어머니의 담담한 모습에 주체할 수 없이 큰 웃음을 터뜨린다. 상상(혹은 환상)과 현실의 팽팽한 긴장이 풀리며 쏟아져나온 그 허탈한 웃음이야말로 은희경 문학의 진정한 페이소스이다. 끝까지 비극인 인생도, 마냥 희극인 인생도 없다는 명확한 이치를 깨달은 어린 소녀는 누구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삶이 녹녹하지 않듯이 소설도 쉽고 잘 읽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작가는 문장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여 수사적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로 말하자면,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섣부른 전망을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끝내 허망하기까지”(해설 ?거대한 고독, 인간의 지도?) 하다고 풀이한다. 선 굵은 서사 대신 독특한 서사와 인물을 통해 작가는 범상치 않은 일상과 현실의 단면을 극적으로 클로즈업함으로써 냉소와 위악 대신, 조용하고 나직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수사든 서사든 무색무취하게만 느껴지지만, 삶과 현실을 관통하는 힘은 그의 전작이나, 요란한 그 무엇보다 힘이 세고, 그래서 아름답다. 이를 두고 김중혁은 흑백영화의 무궁무진한 색감에 비유하며 “그곳은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의 몸을 더 잘 깨달을 수 있고, 불편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뒤표지 글)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날씨와 생활」을 오디오북으로 꾸며 책과 함께 선보인다. 꿈많은 어린 몽상 소녀의 유쾌 발랄한 상상 속 세계와, 상상과 다른 냉혹한 현실을 빗댄 이 작품은 누구나의 유년시절일 법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오디오북에는 작가의 육성으로 소개하는 작품 설명과 성우들이 낭송한 작품이 실려 있다. 책과 문자로만 만나던 문학작품을 오디오로 듣는, 귀로 읽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예스24 제공] |
작가 소개 |
저자 | 은희경 |
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의무감 비슷한 마음으로 항상 사게된다. 이책은 그전의 은희경의 문체랑은 조금 다른듯함을 느낄수 있다. 읽은 지 몇일 안됐는데 요번 정모에서 느티나무님께 분양해드렸음 ㅋㅋㅋ 단편집이라 그런지 좀 어렵기도 하고 뒤 후기를 읽고서야 이해되는 내용들도 있지만 맹목적인 신뢰가 있어서 그런지 실망스럽지 않은 책이었다. 답답한 지금의 현실을 잘 표현 해준것 같기도하고 .... 빨리 장미의 이름을 끝내야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책을 볼텐데... 속도를 좀 붙여야 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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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책제목이 끌리게 하네요... 저도 시간을 만들어 은희경님의 글을 접해봐야겠네요... 후기 잘 봤슴돠..ㄳㄳ
다음에 저도 한번 분양 받아야 겠네염..ㅋㅋ
천천히 보세요,,,,마치 님이 책의 저자인것 처럼,,,^^
이번에 분양받아서 오늘 다 읽었어요~ 저도 뒤에 후기 꼼꼼히 읽어봐야 알겠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