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기(紫蘇葉)에 얽힌 화타 이야기
▶ 차조기에 얽힌 화타 이야기
음력 9월은 국화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다. 어느 도시에 돈 많은 집안의 자제들이 반점(飯店)에 모여 게 먹기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시합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창 고조되었다.
중국의 반점은 음식을 팔고, 숙박도 하는 곳이다. 이 시기의 게는 큼직한 데다 살도 찌고 신선하여 입맛을 한층 돋우었다. 조금 있으니 탁자 위는 게 껍질로 산을 이루었다. 이때 명의 화타(華陀)가 제자를 데리고 반점으로 들어왔다.
화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게를 먹어대는 젊은이를 눈여겨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게는 찬 성질의 음식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소."
"내 돈 내고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는데 무슨 상관이요! 당신은 참견할 일이 아니오."
"너무 많이 먹어 배앓이를 하면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가 있어요."
"겁주지 마시오! 게 맛 떨어지게 시리. 먹고 죽더라도 당신과는 관계가 없으니 걱정 마시오."
술이 취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던 젊은이는 처음부터 화타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정말 맛있군! 게를 먹고 죽었다는 소리는 여지껏 들어 본 적이 없어. 자, 실컷먹어라! 괜시리 늙은이가 입에서 군침이 도는가 보군."
권하는 말을 젊은이가 듣지 않자, 화타는 반점 주인을 향해 말했다.
"그들이 계속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주인 역기 청년들이 먹으면 먹을수록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화타의 충고를 외면하였다. 그러자 화타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제자와 앉아 술을 마셨다.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게를 먹던 젊은이는 배가 아픈지 배를 움켜잡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전신에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급기야는 너무 아파 탁자 아래로 뒹굴었다.
"아이구, 나 죽겠다! 빨리 의원을 불러줘요!"
주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좋아! 내가 진찰을 해보지."
화타가 말하자, 젊은이는 머리를 들어 보았다. 아까 게를 너무 먹지 말라고 권하던 노인이 아닌가? 그제서야 청년은 그 사람이 의원인 줄 알았다.
"의원님! 살려 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제발 치료해 주세요."
"돈은 필요없네. 그리고 이후부터는 고집 부리지 말고 어르신들의 충고를 잘 듣게나."
화타는 제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반점 부근에 자라있는 자색(紫色)의 줄기와 잎을 따서 달인 탕을 젊은이에게 먹였다. 조금 지나자 젊은이의 복통은 점점 사라졌다. 화타는 젊은이를 치료하면서 생각했다.
'이 자색 약초의이름이 아직 없구나. 환자가 먹고 난 후 몸이 편하니 <자서(紫舒: 자색의 풀을 먹으니 편하다>라고 이름 짓자.'
화타에게 치료를 받은 젊은이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돌아가려했다.
"큰일날 뻔했구나! 이후로는 젊다고, 돈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건강도 중요시 하게나."
"네,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반점 주인도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제자가 화타에게 물었다.
"스승님! 이 풀이 게의 독을 없애 준다는 말이 어느 책에 쓰여 있습니까?"
"책에는 없다. 내가 동물이 먹는 것을 보고 알았다."
어느 여름날, 화타가 강남(江南)의 강가에서 약초를 채취할 때였다.
강남은 지금의 양자강 하류에 위치한 남쪽 지역을 말한다. 우연히 수달이 큰 고기를 잡는 것을 목격하였다. 수달은 힘들게 잡은 큰 고기를 있는 힘을 다해 삼켰는데, 배가 불룩하여 거의 터질 것 같이 보였다.
삼킨 고기가 너무 커서인지 수달은 물 속에서 기진맥진해 하다가 겨우 강가로 기어 나왔다. 조금씩 몸을 움직여 강가 풀이 있는 곳까지 다가가 누웠다. 그리고는 수달이 여러 풀들 중에서 자색 풀을 뜯어 먹었다. 조금 있으니 이전의 상태에 비하여 많이 좋아진 듯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활달하게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을 지켜보던 화타는 자색의 풀이 물고기의 독을 해독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고기는 서늘한 성질이 있고, 자색의 풀은 따뜻한 성질이 있는 식물이다.
화타는 훗날, 이 약초로 환약과 가루약을 만들었다.
이 약은 구한(驅寒: 찬성질을 몰아내는 것)의 성질이 있어 오한(惡寒), 두통, 발열, 신체통, 관절통, 복통, 설사 등 한기(寒氣)로 인해 생긴 병에 효과가 있고, 소화 기능을 강화시키며, 폐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고, 기혈 순환을 도와주며, 장(腸)의 연동 작용을 촉진시키고, 갈증을 없애주고, 담(痰)을 제거해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 차조기의 효능
왜 후세 사람들은 화타가 <자서(紫舒)>라고 이름지었던 이 약초를 <자소(紫蘇)>라고 부른는가? 그것은 서(舒)와 소(蘇)는 중국식 발음이 같아 시간이 흐르면서 자소(紫蘇)로 쓰여진 것이다. 자소는 차조기 잎으로, 사탕의 2백 배에 이르는 단맛을 내고, 또 부패하는 것을 막아 준다.
자소(紫蘇)는 자색(보라색) 나는 깻잎으로서 보신탕이나 생선 매운탕에 많이 쓰인다. 보신탕이나 생선회를 먹을 때 이것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이유는 이 깻잎 때문이다.
자소는 감기, 초기에 해혈 작용과 항균 작용을 하며, 혈당을 높여 준다. 기를 순환시켜 주며, 임산부의 태동 불안에도 좋으며, 생선이나 게를 먹고 탈이 났을 때 효과가 있다.]
차조기의 숙존 꽃받침인 자소포(紫蘇苞)는 빈혈, 감기를 치료한다.
하루 3.75~7.5g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본경봉원>에서는 "망혈(亡血)로 대허(大虛)한 경우나 임신, 산후에 발산시키는 데는 자소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것은 기미(氣味)가 모두 약하기에 지나친 땀흘림으로 중초를 상하게 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고 적고 있다.
차조기의 줄기인 자소경(紫蘇梗)의 채취는 늦가을에 지상 부분을 베어 작은 가지, 잎, 열매를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다. 또는 늦은 여름에 자소엽을 채취했을 때는 굵은 줄기를 잘라서 햇볕에 말린다. 맛은 맵고 달며 성질은 약가 따뜻하고 독이 없다.
비, 위, 폐경에 작용한다. 기의 순환을 조절하고 울결된 것을 풀어주며 통증을 완화하고 태를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기울(氣鬱), 음식에 체한 증세, 흉격비민(胸膈痞悶), 완복(脘腹)동통, 태기불화(胎氣不和)를 치료한다. 하루 6~12g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차조기 잎인 자소엽(紫蘇葉)의 채취는 9월 상순(9월 8일 전후)에 가지와 잎이 매우 무성하고 화서가 나오기 시작할 때 채취한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서 말린 후 잎을 취한다.
약리작용에서 해열 작용, 항균 작용, 혈당수치 상승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폐, 비경에 작용한다. 사기(邪氣)를 표면에 발산시키고 냉기를 발산하며 기의 순환을 조절하고 영(營)을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풍한(風寒) 감기, 오한 발열, 해수, 천식, 흉복 창만, 유산 및 조산을 치료하며 물고기와 게의 독을 잘 해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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