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의 「반성 673」 감상 / 박준
반성 673
김영승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시집 『반성』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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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밖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지만 만났을 때 공연히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 서럽다는 말에는 애틋하다 애처롭다 가엽다 미안하다라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울러 반가우면서도 난처하며 동시에 근원을 알 수 없는 화도 조금은 섞여드는 것일 테고요. 그렇게나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었는데 왜 택시는 안 타고 버스를 타고 온 것인지, 번번이 밥때를 놓치고 다니는 것인지, 이제 그 옷은 그만 입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아직도 그 외투를 입는 것인지. 이런 물음들도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냥 웃고 마는 것이 보통입니다. 내 앞에 선 그가 나를 보며 웃는 것처럼.
박준 (시인)
첫댓글 김영승시인
출생 1959년 10월 23일, 인천
학력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데뷔 1986년 세계의문학 시 '반성' 등단
수상 2014.12. 제1회 형평문학상
박준 (시인)
박준(朴濬, 1983년 ~ ) 서울출생.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출판사 창비에서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년 12월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