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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제18장 第 18 章. 갈등(葛藤). 2. 밤새 저주를 퍼붓던 도일봉은 새벽이 되자 곧바로 남월루를 나섰 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든 대신 해준다는 뒷골목의 청부업자(請負 業者)를 찾아다녔다. 그런 자들을 찾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일봉은 은자 대신 보석으로 값을 치루고 무슨일이 있어도 하루 에 세 번 교영에게 싱싱한 꽃을 보내라고 청부했다. 청부대금은 참 으로 엄청나게 비ㅆ다. 상대에 따라 대ㅔ금이 달라지긴 한다지만 열흘동안 꽃을 전하는데만도 금 세냥을 달라고 했다. 도일봉은 당 장 박살을 내고 싶었지만 교영을 생각해서 꾹꾹 눌러참고 대금을 지불했다. "만약 일을 제대로 못해낸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할게요!" 한마디 해주는건 잊지 않았다. 청부업자는 그날부터 노란색의 국화 한다발을 교영에게 전하기 시 작했다. 꽃을 전하는 방법이야 그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점심시간에 난데없는 황국 다발을 받은 교영은 어리둥절 했다. 교영은 혹시 바얀이 보냈을까 하는 설레임에 꽃 속에 든 쪽지를 펴 보았다. 그곳에는 물론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귀와 도일봉의 서명이 있엇다. "흥흥!" 기대가 어긋난 교영은 콧방귀만 세차게 날렸다. 함께 있던 밍밍이 질투가 나서 쪽지를 빼앗듯 건네받아 살폈다. 물론 밍밍에 대해서 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밍밍이 질투가 끓어올라 코웃움부터 날렸 다. "흥, 좋겠다!" 밍밍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교영은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기는 뭐가 좋다고 그래! 좋으면 네가 가지렴." "너 준거야. 난 안가져!" "난 그를 좋아하지도 않아!" 두 소녀는 토라져서 서로 아웅거렸다. 교영은 화를 ㅅ이지 못하고 황국다발을 팽게친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밍밍이 한참 동안이나 바닥에 널부러진 황국다발을 바라보았다. "도일봉. 나쁜놈!" 욕은 본래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잘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일은 거 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었을 때 다시 꽃다발이 전해졌다. 교영은 정말 난감했다. 이 꽃을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 꽃 때문에 밍밍이 토라져서 말도 안하는데, 이것 때문 에 친구를 잃을 순 없다. 교영은 생각 끝에 꽃을 들고 밍밍을 찾아 갔다. 꽃다발을 들고오는 교영을 보고 밍밍은 무슨 일인지 단박에 알아 차렸다. 밍밍은 코웃움부터 쳤다. "정성도 대단하다!" 교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미잉, 그러지마. 이건 내가 바란 것이 아니잖니? 이것 때문에 우 리의 우정이 상해서는 안돼! 그건 너도 알지?" 밍밍도 물론 그걸 알고 있다. 다만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 뿐이 다. 밍밍이 본래 아무리 쌀쌀맞은 성격이라해도 교영의 마음을 상 하게 하고싶진 않았다. "나도 알아, 미안해."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야. 나 이 꽃 받지 않을게." "그래도 널 생각해서 보내준건데?" "이미 말했듯이 난 그와 관계없어!" 교영은 딱 잘라 말했다. 두 소녀는 또 금세 친해져서 도일봉이 둘의 우정을 갈라놓을뻔 했 다고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일이 끝난건 아니다. 도 일봉의 꽃다발은 다음날도 어김없이 하루에 세 번씩 배달되었다. 교영은 물론 그 꽃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꽃은 어느새 방 문앞에 놓여 있었다. 교영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밍밍과의 우정이 제일 큰 문제 였다. 하지만 문제가 그것 뿐만은 아니다. 이런 소문이 만약 밖으 로 퍼진다면 좋지않은 말들이 나돌 것이고, 바얀도 기분나빠할 것 이다. 벌써부터 사람들의 눈치가 이상해지고 있다. 밍밍도 괜찮다 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여간 화난 것이 아니다. 생일이 다가왔어 도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럴 때 바얀이 나타났 다. 바얀은 교영을 위해 생일선물을 가져왔다. 기마인물도(騎馬人物 陶)다. 몽고특유의 도지가 기술로써 만든 오십개의 기마인형은 참 으로 생동감이 있었다. 바얀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선 물의 받는 교영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했다. 바얀은 이상한 생각 이 들었다. 바얀은 물론 교영을 마음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가정을꾸미고, 안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교영과의 교제는 결혼 을 전제로 했다기 보다는 성주와의 친교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 다. 바얀은 고개를 갸웃 했으나 밍밍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인사부터 했다. "밍밍도 와 있군. 오랜간만이야." 물론 몽고어다. 바얀은 철저한 몽고지상주의 신봉자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다면 결코 한어를 쓰지 않는다. 음식, 옷가지, 장신구등은 철저하 게 몽고것을 애용한다. 바얀과 같은 사고방식은 몽고가 중원에 들 어온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에 드문 편이라 해야했다. 인구가 작 다보니 어느새 한인문화에 휩쓸려 들고 있었다. 바얀은 이처럼 한 인문화에 흡수되는 몽고인을 가장 증오했다. "오래간만이네요." 밍밍은 다만 고개만 끄덕였다. 밍밍도 사실 몽고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한 여인이었다. 교영이 한어를 배울때만 하더라도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그러나 도일 봉을 만난 후로 그 자긍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일봉과 한떼의 도적무리들은 남의집, 그것도 몽고권원의 집에 난입하여 그야말로 무법천지(無法天地)로 놀아났다. 그런데도 사람 들은 그걸 막아내지 못했다. 도일봉 말대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몽 고인 들이었다. 평소 그토록 위세를 부리던 식구들을 비롯하여, 군 졸들 까지도 손한번 써보지 못하고 픽픽 나가 떨어졌다. 물론 밍밍 은 그들 무법자들이 무림의 고수들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만 약 알았다해도 그 첫인상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로 이상하게 도일봉이라는 말라깽이 깜둥이에게 관심이 쏠리 기 시작했다. 낙양에서 바얀이 여인을 인질로 잡고 있는곳에 태연 하게 몸을 드러낸 도일봉을 보고는 그 두둑한 배짱에 감탄하지 않 을 수 없었다.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었던 바얀이 그땐 그처럼 초라 해 보였다. 그럴수록 관심은 도일봉에게 쏠렸다. 이제 바얀을 보아 도 전처럼 대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자연 대하는 태도도 딱딱 하게 변해있다. "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어? 표정들이 왜그래?" 바얀은 어색하게 물었다. 교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일도 없어요. 다만 조금 피곤할 뿐이예요." 생일을 맞아 교영은 확실히 밀려드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피곤한 상태였다. 지금도 저쪽에선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교 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손짓하는 곳으로 가버렸다. 바얀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밍밍에게 물었 다. "밍밍, 무슨 일이야? 무스 일이 있었어?" "몰라요! 교영은 늘 인기가 있으니 그것이 피곤했던 모양이예요. 뜻 밖의 선물도 마음이 쓰이고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인가?" "몰라요. 직접 물어봐요." 밍밍 까지도 토라져서 가버렸다. 바얀은 아무래도 이상하여 교영의 오래비인 마카바스를 찾아갔다. 하지만 교영의 속자성을 알리없는 마카바스는 다만 고개를 가로저 었을 뿐이다. 바얀은 함께 온 시종을 시켜 교영의 시비를 통해서라 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 일렀다. "뭐야? 꽃이라고? 흠. 뜻 밖의 선물이 바로 그것이었나? 누가 보 냈다더냐?" "그건 교영아가씨의 시녀도 모릅답니다. 삼일 전부터 하루에 세 번식 꽃이 배달되어 왔다는데, 교영아가씨는 그 일 때문에 심기가 상해계신 듯합니다. 더욱이 꽃이 배달되고 부터는 밍밍아가씨와 사 이도 다소 어색해 졌다고 합니다." "응? 어허, 하하하. 그럼 서로 질투를 한다는 말이렸다. 어떤 자 인데 그럴까?" 바얀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움을 터뜨렸다. 교영과 밍밍이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바얀은 잘 알고 있었다. 어 릴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친자매 같이 지내던 관계였 다. 교영은 차분하고 수줍움이 많았고, 밍밍은 활달하면서도 새침 떼기다. 그런데도 한낱 꽃 때문에 질투하여 말도 안한다고 하니 웃 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꽃을 보내온 자가 다름아닌 도 일봉임을 알았을 때 바얀의 표정은 서리가 내린 듯 굳어버렸다. "그자가 감히!" 아무것도 아닌 듯 웃고 말았던 바얀이었지만, 상대가 다름아닌 도 일봉이라는데는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리고 말았다. 감히 그 한인 놈이! 그 반역도당이! 이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당장 수하들을 풀어 그놈을 잡아들여라! 그놈은 분명 성 안에 있 다. 성문을 봉쇄하고 놈을 찾아. 함께 온 전 인원을 풀어서라도 놈 을 찾아내. 당장!" "공자님 호위는 어떻하고...?" "상관없다. 속히 수색해!" 바얀은 자신의 신변을 호위하는 열두명까지 모조리 풀어 도일봉을 잡아 들이라고 닥달했다. 바얀의 수하들은 전문가 들인지라 금방 청부업자들을 잡아 족쳤 다. 청부업자는 인정사정 없이 두둘겨 대는 몰매에 견디지 못하고 아는대로 털어놓았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인물은 변장한 도일봉의 모습이었다. 도일봉이 변장을 했거나 말거나 바얀의 수하들은 그것을 토대로 성 안을 수색해 나갔다. 그들의 움직임은 포졸들에 비할바가 아니 었다. 도일봉은 아직도 손삼여의 남월루에 있었다. 손삼여가 꽁지에 불 이라도 붙은 듯 헐레벌떡 달려왔다. "대장, 대장. 큰일 났소이다! 어서 피해야 겠어요." 도일봉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하루도 편할날이 없도록 일이 터지는군! 이번엔 무슨 큰 일이 벌 어졌다던가?" "웃을 일이 아니예요. 웬 무리들이 성 안을 이잡듯 뒤지고 있어 요. 포졸들은 그자들 꽁무니만 좇아다니고 있습니다. 필시 대장을 찾는 것이외다. 어서 산채로 돌아 가십시오!" "포졸들이 아니면 어떤 놈들이란 말인가?"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수색에 불복하거나 낌새가 이상한 놈은 말 도 꺼내기 전에 잡아 족치고 있어요. 이곳에도 곧 들이닥칠 것입니 다. 어서 피하십시오!" "왜 이처럼 서두르나. 알났네, 알았다니까!" 도일봉은 사태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하고 손삼여에게 밀려 장군을 타고 남월루를 떠났다. 도일봉이 남월루를 벗어나기 무섭게 한떼의 포졸들이 들이닥쳤다. 포졸 앞에는 청의인 둘이 기세도 당당하게 설쳐댔다. 도일봉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꽁무니가 빠 지게 도망쳤다. "그놈들. 참 빠르기도 하구나!" 도일봉은 가슴이 뜨끔하여 재빨리 장군을 몰라 마을을 빠져나와 산으로 접어들었다. 숲으로 들어서서야 한숨을 돌리며 장군 등에서 내렸다. "대체 어떤 놈들이야?" 어떤 자들이 그토록 신속하게 움직이는지 궁굼하기 짝이 없었다. 도일봉은 변장을 다시하고는 장군을 숲에 그대로 두고 숲을 나섰 다. 마을은 온통 난리법석이었다. 물롬 도일봉을 잡으려는 수작이다. 도일봉은 행동을 극히 조심하면서 청의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았 다. 분명 관아에 소속된 인물들은 아니다. 행동이 민첩하고 일처리 가 신속한 것이 분명 전문가 들이다. 그러나 하루를 꼬박 좇아다녔 어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밤이 깊어서야 그자들은 성 주의 사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영이 날 잡으려고 전문가들을 고용한 것일까?" 있을 수 있는 일이나 교영이 그토록 악독하진 않을 것이다. 성주의 사가에서 모인 그들은 저희들 끼리 뭔가를 숙덕거렸다. 하 지만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다. 괜시리 다가갔다간 뼈도 못추릴 일 이다. 도일봉은 곧 그곳을 떠나 장군이 있는 숲으로 돌아왔다. 가 을이 깊어가고 있어 밤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이러한 야숙은 오히려 도일봉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다음날. 날이 저물도록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도일봉은 밤이 되어서 교영의 거처 쪽으로 숨어들었다. 건물 앞 뜰에 두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도일봉은 몸을 숨기고 살폈다. 교영과 바얀이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저놈이었군! 저녀석은대체 무슨 일을 하길 래 그런 전문가들을 부리고 있을까? 정말 보통놈은 아니야!' 두 사람이 무슨말을 주고받는지 궁굼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순 없 었다. 바얀의 이목도 상당하다는 것을 도일봉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말을 주고 받더니 헤어졌다. 교영은 바얀을 배웅하고 자신의 거처로 들어가 버렸다. 밍밍이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밍밍은 웬지 심통이 나 있는 표정이다. 둘은 한 동안 옥신각신 하더니 이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일봉은 어둠 속에서 한참이나 망설였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교영을 불렀다가 그녀가 혹시라도 소리라도 쳐버리 면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잡히고 말 것이다. 한참이나 망설이던 도일봉은 용기를 내어 교영 거처의 창문아래로 다가갔다. 잠깐 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두드렸다. 소리 가 작아 듣지 못했는지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일봉은 좀 더 크게 창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교영의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일봉은 작은 소리로 말햇 다. "나요." "누구세요?" "납니다. 도일봉이요. 소리는 지르지 마시구려." 교영은 놀랐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또 왜 왔어요? 어서 돌아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겠어 요!" 교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도일봉은 씁쓸한 감정이 되었다. "그리 야박하게 굴건 없잖소? 그저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온 것 이라오. 창문좀 열어 주겠소?" "그대를...보고싶지 않아요. 어서 가세요." "싫소." 도일봉은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후 창문이 조심스 럽게 열렸다. 교영의 아름다운 얼굴이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쌀쌀맞기 이를데 없었다. "내게 뭘 바라는 거죠?" 도일봉은 죽봉으로 땅을 꾹꾹 찔러가며 물끄러미 교영을 바라보았 다. 표정을 굳히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여쁘다. "무얼...바라느냐고? 나는 바라는 것이 없어요. 그냥 보고싶어 왔 을 뿐이지..." "그대..." 교영은 도리질을 하며 말했다. "그대는 자신의 처지도...모르나요?" "내 처지가 어때서? 내가 반역도당이라서? 한인이라서? 그런 것들 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요? 내 친구들도 그대와 같 은 말을 하지만 난 상관하지 않소. 그저 좋아할 사람을 좋아하는 것 뿐이야!" "그런 억지가... 더 말하지 않겠어요! 돌아가세요. 바얀에게 잡히 면 살 수도 없을 것이예요." 교영은 창문을 닫아버렸다. 도일봉은 홀로 중얼거렸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잡혀 죽는다한들 무슨 대수겠나! 차라리 그 편이 좋겠어." 교영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소리도 없었다. 도일봉은 그녀 의 창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처들어가 어떻게라도 하고만 싶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진 않았다. 도일봉은 오래도록 창문밑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난 가겠소. 또 오리다. 잘 자요." 도일봉은 힘없이 몸을 돌렸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이토록 힘든줄 은 미처 몰랐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인의 냉대가 사람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남녀의 일이란 이토록이나 묘한 것인가 보다. 돌아서서 몇발작 걷다보니 앞쪽 나무에 누군가 기대 있는 것이 보 였다. 깜짝 놀라 신경을 곤두 세웠으나 그가 밍밍인 것을 확인하고 는 인상을 찡그렸다. "밍밍 아가씨였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밖에 나와 있었는지 모르 겠다. "흥!" 밍밍은 싸늘하게 코웃움부터 쳤다. 질투로 인해 폭발직전인 모양 이다. 도일봉이 물었다. "어쩐 일이오? 날이 추운데?" "흥흥. 그대는...추운데 왜 여기 왔어요?" 발음은 여전히 시원찮았다. 도일봉은 쓴웃움을 지었다. "난 그냥..." "왜? 교영이 싫어해? 기분 나빠?"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도일봉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만 산란해진다. 담장 쪽으 로 걷는데 밍밍이 작게 소리쳤다. "서! 소리친다?" 도일봉은 돌아보았다. "왜 그래요? 난 가야해요." 도일봉이 걷자 밍밍이 좇아왔다. 담장을 넘는데도 그녀는 낑낑거 리며 따라 넘으려 했다. "뭐하는게요?" "흥. 나도 갈테야." "어딜 가려고?" "가고픈대로!" 도일봉은 기가 막혔다. 이 앙큼한 계집애가 지금 무슨 수작을 부 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 밤중에 아가씨 혼자 어딜 가겠다고? 돌아가요!" 밍밍은 담장을 넘지 못하고 소리쳤다. "나도 갈래. 날 잡아! 소리칠테야!" "어이구, 두야!" 안잡아 주면 정말 소리라도 칠 기세다. 도일봉은 할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 담장을 넘겨주고는 뒤도 안돌아 보고 빠르게 골목을 빠 져나갔다. 밍밍은 화가 치밀어 불만이 가득했으나 이내 도일봉을 좇아 뛰었다. 골목을 다 지나고서야 도일봉은 돌아섰다. "어쩌려고 그래요?" "흥!" 밍밍은 코웃움을 칠뿐 말이 없었다. 도일봉은 고개를 가로 흔들며 마음대로 하라는 듯 다시 걸었다. 밍밍이 졸졸 따랐다. 마을을 벗 어나 숲으로 들어섰다. 밍밍은 숲으로 들어서자 무서운 생각이 드 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달려와 도일봉 옆에 바싹 붙었다. "도일봉. 어디가?" "친구 만나러. 내 친구들은 숲에 사는 귀신들이거든!" "어마!" 밍밍은 겁을 집어먹고 도일봉의 팔에 매달렸다. 도일봉이 오히려 더욱 놀라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 "이러지 말아요! 내가 무슨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되는줄 알 아요?" 밍밍이 어리둥절 하여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부처 가운데 토막? 뭐야, 그건?" 도일봉은 쓴웃움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계집애는 부끄럼도 모르고 한밤중에 사내를 따라나서고 대담하게시리 팔짱까지 낀다. 정말 요상한 계집애다. 한동안 걷던 도일봉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장군이 곧 달려나왔 다. 도일봉은 장군을 쓰다듬어 주며 걸었다. 밍밍도호기심을 느꼈 는지 장군을 살폈다. 커다란 나무밑에 마른풀이 깔려 있었다. 도일봉은 미리 준비해둔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폈다. 밍밍이 불가에 쭈구리고 앉아 입을 열었다. "여기서 자? 추워." "할 수 없어.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요." 밍밍은 고개를 저으며 불가로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불을 쬐는 모양이 추워보였다. 도일봉은 보따리에서 한벌을 장포를 꺼내 그녀 엉덩이 밑에 깔아주었다. 밍밍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밍밍은 도일봉 좋아..." 도일봉은 머리가 어질거리가 정신이 아득했다. 이 계집애가 또 대 담하게 나온다면 정말 큰일이다. 하지만 불에 비치는 밍밍의 옆얼 굴은 어여쁘기 그지 없었다. 밍밍도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도일봉 밍밍 좋아한다고 말했어. 거짓 아니야." 뻔히 바라보는 밍밍의 찰랑이는 눈이 이토록 매혹적인 줄은 미처 몰랐다. 도일봉은 그 황홀경에 빠져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밍밍의 붉게 상기된 뺨을 어루만졌다. 밍밍은 그것이 애정의 표현인줄 알 고 대담하게도 입술을 내밀어 입을 맞추었다. 도일봉은 정신을 차 릴 수가 없었다. 교영에게는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인데, 지금 은 마음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행동이 먼저 앞선다. 정말 알 수 없 는 일이었다. 머리가 멍 하고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듯 했다. 도일봉은 저도 모르게 밍밍을 끌어안고 말았다. 밍밍이 더욱 파고 들며 입술을 빨았다.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손 끝에 봉긋한 가슴의 감촉이 전해졌다. 밍밍이 몸을 꿈툴거리자 도일봉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손을 빼고 입을 뗐다. 앞에는 발그래하게 상기된 밍밍이 있었다. "제기랄. 내가 귀신에게 홀렸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입니다
잘밨어요
즐독합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귀신에 홀렷다..................................
밍밍하니 정이 안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