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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제 19 장 第 19 章. 수적(水賊)질. 2. 산아래 물가에는 이미 두척의 중선이 정박되어 있었다. 그 배들을 보고 모두들 입을 딱 벌렸다. 날씬하고 빠른 배를 구하라고 했더니 만, 이건 찌그러진 고깃배 수준이었다. 도일봉은 배를 구한 원강을 바라보았다. "이게 빠른 배인가?" 원강이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인근에선 이것도 없어서 못 구합니다. 그래도 급히 수선하여 돛 을 두 개나 달았어요." "할 수 없지. 모두 두 패로 나누어 타도록 하게!" 26명은 두 패로 갈려 배에 올랐다. 모두들 어부 차림을 했으며, 병장기는 배 안에 꼭꼭 숨겨두었다. 수상에서 만약 불시(不時)에 검문(檢問)이라도 당한다면 큰일이다. 보기와는 달리 두척의 배는 속도가 빨랐다. 원래 하나의 돛을 두 개로 늘렸더니 바람에 배가 휘청거릴 지경이다. 배는 빠르게 물살 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 왕안수는 본래 황하의 뱃사람이다. 배를 잘 조종할줄 알았으며, 인근의 물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빠꼼이다. 특별히 차출된 대원 들도 물에 대해서는 자신있다는 자들 뿐이다. 두척의 배는 위수와 만나는 지점을 지나 운하를 향해 달렸다. 삼일이 지나고, 일차 접선장소에 다다르니 무삼수가 기다리고 있 었다. 모윤과 대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군선은 지금 산동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군선의 승무원들은 역 시 서른 남짓이고, 역시 선별된 정예군들 입니다. 경계가 은밀하고 삼엄하여 접근하기조차 곤란합니다. 놈들은 궁노(弓弩)로 중무장을 갇추고 있으며, 석화시(石火矢:화약을 이용한 소이탄의 일종)와 화 룡출수(火龍出手:당시 사용하던 장거리용 화포), 그리고 진천뢰(震 天雷:작열식 폭탄)까지도 지니고 있소이다. 모두들 평복을 입고 있 어요." 모두들 입을 딱 벌렸다. "허. 대단하다! 그정도 화력이라면 대단위 수전도 치룰 수 있겠는 걸!" 도일봉이 물었다. "보물은 어느 배에 실려 있는가?" "그걸 모르겠단 말입니다. 세척의 배중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위 장이 잘 되어있어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그러나 어느놈이 우두머리 인줄은 알아냈으니 그놈이 승선한 배에 보물이 있을 것으로 추측됩 니다." "항로(航路)는?" "내일이면 제녕(濟寧)에 다을 것이고, 모래면 이곳에 당도할 것입 니다. 시간을 계산해보면 분명 이 근처 포구에서 밤을 보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 배로는 그 빠른 군선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수상 에서 나포(拿捕)하는건 불가능 합니다. 포구에 정박했을 때 덮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작전을 다소 변경해야만 하겠군. 이 근처에 그런 대선이 머물만 한 포구가 있을까? 인근 지리를 한 번 더 조사해 보고 정박할 만한 곳을 선별해 보게. 모윤은?" "놈들을 추적하고 있소이다." 무삼수와 소두목들이 출동하여 군선이 정박할만한 포구를 찾아나 섰다. 도일봉은 하루동안 숙고한 끝에 작전을 결정하고 조를 편성 하였다. 잊지 않도록 제삼 주의를 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무삼수의 예상대로 세 척의 군선이 보기에도 위풍당당하게 운하를 타고 올라와 황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정말 크구나!" 백여명이 타고도 남을 대형군선이다. 중앙의 주돛이 활짝 날개를 펴고 있으며, 앞뒤의 작은 돛이 주돛을 보조하여 속도를 맞추었다. 주돛 꼭데기에는 황색의 삼각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소주부 에 속해있는 군선이다. 황하에 이른 군선들은 물을 건너지 않고 이편에 닻을 내렸다. 돛 을 내리고 정박한 배는 멀리서 볼때보다 훨씬 큰 보기드문 대선이 었다. 배가 정박하기 시작할 때 무삼수와 함께 나간 대원 한명이 달려왔 다. "무순찰과 모두목님은 배 근처에 숨어 계십니다. 무순찰께서 말하 기를 저 중앙에 정박해 있는 배에 보물이 있다고 합니다. 어젯밤에 확인 했답니다." 도일봉이 군선을 가르키며 물었다. "배 앞 뒤, 보자기로 씌워 놓은 것은 뭔가?" "그건 투석기(大形投石機)와 대형강노(大形强弩)입니다. 수전에서 쓰는 연장으로 적선에 구멍을 뚫는 무깁니다." "알았다. 일은 이경무렵에 시작한다. 신호가 뜨면 안에서 접응하 라 일러라!" "넷. 대장님!" 대원은 기합이 부쩍 들어 달려갔다. 도일봉은 소두목들을 향해 입 을 열었다. "원강과 손삼여는 우리배를 띄워 물 위에서 대기한다. 왕안수는 선발된 대원들을 이끌고 잠수를 해서 양쪽의 배 밑바닥에 구멍을 뚫는다. 나머지는 날 따라 기습을 가한다!" "넷!"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손에 땀을 쥐며 달려갔다. 원강과 손삼여 는 각기 여섯명씩의 대원들을 이끌었다. 왕안수는 대원 넷을 대리 고 떠났다. 왕안수는 아직도 다리를 후둘거리고 있지만 용케도 대 원들을 이끌고 물 속으로 향했다. 도일봉과 황삼산 조이강은 남은 네명의 대원들과 함께 병장기들을 챙겨들고 은밀하게 포구로 접근 해 갔다. 세척의 군선이 정박한 포구는 어둠에 싸여 괴괴했다. 하늘에는 미 인의 눈썹 같은 초생달만이 어름프레 푸른빛을 뿜어냈다. 군선외에 다른 배는 없었다. 없는 것이 아니라 한쪽 구석으로 치 워져 있었다. 군선 근처엔 통행이 엄격하게 규제되었고, 선상과 선 창에는 보초들이 창검을 꼬나든체 지켜서 있었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사정봐줄 것 없다. 빠르고 정확한 것이 제일 이다!" 도일봉의 말에 모두들 침을 꼴깍 삼켰다. 간덩이가 크기로 소문난 황삼산마저도 미미하게 손을 떨고 있었다. 초생달이 중천에 걸릴무렵. 세척의 군선들중 양쪽의 배들이 미세 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닻을 끊어 버렸는지, 배가 출렁이는 물살에 서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워낙 미미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라 선상의 군졸들도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겨냥한 절대 놓치지마라!" 어둠속에 숨어있던 도일봉이 낮게 호통을 내질러 시작을 알렸다. 여섯명의 손에 들린 활이 만월(滿月)처럼 휘어졌다가 어느순간 일 제히 화살을 날려보냈다. 씨익! 씨익! 선창을 지키고 있던 여섯명의 군졸들이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화 살에 맞아 고꾸라졌다. 궁술에 능한 자들만 골랐는지라 겨냥은 빗 나가지 않았다. 한두명이 고꾸라지며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선창의 보초들이 쓰러진 직후 두 번째 화살들이 허공을 찢어잘기 며 날았다. 이번엔 선상을 지키고 있는 보초들이 목표였다. 몇 명 이 화살을 피해내고 소리쳤다. "적이다! 기습이다!" "기상(起床). 기상!" 삐익 삑! 호통소리와 요란한 호각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때를 같이하여 한쪽에서 일곱 개의 검은그림자들이 소리도 없이 중앙의 군선을 향해 내달렸다. 무삼수와 모윤등이다. 중앙군선의 보초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궁노에 살을 메겼다. 그러나. 쐐액! 팍! 작은 화살들이 연이어 날아가 궁노를 발사하려는 보초들의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도일봉의 장군전이다. "이단계로 돌입한다!" 도일봉의 명령이 떨어지자 황삼산과 조이강등이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배를 향해 달렸다. 항아리들이 떠내려 가는 양 옆의 군선들로 던저졌다. 와장창! 항아리들이 깨지고 기름이 선상에 흩어졌다. 도일봉과 대원 몇이 불화살을 쏘아날리기 시작했다. 황삼산등이 중앙군선을 향해 뛰었 다. 때를 같이하여 황하의 어둠 저편에서 중선 한척이 빠르게 접근해 왔다. 그 배들에서 흘러가는 양 옆의 배들을 향해 불화살을 날렸 다. 원강이었다. 원강의 배가 빠르게 떠내려와 중앙군선으로 접근 했다. 갈고리가 날고, 널판지가 군선에 걸쳐졌다. 물 속에서 양쪽 배에 구멍을 뚫은 왕안수등도 물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들 역시 갈고리를 던져 중앙군선으로 오르기 시작했다.선실에서 잠자던 군 졸들이 놀라 뛰처나왔다. "물이 센다!" "불이 붙었다!" 양쪽의 배에서는 일대혼란이 일었다. 어떤자는 성급하게 물로 뛰 어들기도 했다. 두척의 배는 불길에 휩싸인체 중앙군선과 점점 간 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일봉과 황삼산등이 서둘러 중앙군선으 로 뛰어 올랐을때는 이미 무삼수와 모윤이 군졸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황삼산등이 서둘러 무삼수들을 도왔다. "왕안수. 조타를 잡아라!" "모윤. 닻을 올리고 돛을 펴라!" 도일봉은 홍옥죽봉을 휘두르며 연신 부르짖었다. 모두들 자신의 할 일을 숙지하고 있으므로 명령일하, 바삐 움직여 나갔다. 도일봉 은 바짝 접근해 있는 원강의 배를 향해 소리쳤다. "원강. 밧줄을 걸어 배를 끌어라!" 원강은 이미 군선과 나란히 배를 붙여두었고, 군선 용두(龍頭)에 밧줄을 걸어두었다. 모윤이 닻을 올리자마자 원강의 배가 바람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연결된 밧줄이 팽팽이 당겨지면서 군선이 한순간 기우뚱 거렸다. 직후 군선이 천천히 끌리기 시작했 다. 그때 군졸 한명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호통을 내질렀다. 그 말을 듣고 몇 명의군졸들이 용두쪽으로 달려갔다. "저런 저. 죽일놈들이!" 도일봉은 그자들이 무슨짓을 하려는지 알고 급히 두어걸음 뒤로 물러서며 황룡궁에 장군전을 걸었다. 쉬잇! 번개가 치듯 날아간 장군전은 군졸 한명의 등을 관통했다. 원강의 배에서도 화살들이 날아와 군졸들이 밧줄을 끊지 못하도록 막았다. 선실에서는 계속해서 몽고군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당황했 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신을 수숩하고 대항하기 시작했다. 처음 열 몇명이 대항도 못해보고 쓰러진 것 과는 달리 남은 이십여명은 용 감하기 짝이 없었다. 고도로 훈련된 군졸임이 분명했다. 개개인의 무공도 상당하여 제일 약한자가 원강이나 손삼여 실력쯤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자들은 대부분 도일봉의 장군전에 의해 먼저 죽어 자빠졌다. 군선은 원강의 배에 끌려 점차 강 중앙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때. 작은 배들이 급히 강에 띄워지기 시작했다. 불타는 군선을 탈출한 군졸들이 급히 어선들을 징발하여 좇는 것이다. "손삼여는 어디 있느냐?" 도일봉의 호통소리가 어둠 속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 서 손삼여의 배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뒤좇는 소선들을 향해 마구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때. 무삼수의 다급한 호통소리가 들 려왔다. "대장! 선실에서 나오는 두놈을 잡아요. 진천뢰(震天雷)를 던지려 하고 있소이다!" 도일봉이 뭔지도 모르고 고개를 돌려 선실쪽을 바라보았다. 두놈 이 급히 선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손에는 주먹만한 철공이 들려 있고, 입에는 타들어 가는 향불이 물려있다. 그중 한명이 향불을 양손에 든 철공의 심지에 붙여 원강의 배를 향해 던지려 하고 있었 다. "저런 죽일놈들!"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위험하단 물건임을 느낀 도일봉은 황급 히 장군전을 걸어 날렸다. 놀라고 서두른 탓에 장군전은 목표를 정 확히 맞추지 못하고 빗나가고 말았다. 장군전은 군졸의 어깨를 관 통하며 지나갔다. 그 손에 들린 철공이 떼구르르 바닥에 떨어져 굴 렀다. 옆의 군졸이 놀라 뭐라고 크게 부르짖으면서 몸을 날렸다. 몽고어를 아는 조이강이 따라 외쳤다. "엎드려!" 먼저 군졸들이 엄패물을 찾아 납작 엎드렸고, 장군부 사람들도 덩 달아 뭣도 모르고 따라 엎드렸다. 꽈앙! 수십개의 벼락이 한꺼번에 터진 듯 요란한 폭음소리가 들려와 귀 가 멍멍하고 정신이 얼얼하게 만들었다. 파바바박! 수 많은 진천뢰의 파편들이 허공으로 비산하여 선체와 돛기둥에 가서 박혀들었다. 도일봉의 장군전에 맞아 진천뢰를 놓친 군졸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파편에 의해 몸이 걸레쪽처럼 찢겨나갔다. 장 군부 사람들은 진천뢰의 이런 위력을 보고는 다만 입을 크게 벌리 고 말을 하지 못했다. 도일봉 또한 화약은 처음 대해보는지라 놀라 긴 마찮가지였다. "고약한 물건이다. 모두 정신차려라!" 장군부 대원들이 놀라는 틈을 타고 군졸몇이 재빨리조타쪽을 향 해 달렸다. 그중 한명이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날리며 칼을 휘둘렀 다. 대원 둘과 조이강이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칼에 맞아 나뒹굴 었다. 무공이 보통 아니다. 무삼수가 깜짝 놀라 칠보단혼사를 날리고, 그것도 모자라 오행권 을 후려갈겼다. 그러나 그자의 몸은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칠보단혼 사와 오행권을 한꺼번에 피해버리고 왕안수를 향해 칼질을 했다. 왕안수는 이런 실전을 치루어본 적이 없다. 겁부터 집어먹고 조타 를 놓고는 뒤로 도망쳤다. 그자가 급히 조타를 잡아 방향을 꺽었 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크게 방향을 꺽었다. 그러자 원강의 배와 연결된 밧줄이 팽팽이 잡아 당겨지며 끌어당겼다. 군선의 힘 이 워낙 좋아서 원강의 배가 하마터면 뒤집어질뻔 했다. 무삼수가 조타를 향해 달렸다. "비켜라. 이놈!" 오행권이 콧잔 등을 노리는데, 군졸은 다만 옆으로 몸을 휘청 흔 들며 한손으로 맹렬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 기세가 마치 산이라도 쪼갤 듯 했다. 무삼수가 뒤로 한발 물러서며 조타를 잡은 그자의 손을 향해 칠보단혼사를 날렸다. 그자가 할 수 없이 손을 놓았다. 조타가 팽그르르 돌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칼에 맞아 쓰러졌 던 조이강이 벌떡 일어서며 큰 칼을 내리쳤다. "이새끼. 네놈이 감히 이 어르신에게 칼질을 했겠다. 죽어랏!" 허벅지를 깊숙히 베여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조이강은 조타를 잡 으려고 엉거주춤 서있는 자의 목을 단번에 처버렸다. "뭐하는게야. 조타를 잡아!" 조이강은 오금이 저려 움직일 생각도 못하는 왕안수의 뒷덜미를 잡아 조타앞에 끌어다 놓았다. 왕안수는 모가지가 뎅강 날아가는 참상을 보고는 두려움에 겨워 오줌을 질금질금 지리면서도 양 손으 로 죽어라 조타를 움켜잡았다. 배는 다시 제 방향을 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모윤은 세명의 대원들과 함께 아직도 돛을 펴지 못하고 끙끙거리 고 있었다. 워낙 큰 돛인지라 넷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인 모양이다. 더욱이 결사적으로 방해하고 나서는 군졸들까지 막아야 하는 판국 이니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자신들까지 혼줄이 난 군졸들은 화약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피아간(彼我間) 격렬한 단병접전을 벌일 뿐이다. 뒤좇는 어선들을 공격하던 손삼여의 배가 그들을 떨쳐버리고 빠르 게 접근해 왔다. 갈고리를 걸어 군선과 나란히 하고, 방향타를 맡 은자를 제외하고는 군선으로 뛰어들었다. 손삼여등이 합세하자 상황은 다소 우세한 쪽으로 전개되었다. 도 일봉은 대원둘을 지적해서 모윤에게 보냈다. 그리고는 손삼여가 합 세한 기회를 이용해 군졸들을 한쪽으로 밀어붙였다. 군졸들이 한쪽 으로 밀리자 돛을 펴는데 방해하는 자가 없어졌다. 돛이 곧 활짝 펼쳐졌다. 군선은 앞에서 끌고있는 원강의 배를 받아버릴 듯 빠르 게 전진해 나아갔다. 도일봉이 소리쳤다. "원강. 배를 오른쪽에 대!" 원강도 이미 준비하고 있었는지밧줄을 끊어버리고 한쪽으로 접근 했다. 왼쪽의 손삼여 배처럼 군선에 나란히 붙였다. 쌍방의 배를 연결하고는 원강등도 군선으로 뛰어올랐다. 원강까지 합세하자 군졸들은 더욱 밀리기 시작했다. 장군부 대원 들이 힘을 얻어 군졸들을 몰아붙였다. 어두운 밤에, 좁은 선상에서 격렬한 접전이 벌어지니 피아간의 구분도 어려웠다. 한명이 다른자 를 칼로 처 죽이면, 또 다른 자가 어느새 뒤에서 그자를 검으로 찔 렀다. 아이구 데이구 비명이 연달아 터지고, 첨벙첨벙 물에 빠지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도일봉의 호통에 장군부 대원들은 우루루 몇발작씩 물러섰다. 군 졸들도 모두 뱃머리 쪽으로 밀려 헐덕거렸다. 도일봉이 호통을 내 질렀다. "병장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군졸들은 멀찍이 물러나 저마다 활을 겨누고 있는 장군부 대원들 을 보고는 저희들끼리 돌아보며 쑥덕거렸다. 잠시후 한두명이 슬그 머니 병장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ㅆ라 ㅆ라!" 군졸들중 몸집이 우람하고 디다란 수염을 기른 자가 들고있는 검 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이며 위협적인 자세로 마구 떠들어 댔다. 그 러자 항복하려던 자들이 찔끔하여 병장기를 도로 주워들었다. 그자 가 우두머리인 모양이다. 그자는 또한 도일봉이 적의 우두머리인 것을 알아채고 뭐라고 마 구 호통을 치면서 검을 휘두르며 도일봉에게 달려들었다. 씨익! 씨익! 우두머리와 그를 좇아 달려들려는 몇 명을 향해 화살들이 날았다. 두명이 단숨에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졸개들은 주춤하여 더 이상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우두머리만은 허벅지에 화살 한대를 맞고도 용감하게 대들었다. 도일봉이 나서려하자 황삼산이 먼저 커다란 대 감도를 처들고 마주 달려들었다. "몽고놈 새끼! 내가 상대해주마!" 쨍! 검과 칼이 맞부딪쳐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수많은 불똥을 허공에 퍼뜨렸다. 황삼산이 휘청 밀렸다. 군졸 우두머리는 다리에 화살을 맞고도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검을 맹렬하게 휘둘러 대번에 황 삼산을 밀어붙였다. 무공이 대단한 자다. 밀리긴 해도 황삼산의 무 공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본래 뚝심이 세고 힘이 장사인 데다가, 그간 도일봉에게 많은 종류의 무공을 배웠으며, 도적질로 단련된 실전경험은 황삼산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쨍! 쨍! 쨍! 두 사람은 힘자랑이라도 하는 듯 연속해서 병장기를 부딪쳤다. 황 삼산이 밀리고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두머리가 불리해질 것이 다. 아무래도 다리에 박힌 화살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도일봉은 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정렬하라. 저자들을 밧줄로 묶고 병장기들을 거두어라!" 원강과 손삼여가 항복한 자들의 병장기를 빼앗고, 손발을 묶어 한 쪽에 처박아 두었다. 조이강은 부상을 당해 쉬었고, 무삼수와 모윤 이 대원들을 정렬시키고 점호를 취하였다. 서 있을 수 있는 대원이 18명 밖에 되지 않았다. 넷이 죽고, 다섯이 중상이며, 넷은 실종이 다. 도일봉이 투덜댔다. "이거 큰 손실을 보았구나! 제기랄 놈들!" 손삼여가 부상당한 자들을 보살폈다. 원강이 군졸들의 시체를 강 물에 던져버렸다. 군졸들도 십여명 밖에는 남지 않았다. 도일봉은 모윤을 향해 소리쳤다. "선실을 조사하시오. 물건들은 모조리 갑판으로 옮기고!" 모윤이 여덟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선실로 들어갔다. 잠시후 대원 들이 두명의 선비차림 사내들을 끌고 나왔다. 한인이었다. "뭐야, 이놈들은?" 대원들이 사색이 되어 떨고있는 선비들을 바닥에 꿇렸다. "이자들은 공물을 전할 사신(使臣)들이랍니다." 도일봉의 입에서 당장 호통이 터져나왔다. "이런 도적놈들! 내가 도적인줄만 알았더니만 네놈들은 도적중에 서도 큰 도적놈들이로구나. 그래, 이놈들아. 보물들을 공출해서 몽 고황제놈에게 가져다바쳐 뭘 얻으려는 게냐, 응?" "우리는...그저...그저 조세...조세를 감해 주십사..." "에라이 죽일놈! 뭐라? 조세를 탕감해 주십사? 이놈아, 조세는 고 사하고 너희놈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려 몽고황제놈에게 빌 붙는게 아니냐? 여봐라. 이놈들을 그저 산채로강물에 처넣어라!" "에구구. 대왕...대왕님! 살려줍쇼. 물건들을 잃으면 삼족이 온전 치 못합니다요. 제발 불쌍히 여기시어..." 도일봉은 놈의 코빼기를 걷어차 버렸다. "요놈새끼. 어떤 삼족 말이더냐? 그래, 네놈들 피붙이는 그처럼 소중하게 여기면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몽고황제에게 붙어먹느 냐? 나라르르 빼앗은 몽고놈들도 밉지만, 너희같이 남의 사타구니 에 빌붙어 아부나 해대는 놈들은 더욱 밉다. 가서 용왕님을 만나거 든 너희놈들 삼족을 보살펴 달라고 빌어보너라. 이곳은 너희들이 살 곳이 아닌 것 같다. 처 넣어라!" 만천이 있었으면 분명 말렸겠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벼슬아 치 보기를 원수보듯 하는지라 누구도 말리는 자가 없었다. 두명의 사신들은 고스란히 강물에 처박히고 말았다. 요행히 헤엄을 칠 수 있다면 살아 나겠지만, 이 어두운 밤에 그것도 힘들 것 같았다. 사신들이 강물이 처박히는 사이에 황삼산이 드디어 적의 우두머리 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대원 둘이 재빨리 달려들어 낼름 오라를 지 웠다. 그동안 선실에 있던 물건들이 모조리 갑판으로 옮겨졌다. 가로세 로 두자. 가로 두자세로 넉자에 이르는 튼튼한 나무상자들이 스물 하나. 그리고 군졸들이 사용하던 각종 병장기들이 진열되었다. 석 궁이 30여대나 되었고, 화살들이 수북했다. 방금전 천지를 울리며 터졌던 진천뢰라 하는 물건이 백여발에 이르렀고, 화살의 길이만도 다섯자가 넘는 거대한 석궁이 세대나 있었다. 화살 끝에 요상한 뭉 치가 달린 것들도 있는데, 이는 바로 소이탄 역할을 하는 석회시 다. 마지막으로 일장길이의 대나무 용이 있었다. 이것은 바로 화룡 출수라고 불리는 일종의 화포였다. 일단 발사하면 멀리 삼리를 날 아가는 장거리용 화포다. 무삼수가 이런 화기(火器)들을 아는대로 설명하는데, 대부분 주워들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장군 부 대원들은 입을 딱 벌리고 신기해 했다. "하하핫. 우리측 손실도 많았지만, 대단한 전리품들을 노획했구 나! 여봐라. 나무상자들도 열어보아라!" 도일봉은 마치 대장군이라도 된 듯 의젓한 모습을 흉내내며 의기 양양 호통을 처댔다. 하지만 도일봉의 그런 모습은 우숩기 짝이 없 었다. 대원들은 신이나서 크게 웃움을 터뜨리며 크고작은 상자들을 하나씩 골라 뚜껑을 열었다. 대원들의 눈이 일제히 상자안으로 쏠 렸다. "쌀이다! 쌀이 가득 들어있다!" 누군가 실망해서 소리쳤다. 대원 하나가 급히 쌀을 헤집어 보았 다. "억!" 누런 금빛이 번쩍번쩍 빛을 발했다. "금이다! 금불상이다. 두 개나 들어있다!" 큰상자에는 솜이 가득했다. 대원은 실망하지 않고 솜을 헤쳐 보았 다. "도자기다! 세 개나 들어있다!" 제대로 볼줄 아는 안목을 지닌 사람은 한명도 없지만, 그냥 보기 에도 오래된 골동품들 임이 분명하다. 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 지고, 도일봉까지도 끌끌 혀를 찻다. "허어허어. 대단한 보물이다! 왕안수. 배를 최대한 빨리 몰아라. 여기서 꾸물 거리다간 정말로 삼족을 멸족 당하겠다. 이만한 보물 을 잃었으니 관에서는 난리가 터졌을 것이다. 모두 제위치 하고, 경계를 엄밀히 해라!" 작은상자 여섯 개에는 모두 두 개씩의 금불상들이 들어있다. 그것 만해도 해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런 대보물을 잃었 으니 관에서 그냥 있을리 없다. 곧 대대적인 추격이 가해질 것이 다. 황하변에는 벌써 급보를 알리는 파발이 떳을 것이다. 돛을 모조리 펴고, 조타를 단단히 잡아야한다. 도일봉은 물건들 을 챙기라 이르고 쉴 수 있는 자들은 만일을 위해 쉬게 했다. 그리 고는 밧줄에 묶인 군졸들을 끌어오게 했다. "자, 잘 듣고 판단하여라! 누가 이 진천뢰와 석화시, 그리고 화룡 출수의 사용방법을 아느냐? 말하는 자는 목숨을 보장받을 것이다. 누가 말하겠느냐?" 그러나 묵묵부답(默默不答), 군졸들은 우두머리의 눈치만 살폈다. 도일봉이 말했다. "저 두목놈이 있어 말을 못하는 모양이다. 저놈을 물에 처 넣어 라!" 한명의 대원이 우두머리의 따귀 몇대를 갈기더니 그대로 들어올려 물 속으로 던져버렸다. 놈은 물에 떨어지면서도 몽고어로 마구 떠 들어댔다. 그러나 이내 잠잠해졌다. 군졸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린 표정이었으나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좋아. 말하지 않아도 좋다! 자자, 한놈씩 차례로 물에 처 넣어 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원들이 달려들어 맨 앞엣놈을 집어들어 물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자역시 마구 욕을 퍼부어대며 물로 떨어 졌다. 두 번째 놈을 번쩍 들어올리는데, 그자는 바들바들 몸을 떨 며 소리질렀다. "살려...살려줍쇼! 제가...제가 압니다요. 제가 알아요!" 대원은 그자를 내려놓았다. 도일봉은 소두목들을 모두 불러 그자 의 설명을 듣게 했다. 그자는 먼저 진천뢰를 집어들었다. "여기...여기 심지에 불을 붙이면 됩니다요. 심지의 길이에 따라 터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뼘 길이의 심지면 일각정도 를 버팁니다." 일단 시작된 말은 술술 이어졌다. 석화시와 화룡출수의 조작방법 도 설명했다. "석화시는 불화살을 쏘듯 하면 되는 것이고, 화룡출수는 목표물을 정확히 계산하여 발사해야 하는 관계로 전문가가 아니면 발사하기 힘듭니다. 이중 점화장치가 되어 있어, 일단계는 화룡을 목표물까 지 날리고, 이단계는 화룡이 불을 뿜게 되어 있습니다." 그자는 직접 석화시와 화룡출수를 발사하여 시범을 보여주었다. 석화시는 목표물에 명중하여 화라락 불길을 터뜨렸고, 화룡출수는 저 멀리 어둠 속까지 날아갔다가 어느지점에 멈춰서서는 마구 돌며 불을 뿜어댔다. "와아. 대단하다! 강 언덕까지 날아 가는구나!" 강 언덕까지는 백여장 남짓이다. 대단한 유효사거리다. 밤하늘에 서 분사되는 화룡출수는 그야말로 불꽃놀이 같았다. 군선 앞뒤에 있는 투석기와 가대한 강궁의 사용방법까지도 설명을 들고난 도일봉은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곧 날이 밝아올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주위를 경계하라!" 새벽이 오고 잇었다. 대원들은 각기 자리를 잡고 사방을 살폈다. 군선은 양 옆에 중선을 달고서도 빠르게 물살을 거슬러 올랐다. "대장님! 뒤에 꼬리가 붙었습니다. 모두 세척인데 아주 빠릅니 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입니다
잘보았습니다.
잘밨어요
즐감
이제 시작인가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요
꼬리가 붙엇어 ?????
감사합니다
수호지 가 생각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