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수익률 5% 경고… AI 랠리를 압박하는 ‘금리의 역습’ / 8/18(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재무부 본부 외벽에 설치된 엠블럼. [사진 로이터=연합 뉴스]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인공지능(AI) 랠리의 최대 ‘숨은 강자’로 떠올랐다. 높은 장기채 수익률이 AI 관련 주가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막대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는 AI 랠리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장기 금리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30년물 국채 입찰 낙찰 수익률은 13일에 연 5.22%로, 2001년 이후 25년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도 4.68%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물가 지표가 안정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9월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졌지만,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등이 장기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금리 상승은 특히 AI 관련 하이테크 주식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AI 기업은 앞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주가에 크게 반영되지만,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의 가치가 낮아져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도미니 임팩트 인베스트먼트의 마리아 리에레나 씨는 블룸버그에 “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높은 주식일수록 금리가 상승하면 매도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AI 투자 역시 금리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인프라 투자액은 올해 7,400억 달러(약 117조 원)이며, 내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은 보유 자금으로 투자해 왔지만, 최근에는 채권 발행 등 차입도 늘어나면서 금리가 오를수록 조달 비용도 커진다.
AI 투자가 금리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그 순간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투자가 한꺼번에 늘면서 관련 제품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CME 그룹의 수석 경제학자 에릭 노랜드는 “수십 년 동안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 가격은 연평균 약 8% 하락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은 약 14%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연간 약 0.1~0.2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 투자증권의 노동길 연구원도 “투자 확대는 당면한 수요를 만들지만, 전력·노동·자본재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가 모두 상승한다”고 말했다. 기술 투자는 현재 수요와 공급의 병목 현상을 확대하고, 미래의 공급 확대를 약속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IT 기업의 강력한 실적이 고금리 충격을 방어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4~6월 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고, IT 업종은 71% 급증할 전망이다.
핵심은 실적 상승의 힘이 높은 금리를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느냐이다. FRB가 정책 금리를 인하해도 장기 금리가 함께 하락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길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장기채 보유에 따른 추가 금리) 및 민간 자금 수요 덕분에 시장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 증권 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 미국 국채에서 전 세계 자금이 모이면, 한국 주식·채권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 한국 시장 금리 상승에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