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증도, 치료비도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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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능력은 없는데 건강보험 혜택까지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무엇보다 기뻐할 곳이 생겼다. 노숙자.독거노인.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등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에 소외된 이웃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주는 병원이 문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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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일복지재단은 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천사병원' 개원식을 갖고 진료를 시작했다. 지하 2층.지상 6층 건물에 병상 50개를 갖춘 이 병원에는 내과.외과.신경정신과.치과.한방의약과 등 5개과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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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는 전액 무료. 주민등록이 없거나 말소돼 건강보험증이 없는 환자들이 우선 진료 대상자다. 의료보호 1,2종 보유자들까지 진료 대상을 넓혀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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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서울 청량리역 인근 윤락여성들이 "좋은 일에 써달라"며 다일복지재단을 운영하던 최일도 목사에게 내놓은 47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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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측은 이 돈으로 1백만원 기부를 약정하는 후원인 1천4명을 모으는 '천사운동'을 기획했고, 8년 동안 자그마치 5천7백여명의 '천사'들을 모아 병원을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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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이름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적 같은 개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운영에 난관이 예상된다. 보수 조건이 다른 병원에 못미쳐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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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근 간호사는 10여명이지만 의사는 한명뿐이다. 당분간은 외래진료만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입이 거의 없다 보니 매달 들어갈 1억여원의 운영비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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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병원 김혜경 초대원장은 "자원봉사 의사들로 순번을 짜 진료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아름다운 기적이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며 "현재 벌이고 있는 '만사운동(매달 1만원씩을 기부하는 후원인 1만4명을 모으는 운동)'에 많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02-2212-8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