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안전관광-안전산악회
 
 
 
카페 게시글
다녀온 / 명산 photo 스크랩 본섬의 산들에 가려있던 남해의 보물, 속금산-대방산(‘15.3.21)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134 15.03.26 01: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속금산(束錦山, 357m)-대방산(臺方山, 468m)

 

산행일 : ‘15. 3. 21()

소재지 : 경남 남해군 창선면(昌善島)

산행코스 : 율도고개속금산303산두곡재국사당대방산봉수대은대암창선초등학교 앞(산행시간: 3시간40)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남해군하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본섬에 있는 4대 명산(망운산, 금산, 설흘산, 호구산)만 떠올리게 된다. 4개의 산들이 워낙 뛰어난 산세(山勢)를 자랑하다 보니 다른 산들은 아예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산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섬 속의 섬'인 창선도(昌善島)에 소재한 대방산과 속금산도 그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조망(眺望)이 끝내주는 멋진 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이이지는 황톳길은 포근하면서도 아늑하고, 심심찮게 터지는 다도해(多島海)의 조망은 시원시원하기만 하다. 위험한 곳이 한군데도 없을뿐더러, 가끔 가파른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서서히 걸을 경우 힘들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 게 흠이지만 가족 산행지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행들머리는 율도고개(창선면 당항리)

남해고속도로 사천 I.C에서 내려와 3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까지 간 후 창선삼천포대교 방향으로 이어간다. 대교(大橋)를 건넌 후 3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창선참숯가마(창선면 당항리) 앞에서 우회전하여 1024번 지방도(율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잠시 후에 산행들머리인 율도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들머리인 율도고개는 창선면 단항리 웃마을과 율도리를 잇는 도로 중간에 있는 표고가 100m도 채 되지 않는 자그마한 고갯마루다. 당연히 고개라는 느낌이 들 리가 없다. 차라리 고갯마루에 세워진 정자(亭子)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 찾기에 쉬울 것이다.

 

 

 

정자 뒤로 난 임도로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널따란 임도는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는 임도를 버리고 오솔길로 접어든다. 오솔길도 역시 느슨한 오르막길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0분쯤 되면 임도에 올라서게 된다. 속금산으로 오르는 길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100m쯤 가다가 왼편으로 크게 휘는 지점에서 열린다. 능선이라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들머리 나뭇가지에 덕지덕지 매달린 산악회의 시그널들만 보고도 찾을 수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참 아까 임도와 만났던 지점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도 속금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길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게 다를 뿐이다.

 

 

임도를 벗어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변한다. 가뜩이나 숨이 차오는데 덥기까지 하니 오르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진다. 낮 기온이 20를 넘길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맞는 모양이다. 숨이 턱에 차게 15분쯤 오르면 왼편에서 올라오는 길 하나가 보인다. 아까 임도에서 나뉘었던 계곡길이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임도에서 20분 정도를 힘겹게 치고 오르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터지는 멋진 전망대이다. 멀리 삼천포항과 한국남동발전 화력발전소는 물론이고, 사천의 와룡산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이루는 수많은 섬들이 훤하다. 율도고개 건너편에 있는 대사산과 연태산으로 이어지는 창선도 북쪽 끝 산자락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전망대에서 2분도 안 되는 거리에 321m봉이 있다. 정상어림에 사량도가 잘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집사람과 얘기를 주고받다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이는 전망대가 주등산로에서 빗겨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을 경우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는 얘기이다.

 

 

321m봉에서 4~5분 정도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7~8분 정도를 치고 오르면 왼편으로 시야(視野)가 활짝 열리는 전망대를 만난다. 아까 321m봉을 오르면서 보았던 풍경이 또 다시 펼쳐지는데 아까보다 한층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누군가 전망대의 나뭇가지에다 정상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그런데 속금산을 숙금산이라고 잘못 적어놓았다. 물론 속금산의 정상도 이곳이 아니다.

 

 

 

전망대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속금산 정상이다. '비단을 매달았다'는 속금산(束錦山) 정상은 이름과는 달리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저 능선의 한 지점에 불과할 정도로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조망까지 일절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전의 전망대에다 정상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정상에는 정상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 대구의 산악인 김문암씨의 작품으로 보이는 정상표지판마저 없었더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정상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정상에서 5~6분쯤 내려가면 시야(視野)가 탁 트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서게 된다. 진행방향의 왼편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어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로 호구산과 망운산 등 남해 본섬의 산들이 보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틀면 수려(秀麗)한 남해바다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섬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이 흡사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렇다. 이 부근 바다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호령한 곳이었다.

 

 

 

전망대에서 제법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맞은편 능선을 치고 오르면 18분 후에는 303m봉에 올라서게 된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303m봉은 그냥 지나친다. 이어지는 산길은 또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이 구간은 나름대로의 눈요깃거리도 보여준다. 기괴(奇怪)하게 생긴 바위들이 있는가 하면 길가에 가득한 송악(Hedera rhombea)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나와 똑 같은 코스를 탔던 어느 산꾼이 얕잡아 보다가 큰코다쳤다고 표현한 걸 본적이 있다. 봉우리들이 하나 같이 500m도 채 되지 않은 나지막한 것들이라서 얕보다가 낭패를 당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나도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다. 나지막한 산들을 연결시키는 산행이 늘 그러하듯이 오늘 오른 산들도 역시 산과 산 사이의 골이 깊은 탓에 능선을 탄다기보다는 별개의 산들을 오르내린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303m봉에서 6분쯤 내려서면 임도에 이르게 되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2~3분 정도를 더 걸으면 경모재(敬慕齋)란 현판을 달고 있는 전주 이()씨 문중(門中)의 재실(齋室)이 나온다. 비록 이정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곳 재실 앞 사거리(이정표 : 대방산 3.8Km/ 곤유마을 1.76Km)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율도고개가 나오고, 왼편으로 갈 경우에는 동대리나 서대리에 이르게 된다.

 

 

 

재실 앞에서는 임도를 버리고 맞은편 오솔길을 따른다. 잠깐이지만 편백나무 숲을 지나게 되는 산길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코끝을 스쳐가는 진한 향기 탓이리라. 이런 편백나무 숲은 국사봉 아래까지 계속해서 나타난다. 비록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번복하지만 말이다. 재실 앞을 나선지 2~3분이 지나면 또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3~4분 후에는 깔끔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횡단하게 된다. 산두곡재(이정표 : 대방산 3.3Km/ 동대마을 1.53Km/ 서대마을 1.14Km/ 속금산 1.87Km)로서 동대마을과 서대마을 잇는 고갯마루이다.

 

 

 

산두곡재를 나선 산길은 임도를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가로지르면서 이어진다. 길 찾기가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을 참조하면 어렵지 않게 산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서 산길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인다. 산봉우리를 고집하지 않고 사면(斜面)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사(傾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제법 가파른데다가 어떤 곳에서는 너덜길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20분 쯤 후에는 이정표(국사봉/ 운대암/ 서대마을/ 수산)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게 된다.

 

 

 

임도사거리에서 직진 맞은편 능선으로 향한다. 널따란 산길은 제법 가파르게 변한다. 6분쯤 올라갔을까 왼편에 평상이 놓여있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라는 모양이다. 평상에서 다시 6분쯤 더 오르면 드디어 국사봉(363m)으로도 불리는 국사당 정상(이정표 : 대방산 정상 1.4Km/ 운대암 1.42Km)에 올라서게 된다.

 

 

국사당 정상은 평범한 하나의 봉우리, 꼭대기에 어른의 허리정도 높이로 둥그렇게 담이 쌓여있다. 이 담을 어떤 사람은 제단(祭壇)으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조선시대에 이 부근에서 말을 키우던 군인들이 사용하던 막사(幕舍) 터라고도 한다. 그러나 난 전자(前者)를 따르고 싶다. 국사봉(國師峰)이란 국사(國師)와 봉()으로 나뉜다. 국사는 보통 국사당(國師堂), 곧 서낭당으로서 서낭(민속종교에서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신)에게 제사(祭祀)를 드리기 위한 제단을 말하는데, 지방에 따라 그 명칭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성황당(城隍堂)으로 불리거나, 전라남도에서는 할미당, 경상북도에서는 천황당(天隍堂), 평안도에서는 국사당 등으로 불린다. 따라서 국사봉은 국사당이 있는 산봉우리를 뜻하게 되는 것이다. 막사보다는 제단으로 보고 싶은 이유이다.

 

 

 

정상에서 대방산으로 향한다. 거의 직각에 가깝게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대방산이 나타난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가깝다. 제법 가파르게 떨어지는 널따란 산길을 잠시 내려서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옆으로 임도가 나있다. 이곳에서부터 산길은 잠시 임도 옆 능선을 따르다가 8(국사당에서부터) 후에는 삼거리(이정표 : 대방산 정상 1Km/ 광천마을/ 국사봉 0.5Km)에 이르게 된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광천마을은 이곳에서 임도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상당히 가파르게 변한다. 그 가파름이 못내 버거웠던지 오름길에다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단을 피내 난 길을 이용하지만 말이다. 최대한 속도를 떨어뜨리며 오른다. 힘들다는 느낌이 덜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16분 정도를 오르면 산길은 그 기세를 현저하게 누그러뜨리고, 이어서 6~7분 후에는 대방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널따란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대방산 정상은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기라도 한 듯이 한가운데가 동글납작하게 솟아오른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자연석으로 만든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삼각점(남해 23), 이정표(봉수대(절골) 0.4Km/ 지족마을 2.3Km/ 국사봉 1.5Km) 외에도 평상을 만들어 쉼터로 조성해 놓았다.

 

 

 

정상은 산상공원(山上公園)으로 꾸며져 있다. 그것도 보통의 공원들보다 한수 위인 조각공원이다. 솟대를 비롯해서 배나 비행기, 그리고 갖가지 동물들을 조각한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이 일일이 만든 작품들이란다. 마침 근무를 하고 계시기에 여쭈어봤더니 무료함을 달래려고 만든 것들이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신다. 그러나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하여간 그분의 정성으로 대방산 정상은 또 하나의 눈요깃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뛰어난 볼거리가 말이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視野)는 그야말로 거침없이 터진다. 가히 천혜의 다도해(多島海)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조망 포인트(point)인 정상석 근처에 서면 남쪽으로는 본섬의 망운산과 호구산, 금산 등이 보이고, 동쪽 바다에는 사량도와 욕지도 연화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북쪽 끝으로 나아가면 와룡산 등 사천의 산들이 나타난다. 날씨가 쾌청한 날에는 광양의 백운산은 물론이고 저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까지도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연무(煙霧)가 제법 짙게 끼어있는 탓이다. 아무튼 조망만 놓고 볼 때에는 본섬의 금산보다도 차라리 한수 위라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대방산 정상에서 길은 2갈래로 나뉜다. 남쪽, 그러니까 올라왔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직진하면 지족해협(海峽)으로 내려가게 된다. 일명 창선일주등산로로 불리는 길이다. 만일 산행날머리를 창선면소재지 쪽으로 잡았다면 왼편(동쪽)의 봉수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상에서 8분 정도 더 걸으면 경상남도 기념물 제248호로 지정된 봉수대(이정표 : 운대암(절골 1.5Km/ 대방산 정상 0.4Km)이다.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 축조된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다섯 곳의 봉수로(烽燧路) 가운데 동래에서 한양으로 연결되던 제2봉수로에 속했다고 한다. 남해 금산봉수대에서 연결 받은 봉수를 사천 각산 봉수대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것은 복원(復原)된 것이라는데, 원형을 충실하게 따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안에 불을 지폈을 장소로 생각되는 원형의 구덩이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다른 곳에서 보아오던 시늉만 낸 봉수(烽燧)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봉수대를 지나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경사(傾斜)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내려서는데 조금도 무리가 없다. 당연히 주위로 시선을 돌릴 여유까지 생긴다. 바위가 돌출된 곳에서는 조망(眺望)을 즐기기도 하고, 또 길가에 핀 봄꽃에다 눈길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봄은 진작부터 우리 곁에 와 있었나보다. 이름 모를 갖가지 들꽃들이 피어나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봉수대에서 내려선지 20분 남짓 지나면 옥천수원지의 둑 아래에 이르게 되고,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시멘트포장 임도는 무시한다. 운대암으로 가는 길은 맞은편 산자락으로 나있기 때문이다. 오솔길을 따라 3~4분 정도를 더 오르면 임도삼거리(이정표 : 대방산(운대암) 2.8Km/ 대방산(절골) 1.9Km/ 상신마을 2.1Km)가 나온다. 대방산등산안내도가 세워진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운대암으로 가게 된다.

 

 

 

삼거리에서 4~5분 정도 들어가면 파란 물빛이 아름다운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가에 오롯이 앉아 있는 사찰이 바로 운대암(雲臺庵)이다. 면 규모의 섬에 있는 사찰치고는 제법 규모를 갖춘 운대암 구경은 복층 구조로 지어진 천왕문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화사한 단청의 천왕문보다.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쓰레기소각장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왜일까? 투박한 모습이 왠지 친근하게 생각되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다지 크지 않은 운대암은 경사진 산자락에 계단식으로 절터를 닦은 후 한가운데에 주법당인 무량수전을 앉히고 옆에는 영산전, 그리고 그 위의 계단에다 산신각을 배치했다. 그리고 맨 아랫단에는 요사채가 자리 잡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사의 말사인 운대암은 고려 말에 창건하여 망경암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지금의 터에다 새로 절집을 지으면서 이름 또한 운대암으로 바꿨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순신장군과의 인연도 얘기된다고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고, 그저 인근 해역에서 장군이 활약했던 인연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현존 절집들은 모두 최근에 지어진 것들로 특별한 의미는 없고, 옛것이라곤 그저 연대를 알 수 없는 부도 하나가 전부일 정도이다. 보유 문화재(文化財)로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16와 제417418호로 지정된 제석신중탱(帝釋神衆幀)’과 지장시왕탱(地藏十王幀), 아미타후불탱(阿彌陀後佛幀)이 있다.

 

 

절집을 빠져나오는데 주차장의 축대에 만들어진 샘터가 눈에 띈다. 용왕님까지 모셔놓은 경내(境內)의 약수터에서 물을 구하지 못했기에 냉큼 한 모금 들이키고 본다. 그러나 물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감로수(甘露水)을 예상했던 내 기대치가 너무 컸었나 보다.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임도를 따른다. 길가에 심어진 동백나무들이 꽃망울을 활짝 열고 있다. 산행 내내 동백나무가 보이지 않아 남해안의 섬치고는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나 같은 여행객들을 위해 사찰에서 일부러 심어놓은 모양이다. 아쉬운 대로 위로를 삼으라면서 말이다.

 

 

운대암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오른편에 보이는 옥천저수지의 고즈넉한 풍경이 참 아름답다. 아까 옥천수원지의 둑 아래에서 오른편으로 나있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랐을 경우에 이르게 되는 저수지이다.

 

 

산행날머리는 창선초등학교 앞(창선면 소재지인 상죽리)

평평하던 임도는 고개를 넘으면서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리도 산자락을 따라 구불대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임도를 따르다보면 길가 나뭇가지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얼기설기 매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오솔길이 나있다. 쉽게 말해 지름길이다. 이런 곳에서는 어디로 갈지를 갖고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디로 가나 거리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심지어는 임가도 더 짧은 구간도 있다. 운대암을 출발한지 40분쯤 되면 산자락 아래에 있는 개울가에 내려서게 되면서 사실상의 산행은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정상에서 쉰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40분이 걸린 셈이다. 13.7Km(국제신문 참조)의 거리를 걷는데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만큼 산행이 편했을지 예상이 갈 것이다. 개울가에서 산행에서 흘렸던 땀을 닦고 다시 길을 나서면 5분 후에는 창선면 소재지인 상죽리에 있는 창선초등학교 앞에 이르게 된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