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폴 볼커는 재임 중에 자기 방어용 권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20%까지 올린 탓에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했고, 살해가 예고된 것이었다. 거리에서는 그의 수배 전단지까지 배포되었다.
일본은행의 30명 역대 총재 중 2명은 실제로 총재 퇴임 후 암살당했다. 제7대 총재(1911~1913)를 역임한 다카하시 코세이는, 현직 재무대신이던 1936년에 관저에 침입한 극우 장교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는 1931년 12월에 통화 공급량을 금과 연결하는 금본위제의 두 번째 폐지를 단행했으며(첫 번째 폐지는 1917년), 대규모 재정 지출로 대공황 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도했다. 하지만 그 후 재정이 악화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군부 예산을 삭감하고, 총탄에 쓰러졌다.
한편, 제9대(1919~1923)와 제11대(1927~1928) 총재를 역임한 이노우에 준노스케는 1930년 1월에 금본위제로 복귀했다. 강력한 긴축 정책 등으로 1930년대 초에 ‘쇼와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원한 속에서, 1932년에 극우 테러 조직에게 총격을 받았다. 군국주의의 폭풍 속에서 통화·경제 정책 담당자들을 강타한 비극은, 안정을 최우선으로 보는 일본의 현재 경제 정책을 읽을 때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대표적인 ‘친일파’인 미국의 베센트 현 재무장관은 한때 외화 투자로 명성을 얻었던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다. 1992년 영국 파운드 약세에 베팅해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일화가 유명하다. 2013년 아베노믹스에서도 엔화 약세를 예측해 큰 차익을 얻었다.
최근 미·일 양국 정부가 28년 만에 엔 방어를 위한 공동 시장 개입을 한 것은 양국의 서로 다른 계산이 맞물린 결과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치는 타카이치 정권에 압력을 가해,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정책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정책금리 인상 대신 외화 시장에서 엔화를 사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면, 미국 시장 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거리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금리 정책 전환 위험을 두려워하는 일본 보수주의와 트럼프 정권을 위해 엔화에 대한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한 베센트 장관. 정책 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이라는 불편한 정통 방법을 둘러싸고 복잡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몸부림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도 바람이 잠잠해지는 날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