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요!
7~8 월이 되면
내 엉덩이 만한
우리집 꽃밭엔
올 해도 어김없이
능소화 낭구는
탐스럽게 자라
꽃멍울을
터뜨리고있지요
내가 심은것도 아닌데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무슨 이유로 우리집
꽃밭을 찾았는지
나에겐
지금도 미스터리죠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모른답니다.
처음엔 그 꽃이
무슨 꽃인지도 몰랐지요.
넝쿨이 담쟁이 닮아
담쟁이 꽃으로 알았어요.
그러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 낭구가 능소화
낭구라는 걸 알았고
능소화 낭구와 꽃은
우리나라 傳來(전래)에
낭구라는 것도 알았고
부부의 애절한 사랑의
사연이 담긴 꽃이라는
것도 알았답니다.
이제 십년도 훨~ 넘은 낭구는
너 댓 삽짝
마당의 공중을 넘어
이층 집 스테인레스
베란다 울타리를 점령하고
꽃 피울
준비를 마쳤는데요.
꽃 멍울들이 작년보다 많고
탐스러울 것 같은데요.
비 바람이 문제지요.
아직 까지는 비도 바람도
나타나지 않했는데요
7~8월 절기는
비와 바람을 데려오는
계절이 아니던가요?
하긴
모진 비 바람 속에
능화소가 단숨에
꽃을 떨구는 모습은
여자의 절개를 보는 것 같아
모질게도 보이지만
능소화가 지닌
최상의 모습이 아닐까해요.
오늘 깊은 밤
쇼팽에
플라워 왈츠를 들으면서
언제나처럼
커피 가득 담긴
머그컵을 앞에 놓고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나 해 볼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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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정산동
이름없는 산 기슭에 묻혀있던
무덤 속 이야기
안동 지방법원 재판소 앞
돌로 된 비석에
쓰여진 詩?
원이 엄니의
思夫曲.
능소화 곱게 피든 날 만나
그 꽃 만발한 어느 여름 날
통한의 이별을 한
주인공
응태와 여늬의
時 空을 초월한
사랑을 노래한
원이 아버지 응태와
여늬의 사랑이야기
나무아미타불 合掌(합장)
원이 엄마를 주재로 한
소설 있는데
제목이
능소화는 님을 보내고라는
다소 감상적 내음을 풍기는
트로트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이지요
낙화하는 그 순간에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한체 떨어지는 꽃
능소화는 님을 먼저 보내고.........
무덤가에 한 그루
소화낭구를 심어
죽어서도 함께 하기로 했던
원이 엄마의 분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늬가 주인공이지요.
작가 조 두진의
풍성한 감성과 이미지가
물씬 가슴에 와 닿는데요.
원이 엄마의 남편
이름은 이 응태
棺 안에
원이 엄마가
삼베실과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가 420년이 흐른
이 때까지 오롯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하드만요.
이보게요!
긍정의 미학은
나에겐
부정의 간섭으로 대신하는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이같은 이야기 또한
부정적 일 수 밖에 없답니다
부정적 시각으로 .......
작가 조 두진의
지고지순 숭고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다듬어진 스토리가
정녕 모든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요.
먼저 난 장소가
맘에 들지 않는답니다
안동이라는 곳이....
안동은 조선사회
성리학을 대표하는
총 본산이라 할수있지요.
31살의 나이에 요절한
이 응태의 주검에
원이 엄마의 극에 달한 오열은
당연한 것이지요
남편의 주검에 어느 여인인들
그 만큼의 슬픔이 없겠습니까.
특히
사대부 집안의 며느리가
삼강 오륜으로 무장을 하고
삼종지도를 지키며 살아 가는데
오죽 힘들었겠어요?
원이 아버지
저승으로 가는
남편에 대한 편지는
남편을 잃은
아픔도 슬픔도 되지만
남편이 없는 현실에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
자신의 신세 한탄도 되는
원망의 글이 아닐까요?
후손들이 여늬의
남편 사랑을 알고
여늬가 죽은 후
둘을 합장하여
비석도 세우지 않은체
아무도 모르게
무덤을 감춘 이유는
엄격한 유교 사회
그것도
안동에서는 절대의 금기
나무아미타불!合葬(합장)
그래서 420년 동안
그대로 묻혀 있다가
시망스런
인간의 손길이 미쳐
오래 오래 더 오래
그대로 있어야 할
두 사람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파 헤쳐
치부 아닌 치부를
드러 낸 인간들.
잘한 것일까요?
못한 것일까요?
인간의 말대로
따지먼 무엇 하겠어요.
그래요.
인간들은 묻지요.
이런 부인을 원하냐구요?
나는요.
단호히
아닙니다.
부부란
전생의 원수가 만나
부부가
된다구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동격인
如寶(여보)
當身(당신)이란
단어가 만들어진지도
모르지요.
각설하구
오늘
난
울 마누라와
심하게 언쟁을 하였답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렇게 말 하였답니다.
죽으먼 절대로
만나지 말자고
터럭 만큼도
인연을 만들지 말자고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걸었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하
이승에 원수가
저승에 원수고
원수가
만나고 만나면
다시 부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응태와 여늬의 관계도
원수인 것을 알았답니다.
관 안에 들어있던
思夫曲의 내용도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들어있지 않했겠어요?
부부는
전 생에도 원수
이승에서도 원수
만나서도 원수
살면서도 원수
죽어서도 원수
그래서 부부로
다시 만날 확률이
죽음보다
높지 않겠어요?
소화낭구는
올해도 내년에도
무성히 자라
탐스런 꽃망울을 터뜨리고
금방이라도
여늬와 응태를
맞이할것 같네요.
나는 컵에 남아있던
몇모금 남은 커피를 마시면서
因緣(인연)에 오묘함을
거역하리라
맘 먹었지요
가소롭게도
불경하게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합장!
이보시게요!
여러분!
오늘 밤도
좋은 밤 되십시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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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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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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