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푸짐하게, 맛있게. 이 '3게'가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 골목시장에서 '우리
집반찬'이라는 상호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근배(48) 사장을 만났다.
이 골목상권에서 장사의 달인으로 통하는 그에게 비법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 바로 '3게'였다.
대구 출신인 박 사장이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의 민락 골목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14년 전.
조미료 안 쓰는 손맛 입소문 단골 늘어
500원어치도 판매, 다른 반찬 얹어 줘
서울에서 종합상사 자재
수출 팀장을 하던 박 사장은 독립해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가 쓴맛을 봤다. 보증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을 더 이상 하기 힘들어진 그는 무조건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바닷가인 민락동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무엇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시달릴 즈음 평소 요리솜씨가 뛰어났던 부인 김혜영(45) 씨가 반찬가게를 해 보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반신반의했지만 2평 남짓한 시장 내 구석에서 시작한 반찬가게는 의외로 인기를 끌었다.
"아마도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고춧가루까지 빻아 만든 반찬의 맛에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페인트 공장을 다니던 박 사장이 8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반찬가게로 투신하도록 만들 정도로 반찬가게는 인기를 끌었다.
박 사장이 직접 야채 손질과 배달까지 떠맡으면서 가게는 한 달 최소 3천만 원어치의 반찬을 팔 정도로 매출도 급신장했다. 시작할 때 30여 종이었던 반찬의 가짓수도 현재는 70여 종으로 늘어났다. 4년 전에는 수영구 남천해변시장 맞은편에 분점을 내기까지 했다.
박 사장의 '
우리집반찬'이 인기를 끈 데에는 맛 이외에 전통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집반찬'의 고객은 30% 이상이 노인층. 특히 할머니 고객이 많다 보니 구매 단위도 500원, 1천 원 등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모든 요구를 척척 들어주는 것은 '우리집반찬'만의 고객 관리 요령이다.
여기에다 매일 오후 8시께만 되면 덤으로 다른 반찬을 얹어주기까지 하는
행사를 벌인다. 나물과 잡채, 졸임 등 즉석요리식품을 그날 다 처리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고객들에게 되레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종류의 반찬만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덤으로 다른 반찬을 얹어주는 일도 잦다. 이렇게 팔면 손해가 아닐까. 박 사장은 "덤으로 가져간 반찬을 먹어 본 고객은 다음엔 구입을 하게 된다"면서 "1천 원어치 구매 고객이 덤으로 인해 2천 원, 3천 원어치를 더 구매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매전략 덕에 인근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잇따라 들어서는 가운데에서도 '우리집반찬'은 오히려 고객이 늘어났다. 지금은 인근의 민락동뿐만이 아니라 영도, 심지어 서울에서까지 택배로 주문하기도 한다. 박 사장은 "일본에서 반찬을 주문해 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직접 마련하고 싶습니다. 베푼 만큼 몇 배가 돌아온다는 섭리를 이 장사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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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25. KBS VJ특공대 명품맛집 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