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 감사장에서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이 남긴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정국의 태풍이 되었습니다. 감사장에 배석해 있던 김은혜 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노트에 “웃기고 있네” 라고 필담을 적어 나눈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김수석이 필담을 나눌 때가 강득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질의를 하는 시점이라 웃기는 대상이 국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연유로 박홍근 민주당 원내 대표는 “국회 모독”이라며 “이 자리(국정감사)가 웃기는 자리인가” 라고 반발했습니다.
김수석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웃기고 있네 가) 국정감사 진행 상황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강수석도 “어제 일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라며 “사적 대화를 공개 할 이유가 없다” 라며 국회 혹은 야당 의원을 모독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 운영 위원장(주호영 의원)이 두 수석에게 퇴장을 명하여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조치가 이루어 졌습니다.
이를 두고 윤핵관으로 통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주호영 위원장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침에 (국민의 힘)의원과 통화해보니 부글부글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웃기고 있네”는 분명히 모욕적인 표현입니다. 비록 김수석이 국회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니라고 변명해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질의 도중인데 배석한 대통령 참모들이 마치 지루하다는 듯 딴전을 피우며 국회의원질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주호영 위원장의 퇴장조치에 아무런 무리가 없고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관대작이고 돈이 많아도 말과 행동이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으면 상대방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가는 말과 행동이 고와야 오는 말과 행동이 온유 해 집니다. 반대로 가는 말과 행동이 거칠면 오는 말과 행동도 상응하는 수준으로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네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어 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 천걸음을 가주어라.” 모든 사람이 성경에 적힌 대로 행동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 현실은 전혀 딴판입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7일 오후 행정 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조은희 국민의 힘 위원 질의에 “유가족과 국민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드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 할길 없다.”고 했습니다. 조의원이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지 거듭 질의하자 박구청장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무한 책임이다.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마음의 책임”이라는 박구청장의 발언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관할 지역의 구청장으로서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깔끔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12일 이상민 행정 안전부 장관은 중앙 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용주 더불어 민주당 부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참 뻔뻔한 장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정의당의 유호정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서 “행정 자치부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안전을 담당하는 부처의 장관이 책임지라는 경고” 라며 “완장 찬 장관이 폼이나 잡으라는 제안이 아니다. 파면으로 혼나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물고기는 낚시바늘로 잡고 사람은 말로 잡는다” 라는 우스개 소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건 이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글 “태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attitude”입니다. 알파벳 a부터z까지 값을 1부터 24까지 순서대로 매길 때 attitude는 합이 100 즉 완전함을 뜻합니다. 이를 두고 필자는 “태도”가 온전해야 살아가면서 온전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편입니다.
조선의 최고 지성 율곡이 20세때 자신의 인격 도야를 위하여 삼가 하고 경계해야 할 자경문(自警文)을 만들어 49세로 별세하실 때까지 생전에 정성껏 실천했다고 합니다. 자경문 11개 조목입니다:
첫번째 조목은 입지(立志) 즉 뜻을 세우는 일입니다.
두번째 조목은 과언(寡言)즉 말을 적게 하는 일입니다.
세번째 조목은 정심(定心)즉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네번째 조목은 근독(謹篤)즉 혼자 있을 때 삼간다는 뜻입니다.
다섯번째 조목은 독서(讀書)즉 책을 읽는 일입니다.
여섯번째 조목은 소제욕심(掃除慾心)즉 욕심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일입니다.
일곱번째 조목은 진성(盡誠)즉 정성을 다하는 일입니다.
여덟번째 조목은 정의지심(正義之心)즉 불의를 경계하는 일입니다.
아홉번째 조목은 감화(感化)즉 다른 사람을 선으로 감화시키는 일입니다.
열번째 조목은 수면(睡眠)즉 잠에 대한 경계입니다.
열한번째 조목은 용공지효(用功之效)즉 일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경계입니다.
자경문(自警文) 열 한 개 조목 가운데서 특별히 과언(寡言)과 정심(定心)부분은 축약 없이 번역한 내용 전문을 소개합니다: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말을 해야 할 때 가 온 다음에 말을 한다면 말은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심(定心): 오랫동안 제멋대로 풀어놓은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 들이는 것, 그와 같은 힘을 얻기가 어찌 쉽겠는가. 마음이란 살아 있는 사물이다. 잡념과 헛된 망상을 없앨 힘을 완성하기 전에는 마음이 요동 치는 것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마치 마음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 때 의식적으로 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더 어지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금방 일어났다가 또 금방 사라졌다가 하여, 나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이 바로 마음이다. 설령 잡념을 끊어 없애더라도 다만이 끊어 없애야 하겠다는 마음은 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또한 망령스러운 잡념이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일어날 때는 마땅히 정신을 거두어 한곳으로 모아서 아무런 집착없이 그것을 살펴야 한다. 결코 그러한 생각 들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오래 도록 공부하다 보면 마음이 반드시 고요하게 안정되는 때가 있게 된다. 일 할 때 오로지 한마음으로 하는 것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부다.
자경문(自警文)의 한문 번역은 한정주 지음 “율곡 인문학”에서 가져왔습니다.
명심보감 언어편에 말을 삼가 하면 몸이 안전하다는 취지의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이 나와 있습니다.
“입은 곧 남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곧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고 몸을 편안히 하고 어느곳에서나 안전하게 하라.”
명심보감에 나오는 경계의 말을 이야기로 구성한 글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옛날에 말하기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가 입을 열면 다른 사람들은 말을 붙일 수가 없었으며 나라와 백성의 사정을 알려 드릴 길도 없었다.
마침 궁중에는 왕사(王師)가 있었다. 그는 왕의 버릇을 고쳐야겠다 고 마음을 먹고 거북이 한마리가 공중에서 떨어지도록 꾸몄다. 공중에서 떨어진 거북이는 박살이 났다. 그것을 지켜보며 왕사는 왕에게 말했다.
‘이 거북은 원래 너무나 말이 많았습니다. 욕심도 많았지요. 백조 한 마리가 거북에게 히말리아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하고 거북에게 나뭇가지를 물고 있으라고 당부했습니다. 물론 백조는 그 나뭇가지의 한쪽을 물고 하늘을 날았던 것입니다. 말이 많은 거북은 그 동안을 참지 못하고 지껄여 댔습니다. 입이 열리고 나뭇가지를 놓쳐 버리게 되니 공중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일반적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공감력이 떨어지고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은혜 홍보수석, 박영희 용산구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언행에서도 권력자내지 관료들이 지닌 나쁜 버릇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권재민의 시대에 국민의 눈에 난 권력자들의 수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뒤 늦게 라도 깨닫는 다면 자신들의 언행을 후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율곡의 자경문에서 말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말을 적게 하고 동시에 간단하게 하라고 이르고 있습니다.
말이 장황하면 말하는 사람의 뜻이 흐려 질 뿐만 아니라 말의 양면성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왜곡할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말이 길면 꾸밈과 화려함이 가미되기 십상입니다. 에센스가 없는 화려한 말 재주는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변질될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진정성이라는 차원에서 말은 될 수 있는 대로 담백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의 뿌리는 생각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평소 적대 감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험한 말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험한 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응전이 일어나고 이과정에서 서로 자존심을 내세워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기를 바라면서 냉전이지속 되다 순간적으로 사소한 감정이 촉발되면 다시 열전으로 에스칼레이트되고 관계단절의 수순으로 악화 되여 급기야는 완전히 서로 등을 돌리는 견원 (犬猿)관계가 됩니다.
따라서 세상을 평화롭게 살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불순물을 정화할 필요 가 있습니다. 비록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이라 할지라도 미워하지 말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십습니다.
Watch your thoughts, they become your words.
생각을 경계하라, 생각이(잉태하여) 말이 된다.
Watch your words, they become your actions.
말을 경계하라, 말이 행동의 씨앗이 된다.
Watch your actions, they become your habits.
행동을 경계하라,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Watch your habits, they become your character.
습관을 경계하라, 습관이 몸에 배이면 성격이 된다.
Watch your character, it becomes your destiny.
셩격을 경계하라, 셩격이 (결국)당신의 운명이 된다.
공자께서도 말로 인한 재앙을 경계하셨습니다. 논어 양화 편에 나오는 해당 대목은 아래의 취지와 같습니다:
공자께서’나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고 말씀하시니, 자공이 놀라며 “만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신다면 저희들 제자들은 무엇을 기록하여 남기겠습니까?”고 여쭈어, 공자께서 말씀 하셨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아무말도 하지 않느냐. 그러나 춘하추동 사시는 쉬지 않고 운행하고, 짐승과 풀, 나무등 온갖 만물이 제각기 생장하니, 이 모두 하늘의 위대한 섭리가 아니겠느냐? 하늘이 아무 말이 없듯이 나도 말로서 하지 않더라도 너희들은 참으로 나를 알고 생각하는 도리를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
말의 씨앗이 결국 생각이라면 생각의 성숙성이 말의 공해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유효한 수단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각의 성숙성에 입각한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