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렁이로 농사 … 외국쌀 두렵지 않다” 일반 쌀보다
50%나 더 비싸게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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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전북 부안군 주산면 '친환경농업마을'
회원들이 지렁이가 축분을먹고 배설한 분변토를 이용한 모판으로 못자리를 하고 있다. 분변토로 못자리를 하면 친환경적인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다고 회원들은 말했다./扶安=kyg21@chosun.com">/김영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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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입개방의 격랑 속에서 우리나라 쌀 농사가 생존해낼 수 있을까. 한국 ‘쌀 산업 1번지’인 호남평야를 안은 전북에서는 “할 수
있다”고 답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
지난 22일 전북 부안군 주산면 돈계리 앞 들. 농민 김상음(38)씨와 주변 농가들이 지렁이 분변토(糞便土)에 볍씨를 얹은 모판으로
못자리를 하고 있었다. 분변토는 지렁이가 축분(畜糞)을 먹고 배설한 흙으로, 김씨 등 농가 7가구가 직접 생산, 작년부터 못자리에 도입했다.
김씨는 “축분을 버리면 환경 오염이 되지만 순환시키면 고품질 쌀을 거둘 수 있다”며 “올해부터는 못자리 아닌 일부 일반 논에도 비료를
대신해 뿌렸다”고 말한다.
인근 농가 김종구(49)씨는 논 4㏊에 오리 또는 우렁이를 넣어 기른다. 모내기 후 ㏊당 새끼오리는 250마리, 갓 부화한 우렁이는
45㎏을 넣는다. 우렁이는 벼 아닌 잡초들을 직접 갉아먹고, 오리는 논바닥을 휘저으며 잡초 생육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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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바닥을 휘저으며 잡초 생육을 막는 오리 농법으로 지은
쌀은 농약을 치지 않아 가격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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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논둑에 울타리를 치고 매일 먹이를 줘야 하는 등 기르기 번거롭지만
피뿐 아니라 올방개까지 제거해준다. 김씨는 “오리나 우렁이 논에는 제초제뿐 아니라 일반 농약도 차마 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산면에서 이들처럼 오리와 우렁이로 농사짓는 농가는 120가구. 5~74㏊씩 면내 5대 들판 150㏊를 벼 친환경재배단지로 집단화했다.
농민들은 작년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아 ‘우렁각시 오리낭군’이란 브랜드를 개발했다. 5㎏ 한 포대당 일반 쌀보다 50%쯤 비싼 2만1000원에
농협유통망 등을 통해 판매한다. 자녀들이 다니는 주산중과 주산초등교 급식에도 전량 이 쌀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농가들은 내년부터는 우렁이와 오리를 기르기 위해 기존 비료 대신 미생물로 발효시킨 쌀겨를 투입할 예정이다. 장창환(62)씨는 “발효 쌀겨는
우렁이·오리와 함께 무농약으로 재배한 벼에서 거두게 돼 무공해 순환농법의 완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주산면에선 4년 전 30~40대를 중심으로 30여 농가가 ‘친환경농업마을’(대표 김인택·41)을 구성했다. 매월 한 차례 선진농가를
견학하고 전문가를 초대해 신기술을 익히며 농업의 애로를 함께 극복해왔다. 김 대표는 “외롭게 시도되던 유기농이 마을과 면 단위로 확대됐다”며
“차별화가 소비자 신뢰로만 이어진다면 쌀 개방이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52농가는 지난 97년 1월 ‘왕궁벼 연구모임’을 구성, 매년 맞춤비료를 사용하면서 지역에 맞는 고품질 쌀을 재배하고
있다. 논마다 산도와 유기물·인산·칼륨·석회 고토·규산 등 함량을 측정, 부족한 성분만 갖춘 게 맞춤비료. 화학물질 남용을 막고 미질을 높일 수
있다. 회원들은 올해 논 300필지에서 토양 정밀검정을 받아 비료회사 경쟁입찰로 맞춤비료 20㎏들이 2만8000포대를 주문했다.
모임 총무 임병율(45)씨는 “맞춤비료는 왕궁면 850여 농가로 퍼져 이곳 논 1400㏊ 대부분과 밭에까지 뿌려진다”며 “올해 비료 값도
포대당 400원이 싼 5400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논 면적 4㏊ 이상의 ‘정예농가’로 구성된 이 모임은 4000평에 벼품종전시포를 설치, 지역에 맞는 고품질 벼를 선택해오고 있다. 99년
16개 품종으로 시작, 작년에는 75개 품종을 같은 논에 심어 벼 성장과정과 수확된 쌀의 품질 등을 비교 분석했다.
회원들은 재작년과 작년, 밀양172호·주남·동진1호를 고품질 품종으로 골랐다. 선택된 벼는 이듬해 4~5㏊까지 재배돼 종자로 대량
공급된다. 이석영(63) 회원은 “5년마다 교체해온 종자를 격년으로 바꾸고 있고, 인근 완주·김제 농가까지 종자를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회원 일부는 새만금호 상류인 만경강 오염을 줄이기 위해 인근 축산단지 분뇨를 천연비료로 활용 중이다. 돼지 분뇨를 3~6개월간 발효시켜
논갈이 전 액비살포기를 이용, 300평당 5t씩 뿌린다. 김재식(42) 회원은 “액비를 쓰면 논 300평에 비료값만 1만8000원을 줄일 수
있고, 벼가 튼튼해 병충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용 미생물균주(EM)와 국화과 식물인 스테비아 농축액 등을 이용한 다양한 유기농업도 시도된다. 유용미생물을 토양과 작물에 뿌리면 지력과
내병(耐病)성을 높여 무비료·무농약 농사가 가능하다고 모임 유연홍(64) 회장은 말했다. 올해 145㏊에서 이들 농법을 펼치며, 80㎏ 한
가마당 18만원에 전량 출하하기로 업체와 계약했다.
친환경 벼농사의 확대는 전북도가 농업 사활에 승부를 건 대형 프로젝트. 전북도는 올해부터 2007년까지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량을 40%
감축하고 친환경농산물 생산비율을 현재 0.8%에서 5%로 늘릴 계획이다. 도는 이미 완주군 고산면 율곡리, 정읍시 신태인읍 양괴리, 부안군
하서면 청호리, 장수군 계북면 원촌리·장수읍 식천리, 남원시 보절면 신파리·산동면 부절리, 무주군 무풍면 철목리, 순창군 금과면 등 15곳을
친환경농업지구를 지정했으며 50곳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새만금호 상류인 만경·동진강과 식수원인 금강상류 용담호, 섬진강 상류
옥정호·동화호 주변은 지구별로 친환경농가 육성에 최고 80억원까지 지원된다.
차용복 도 농림수산국장은 “포장 개선을 돕고 직거래회원 확대를 지원하면서, 도내에 전문물류센터 1곳과 전문매장 6곳을 개설하겠다”며
친환경농산물의 유통 활성화 지원방안도 밝혔다.
(益山·扶安=金昌坤기자 cgkim@chosun.com">cgkim@chosun.com )
[지방속으로] 14년전 귀농 김인택씨 “우렁이쌀 성공”
전북 부안군 주산면 들녘엔 1~2년 전부터 뜸부기도 자주 눈에 띄고 백로도 40~50마리씩 무리지어 내려 앉는다. 여름이면 반딧불이 무리도
심심치 않게 마을에 나타난다.
30여 농가로 구성된 이곳 ‘친환경농업마을’의 김인택(41) 회장은 ‘화이트 칼라’ 출신이다. 14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우렁이 쌀을 재배하면서 3년간 잇달아 실농, 피눈물도 많이 흘렸다 한다. 그러나 “농약 중독으로 농민부터 쓰러지는 현실에서 자연과
상생하는 농사만이 살길”이라는 신앙으로 100차례 넘게 관련 교육을 받고 농법을 정립하면서 이웃에 전도해왔다.
“우렁이 논 등은 농약을 치지 않아 인력이 덜 드는 데 비해 수확은 일반 논과 비슷합니다. 친환경 쌀이 지금은 비싸지만, 현재의 일반 쌀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농업의 미래를 위해 전체 논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이곳 농가들은 소비자와의 유대를 넓히기 위해 작년부터 대도시 부녀회 가족들을 초청, 친환경 농업을 체험케 하는 행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정부가 통일벼를 보급할 때처럼 친환경농업에 강력히 나서주고 소비자가 뒷받침해줘, 생산자와 3박자만 맞춘다면 우리 쌀이 수입개방에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는 생생한 현장의 논리이다.
그는 “국제 기준의 친환경농업으로 그린라운드(Green Round)에서 우위를 점할 때 우리 쌀값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며
“농민에게도 이제 과학적 지식과 전문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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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평야의 친환경 벼농사 마을
"오리·지렁이로
농사...외국쌀 두렵지 않다"
잡초 제거·땅 기름지게 "쌀맛도 좋아" 유기농가 단지화... 자체 브랜드도 개발 일반 쌀보다 50%나
더 비싸게 팔려
농산물 수입개방의 격랑
속에서 우리나라 쌀 농사가 생존해낼 수 있을까. 한국 ‘쌀 산업 1번지’인 호남평야를 안은 전북에서는 “할 수 있다”고 답하는 농가가 ...
[지방속으로]
14년전 귀농 김인택씨 “우렁이쌀 성공”
전북 부안군 주산면 들녘엔 1~2년 전부터 뜸부기도 자주 눈에
띄고 백로도 40~50마리씩 무리지어 내려 앉는다. 여름이면 반딧불이 무리도 심심치 않게 마을에 나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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