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起承轉結)-고집멸도(苦集滅道) (2009-12)’
인간이 타인에게 자기의 생각을 전하기 위하여 글을 만들었다. 글 또한 쓴 사람의 주관적인 문제라 여기에 더하여 글을 가장 효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라 해서 많은 선지자들의 글의 흐름을 정의하여 놓은 것이 기승전결(起承轉結) 이다. 글을 씀에 있어 기승전결은 읽는 사람이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구분되어지는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 : 起)에서 소재를 제시하고 ->
(승 : 承)에서 소재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피력하고 ->
(전 : 轉)에서 글쓴이의 새로운 인식을 주장한 다음 ->
(결 : 結)에서 글쓴이의 인식에 대한 일반인과의 공감을 유도하는 짜임새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이 체험한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셨다. 사성제(四聖諦)다. 네 가지 성스런 진리로 제(諦)는 진리라는 뜻이다. 사성제란 고집멸도(苦集滅道)인데
(고 : 苦)는 모든 범부의 삶은 괴로움이다.
(집 : 集)은 그 괴로움의 원인은 번뇌이다.
(멸 : 滅)은 이상세계는 번뇌를 제거한 열반이다.
(도 : 道)는 번뇌를 제거하기 위하여 도를 닦아야 한다.
고(苦)와 집(集)은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고, 멸(滅)과 도(道)는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과 그 이상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멸과 도가 진리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와 집도 진리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현실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이 역시 세간의 진리이다. 그래서 사성제는 불교의 내용을 명료하게 나타낸 말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밤낮없이, 시시때때로, 끊임없이 절을 하고 능엄주를 하고 아비라 기도를 하고 광명진언을 독송한다. 또한 성철 대종사께서 내린 [삼서근] 화두를 들어 언젠가 득력하기만을 소원 해 본다.
아비라 기도일이 며칠전으로 다가왔다. 양평 미륵사에서 절 10,000배 회향 이후 조금 몸에 무리가 왔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6학년에 진입하면 불가능 하였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며 정말 잘했다 싶기도 하다.
백련암 환자 침을 책임지고 계신 MC거사님께서는 아마 벌써 가실 날이 정해졌을 것 같고, 거사림 불무 이신 SS거사님 또한 그러할 것 같고, 공직에 계시는 두분 거사님들이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리나케 핸드폰이 울린다. IH 거사님?, 저 WO입니다. 제가 좀 늦을 것 같습니다 하신다. 11월 아비라 기도 입제일이 토요일 10시라서 금요일에 가야 하는데 직장 다니다 보니 금요일 휴가 내고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 휴가 내기가 눈치 보이는 것은 안 봐도 빤하다.
5호선 둔촌역에서 밤 12시에 만나 백련암을 향했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가다가 쉬다가. 또 가다가. 해인사에 다가오니 한식경이 남아 차에서 조금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백련암에 올랐다. 아무래도 피곤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침공양을 하고 거사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8시가 되어 장경각에 들어서니 많은 거사님들이 와 계신다. 총무이신 SS거사님께 접수를 하고 동방으로 갈아입고 주변을 살피니 부산의 SJ거사님이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왠? 일인가? 뭔? 일이 있는가? 항상 밝은 얼굴이 좋은 거사님이신데…….평소 직장관계로 늘 바쁘시던 HM거사님이 눈에 띄인다. 반갑다. 서로 합장 배례를 하고 악수를 건넨다.
아비라 기도…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기도이다. 1년에 4번인데 날짜는 스님들 동안거 입제, 결제, 하안거 입제, 결제시점이다. 3박4일을 하는데 첫째날 5품, 둘째날 8품, 셋째날 8품, 넷째날 3품으로 24품이다. 회향 후 조상님들을 위한 전경을 친다.
아비라 기도의 구성은 절 108배 예불참회를 하고 장궤합장하고 법신진언 “옴 아비라 훔 캄스바”를 30분간 독송한다. 30분 동안 통상 1,200독에서 1,500독 정도를 염송한다. 그리고 대불정 능엄신주 1독을 하는 것으로 1품이 완성된다. 1품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이다. 여기에다 사시예불 때 108배를 3일을 하니 절이 2,700배가 되어 첫째 날 새벽예불 하고 나서 300배를 해서 꼭 3,000배가 된다.
항상 모든 것의 시작은 마음을 내어야만 무엇이든 시작이 된다. 기승전결 중의 기(起)이다. 아비라 기도 마음먹고 올라왔으니 이제 꼼짝없이 해야만 되고 첫째날 5품은 항상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넘어간다. 물론 힘들고 고통은 따라오지만 둘째날, 셋째날에 비하면 말도 안된다. 둘째날 8품중 마지막 7번째, 8번째가 힘들다. 다만, 셋째날을 생각하면서 이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고 감내할 뿐이다. 기승전결 중의 승(承)이 어우러 진다.
인간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가 보다. 아마도 그래야만 맞겠지 싶다. 글을 쓰는 방식을 정리 요약해 놓은 기승전결(起承轉結)이나 사람이 행동하는데에 따르는 시작과 끝이 역시 이를 따르고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생각을 들어 마음을 보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고(苦)와 집(集)이 항상 나를 따라 다니고 있다. 주변이 약간 풍족하다 싶으면 금방 자만심(自慢心)이 어우러지고 아상(我像)이 올라간다. 참말로 희한한 일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 했던가? 그래서 현실의 풍족은 바로 나태함을 가져오는가 보다. 큰일날 소리다. 끊임없는 복을 지어 아미타 극락에서 한없이 살면 무얼하는가? 그 꽃과 꿀에 취해 한없는 시간을 허송해 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대로 그 시간을 방치하는것 뿐, 더 무엇이 있겠는가? 그 한없는 시간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지나고 나면 찰나가 아닌가? 항상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럴때 더욱 궁구하여 멸을 이루고자 도를 닦아야 할 일이다. 누누히 수백번, 골백번 선각자들 께서 하심하라 않았던가? 더욱 더 분발해야 할일이다.
셋째날이다. (轉)의 날이다. 구르는 날이다. 오늘 나는 구를 것인가? 안 구르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인 날이 바로 3일째 오후 마지막 2품에 남아있다. 역쉬 생각 그대로이다. 한없는 고통이 정수리에서 허리 발끝까지 나를 힘들게 한다. 다만, 한가지… 견디어 낼 만 하다는 것이다. 조금은 우스운 우스갯 소리일지 몰라도… 이제는 알 것만 같다. 왜 법신진언 “옴 아비라 훔 캄스바”가 내게 전해주는 그 말씀이 있었다.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적막감과 자신감 같은 것인가? 좌우지간 그런 묘한 느낌이 왔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_()_ _()_ _()_
넷째날 회향을 하면서 전경을 치면서 (結)론을 맺습니다. 아비라 기도를 해야 되는구나 라는 ? 자신감, 목적감, 아직은 설익은 듯한 불만족한 느낌, 조금은 주욱 해야만 되겠다는 향 후 성취감에 대한 기대등……….
절, 능엄주, 아비라 기도, 참선은 부처님 말씀하신 진리인 사성제(苦集滅道)를 가장 빠르게 관통하고 있는 성철 대종사님의 우리들을 위한 법문중의 법문이십니다. 도반님들, 조금만 행하여 보시고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금방 결론이 날 듯만 합니다. 지금, 백련문도에서 행하고 있는 절, 능엄주, 아비라기도와 종국의 화두참선에 대한 가지가지 생각들은 결국 부처님의 진리인 사성제를 가장 확실하게 실천하는 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조금은 두서없는 졸필입니다. 살펴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알거나 모르거나 과거생에 수없이 행해진 많은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남"과 '모든중생'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三寶에 귀의합니다. 南無 佛, 法, 僧
2009년 12월 6일, 음력 시월 이십일일
一 休 合掌 _()_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