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연애 시장에 뛰어든 모두가 바라는 장기 계약직이라면,
데이트는 가장 불안정한 형태의 무급 인턴십이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쓴 사랑·섹스·구애의 역사
소비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데이트 문화의 모든 것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데이트 문화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다룬 책, 『사랑은 노동』이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열한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하버드대학교 비교문학과의 신진 교수 모이라 와이글은 사적이고 주변적이라 오해받는 낭만적 의례, 데이트에 얽힌 경제ㆍ사회적 이해관계를 탐구한다.
첫 책이자 대표작인 『사랑은 노동』에서 와이글은 10개 키워드를 통해 데이트가 기본적으로 산업혁명의 발명품이며, 자유시장 안에서 자본주의와 공진화해 왔고, 한 사회의 생산ㆍ소비ㆍ기술ㆍ생활 양식으로부터 역사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로써 우리가 자발적인 ‘사랑’이라 여기는 모든 행위는 만들어진 ‘노동’이며, 그 노동은 여성과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왔음을 밝힌다.
또한 20세기 사회문화사를 종횡무진하며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유일한 사랑의 모습(일부일처제적, 이성애적, 결혼 및 출산 지향적 사랑)을 비판하고, 우리가 ‘사랑하기의 노동’으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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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사랑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 여성학자 정희진, 김주희 추천! ★
만들어진 노동, 데이트(Date)에 얽힌 경제와 사회와 낭만의 동역학
자본, 노동, 여가, 소비 형태의 변화와 그것이 사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한 문화사적 보고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현대 데이트 문화를 분석한 『사랑은 노동(Labor of Love)』이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열한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하버드대학교 비교문학과의 신진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가디언》 《뉴요커》 등 유수 매체에 활발히 기고해 온 모이라 와이글(Moira Weigel)이 오늘날의 데이트 문화가 소비자본주의와 함께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경제와 노동 구조, 계급과 젠더, 소비와 교육, 도시 문화 등에 따라 유물론적으로 추적한다.
“데이트는 죽었다.” MZ세대 여성들이 이전과 달리 왕성하게 연애하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보고들이 종종 들려온다. 어쩐지 수상하다. 팬데믹 이후로 ‘틴더’ 같은 데이팅 앱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그뿐인가. 방송가에서는 여전히 〈나는솔로〉 〈환승연애〉 등 포맷만 조금씩 달리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다. 데이트를 둘러싼 이 모순적인 상황들은 우리가 연애 및 데이트 문화의 어떤 과도기에 있음을 시사한다. 연애가, 데이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연애나 데이트는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걸까?
『사랑은 노동』에 따르면 “당연하지 않다”. 데이트의 형태는 자본주의 도시 문화와 함께 늘 바뀌어 왔으며 그 변화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로맨스를 사적이고 주변적인 의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사랑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또 우리가 타인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사랑하는가는 사회·경제적인 현실들의 역동에 따라 변화한다. 이를테면 데이트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자유시장 안에서 가능한 개념이다. 로맨스가 교환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었기에 취향에 맞는 물건을 고르듯 데이트 상대를 고르고, 또 반대로 상대에게 ‘팔리기’ 위해 내 매력을 전시하며 시간과 자본을 소비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애초 그 탄생부터 데이트는 산업혁명과 함께 생겨난 수많은 발명품 중 하나다. 노동계급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남녀가 날짜를 정해 공공장소에서 낭만적 시간을 보내는 ‘데이트’라는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데이트가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던 나머지 경찰이 낯선 사람과 데이트하는 여성들을 ‘성매매’ 혐의로 체포하던 20세기 초의 풍경부터,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에서 만난 서로의 ‘실물’을 처음 어색하게 확인하는 오늘날의 데이트 풍경까지, 『사랑은 노동』은 100년 남짓 동안 펼쳐져 온 데이트의 역사를 탐구한다. 그렇게 해서 밝혀지는 것은, 한 사회의 데이트 문화는 그 사회의 노동, 생산, 소비, 여가, 교육, 기술, 문화로부터 역사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현대 데이트 문화를 형성한 10가지 키워드
속임수, 애호, 밖, 학교, 오래 사귀기, 자유, 틈새시장, 소통 규약, 계획, 조언
노동자와 중산층, 온라인과 오프라인, 퀴어와 이성애자를 넘나드는 로맨틱한 욕망과 협상의 역사
모이라 와이글은 예리하고 신선한 학술적 통찰뿐 아니라 우아하고 흥미로운 글쓰기로 인정받는 저자다. 그의 첫 책이자 대표작인 『사랑은 노동』 역시 개인적 일화와 학문적 이론, 방대한 분야의 역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연구서임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재치 있고 경쾌한 필치로 전개된다. 사랑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에게 “형식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며” “우아하고 재밌고, 쉽게 읽힌다”라고 평가받은 이 책은 CNN, HBO, 《뉴욕타임스》《이코노미스트》《가디언》을 비롯한 유수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여섯 개 언어로 번역 수출되었다.
『사랑은 노동』의 독보적이고 이색적인 재미는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100년에 걸쳐 현대 데이트 문화를 형성한 키워드 10가지를 꼽고, 이를 각 장의 주제어로 삼아 내용을 전개한다. 주제어마다 영화와 소설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텍스트에 대한 비평뿐 아니라, 방대한 역사 및 문헌 조사와 학술 비평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지루할 틈 없이 해설을 펼쳐 나간다.
첫 번째 키워드, 속임수(Tricks). 그 탄생부터 데이트는 일과 놀이 사이의 불확실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대가 교환 행위, 즉 거래적 성격을 지닌다. 이 행위를 거래라고 부를 수 있을지, 그리고 거래라면 과연 무엇과 무엇을 교환하는 것인지가 모호할 뿐이다. 그것이 데이트가 우리에게 부리는 ‘속임수’다.
두 번째 키워드, 애호(Likes). 취향을 전시해 데이트 상대에게 자신을 영업하는 일은 일종의 브랜딩이다. 이런 시도는 고객이자 잠재적 배우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던 20세기 초 여성 판매원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로써 경제활동은 성애화되고 여성의 감정노동이 보편화되었다.
세 번째 키워드, 밖(Outs). 도시의 데이트는 주로 외부에서, 즉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처음부터 밖에서 공공연히 데이트할 자유가 허락된 건 아니었다. 퀴어와 유색인종 등 미국 사회의 소수자들이 ‘밖’에서 자유롭게 데이트할 권리를 위해 투쟁해 온 장면들을 탐색한다.
네 번째 키워드, 학교(School). 데이트 문화를 선도한 주요 계층은 예나 지금이나 대학생들이었으며, 대학의 역할 변화에 따라 캠퍼스 내 데이트 문화도 변해 왔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학교의 ‘고객’으로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며, 또래 집단 의례이자 사회 진출을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데이트를 활용한 대학생들을 조명한다.
다섯 번째 키워드, 오래 사귀기(Steadies). 오늘날엔 보편적인 ‘일대일 장기 독점연애’ 방식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야 출현한 데이트 방식이다. 종전 이후의 경제적 호황 속에서 젊은이들은 결혼을 유예한 채 한 사람을 오래도록 속속들이 알아가는 과정을 누렸고, 이로써 ‘이별’의 아픔이 탄생했다.
여섯 번째 키워드, 자유(Freedom). 1960년대 성 혁명의 영향으로 미국 사회에 성적 자유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외친 자유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분배된 것은 아니다. 잡지로 대표되는 주류 문화와 미디어, 그리고 페미니즘 및 반문화 진영에서 주장한 성적 자유의 한계를 살핀다.
일곱 번째 키워드, 틈새시장(Niches). 신자유주의 사상을 전면화한 도시의 젊은 전문직들(여피)이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1970년대 이후의 데이트는 자유시장 안에서 전개되는 본격적인 거래가 되었다. 기술 발전으로 출현한 ‘비디오 데이팅’ 등을 이용해 원하는 상대와 효율적으로 만나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새로운 행동양식이 정착했다.
여덟 번째 키워드, 소통 규약(Protocol). 에이즈 대유행과 인터넷의 대중화는 사람들이 성적 이슈를 소통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꿨다. “세이프 섹스” 운동부터 성교육의 본격화, 온라인 채팅을 통한 사이버 섹스와 인터넷 데이트가 낳은 롱테일 경제까지, 에이즈와 인터넷이 바꾼 데이트의 풍경을 조명한다.
아홉 번째 키워드, 계획(Plans). ‘생애 설계’라는 미명으로 여성들을 압박하는 시간성의 정체를 살핀다. 사회와 기업은 여성에게 늦기 전에 모성과 재생산을 인생 타임라인의 중심에 놓으라 강요하지만, ‘생물학적 시계’ 이데올로기는 남성에 대해 침묵할 뿐 아니라 여성 노동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진실을 개인화한다.
열 번째 키워드, 조언(Help).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까지 한결같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애 관련 조언들을 파헤친다. 성차별적 인식을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상이한 조언을 건네는 자기계발 산업은, 남녀 모두를 신비화하며 개인이 문화에서 겪는 문제들이 사회적 문제임을 효과적으로 은폐한다.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사랑은 노동』은 구애, 로맨스, 그리고 우리가 ‘데이트’라고 부르는 그 어색하고 뒤틀린 의식의 역사는 물론, 20세기 사회문화사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조명하는 지적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결혼이 연애 시장에 뛰어든 모두가 바라는 장기 계약직이라면,
데이트는 가장 불안정한 형태의 무급 인턴십이다.”
데이트를 기술이자 역사적 구성물로 바라보는 유용한 시각
분홍색 자기계발서로 위장한 급진적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서
지금도 데이트 문화는 사회·경제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 양식, 생애 주기와 공진화하고 있다. 미국 연애 문화의 주 무대였던 대학 캠퍼스에서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의 자리를 단발성 ‘훅업(감정적 헌신이나 관계 발전에 대한 상호 기약이 없는 짧고 가벼운 만남)’이 대체한 것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선 변화는 아닐 것이다. 진지한 연애 대신 그 직전 단계인 ‘썸타기’만 즐긴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니 말이다. 비정규직과 긱 이코노미의 시대에 사람들은 일종의 ‘연애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런데 데이트가 일에 영향을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데이트가 곧 일이다”라고 모이라 와이글은 분명하게 말한다. 데이트를 준비하는 일, 데이트 상대를 탐색하고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자신을 꾸미고 드러내어 판매하는 일, 마침내 관계의 본격적 국면에 진입해서도 상대와 관계 내 역학을 협상하고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일까지. 자발적인 사랑(Love)이라 여겨지는 이 모든 행위는 만들어진 노동(Labor)이다. 현대사회는 일부일처제적, 이성애적, 결혼 및 출산 지향의 사랑만을 유일한 사랑이라고 구성해 왔으며, 이 배제적인 사랑하기의 노동은 여성과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
그러나 사랑하기 역시 하나의 노동이라는 사실이 꼭 나쁜 소식은 아니다. ‘사랑 자체’가 변하고 움직이는 개념이라는 건, 우리도 우리의 주체적 의지와 욕망대로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은 세상을 우리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기도 노동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꾸도록, 상대를 통해 나 자신이 바뀌도록 열려 있다는 것, 우리 존재의 취약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랑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바뀌어 왔듯 우리도 사랑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비판이 향하는 부분들을 우리의 사랑으로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것, 『사랑은 노동』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사랑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랑에 관해 공부하자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의 대표적인 영역이며, 『사랑은 노동』은 사랑에 대한 최고의 교과서다.
사랑은 노동이다. 잊지 말기를!
─ 정희진(문학·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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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말: 데이트
1. 속임수: 데이트의 탄생, 혹은 모호한 거래
2. 애호: 취향으로 상대를 유혹한 사람들
3. 밖: 바깥 데이트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4. 학교: 페팅부터 훅업까지, 대학 데이트의 역사
5. 오래 사귀기: 일대일 독점연애의 부상
6. 자유: 기울어진 채 외친 성적 자유의 함정
7. 틈새시장: 비즈니스가 된 데이트
8. 소통 규약: 에이즈와 인터넷 채팅이 바꾼 것
9. 계획: 연애를 인생 계획의 일부로 생각하라?
10. 조언: 연애 자기계발서가 모르는 것
나오는 말: 사랑
참고 문헌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