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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자나무 이른 봄, 풍성한 꽃망울을 달고 피어나 긴 겨울이 지나갔음을 알려주는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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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부터 야생화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었으니 적은 세월은 아니다. 지난 5년은 야생화보다는 다른 사진에 관심이 많았지만, 적어도 15년 동안은 거의 야생화에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생화 사진은 글감이 되었고, 사진과 글은 정리되어 기사가 되었고, 책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고료와 인세도 생겼고, 사진작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컴퓨터 폴더 중에서 이름별로 분류되어 저장된 '제주들꽃'과 '서울들꽃'은 나의 큰 재산목록 중 하나다.
사진이 본업은 아니었지만, 사진으로 카메라와 렌즈 구입비용을 상회하는 것을 창출해 내었고, 내 삶의 흔적들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난 세월, 사진과 글로 기록한 내 삶이 없었다면 허무했을 것이다.
그런데 몸의 일부와도 같던 카메라가 점점 무거워지고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사진의 주제를 포착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일상이던 사진찍기와 글쓰기는 특별한 일이 되었다.
당연히 사진과 글로 얻어지는 부수입(?)도 줄어들었다. 사진을 한창 찍을 때는 지인들에게 '셔터 누를 힘만 있으면 된다'면서 노년에도 사진은 아주 좋은 취미이자 용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추천하기까지 했는데, 손도 떨리고 눈에 비문까지 오면서 이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른 뭔가가 필요했다. 취미를 넘어서 은퇴 후 부수입이 될만한 취미가 필요했다. 사진, 붓글씨, 전각, 서각, 목공예.... 그런데 카메라도 힘에 부치는데 힘을 요구하는 전각이나 서각이나 목공예는 쉽지 않을 듯하여 조금 익히다 말았다. 붓글씨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미는 될지언정 돈으로 환산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남은 것은 글쓰기와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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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수백개의 꽃들이 하나의 송이를 이루고 있는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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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다른 가능성 하나가 생겼다. 그림이 그것이다. 나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아이들이 회갑선물로 사준 아이패드 앱 중에서 '포로크리에이터'와 '굿노트'라는 앱으로 수월하게 그림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작업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펼치고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준비물이 비교적 간단한 붓글씨도 마냥 펼쳐놓을 수가 없어서 어쩌다 한 번 펼친다. 그래서 그림은 은퇴후에 작은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서 취미로 삼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신문명' 아이패드를 선물로 받은 것이다. 몇 점의 그림을 테스트하듯 그려 SNS에 올렸는데, 얼마되지 않아 '표지시안 요청'과 '출판제안'이 들어왔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어라, 이게 돈이 되네?'하는 생각이 스쳤다. 돈이 되는 취미생활, 그거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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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 로즈마리는 꽃보다 이파리의 향기가 더 좋은 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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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를 그려놓고, 그림의 내력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림일기인 셈이다.
봄 초입,
폐업한 미용실 화단 노지에서 월동한 로즈마리 줄기를 두어개 꺽어와서 물꽂이를 한 후에 실뿌리가 나와 화분에 옮겨주었다.
생명을 이어갈지도 모를 상황이었는데, 꽃몽우리가 올라오더니만 꽃까지 피어난다. 생각보다 많은 꽃들이고, 로즈마리의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향기, 꽃, 생명력.
로즈마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가 준엄하다.
썩는 냄새만 내고,
꽃 피울 때가 지났음에도 꽃 하나 피우지 못하고,
죽음의 길로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저하나 살자고 아둥바둥하며 살아가는 중생의 고단함을 꾸짖는듯하다.
나의 삶에서는 어떤 향기나 나는가?
나는 어떤 꽃을 피워내는가?
나는 생명의 길, 그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가?
로즈마리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
로즈마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있다.
첫댓글 와~~~이거 너무 좋은데요^^
저도 해보고 싶은걸요~^^
돈이 되는 취미생활~~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