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楚)나라 공왕(共王)이 언릉(鄢陵)에서 진(晋)나라 여공
(厲公)과 전쟁을 치르다 한창 격전 중에 눈을 다쳤다. 그만
큼 전세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때 장군 자반(子反)이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시자 곡양(穀陽)이 술잔을 채워 올렸다.
“술이 아니냐? 물려라.”
“장군, 술이 아닙니다.”
마셔 본 자반은 그것이 술인 줄 알면서도, 자기도 은근히
바라던 바라 짐짓 모른 체하고 계속 마시게 되었다.
그날 저녁, 왕이 내일의 작전 회의를 위해 장군 자반을 불
렀으나 속이 아픈 자반은 핑계를 대고 오지 않았다. 그러자
왕이 직접 자반의 막사를 찾았다. 막사 안으로 들어서니 술
냄새가 진동하는지라 왕은 발길을 돌렸다.
“나도 눈을 다치고 믿을 사람이라곤 장군 밖에 없는데 그 장
군이란 자가 저 꼴이니, 군사와 나라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
는 뱃심 아닌가. 싸움은 이것으로 그만두기로 하자.”
하고는 군대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장군 자반을 대
죄로 다스렸다.
처음 시자가 올린 술 한 잔이 무에 그리 큰 죄이던가. 그
러나 하찮
게 생각한 그 술 한 잔이 한 나라 대장군의 목숨과 국가 대
사를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사방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요즘, 공왕과 같은 결단을 기
를 쓰고 발목을 잡는 정치권이 참으로 야속하고 밉다.
* 얻기 어려운 것은 시기요, 놓지기 쉬운 것은 기회다
- 조광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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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얻기 어려운 것은 시기요, 놓지기 쉬운 것은 기회다 " 새기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