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가 책을 보수하게 된 경위를 밝혀두며 시작하겠습니다...ㅎ
저번달...'한국산서회'에 충남대OB '86 허재을 님이 故 손경석 고문님의 <등산백과> 책을...그것도 초판본을 건네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손경석 고문님의 <등산백과>라는 책은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산기술서입니다.
1962년에 초판이 나와 그 당시 산에 다니는 선배들에게 말로 전수해주는 도제식 교육의 목마름을 해결한 획기적이고 기념비적인 등산기술서 입니다. 오랜세월이 지나면서 재판에 증보판을 거듭한 당시 스테디셀러였습니다.
<등산백과 출간50주년 기념식>에서...좌측 세번째가 저자인 故 손경석 고문님.
2012년7월10일에는 <등산백과 출간50주년 기념식>도 거행했으리만치 우리 산악역사에 한 획을 긋는 커다란 업적이라 할수있습니다.
이런 귀중한 <등산백과> 1962년 초판본을 이제 본인한텐 필요없고 저자인 손경석 고문님이 창립한 '한국산서회'에서 가지고 있는것이 맞을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그분이 너무나 대단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산서회' 9월 모임에 나오셔서 전달하시기로 했는데...여러가지 문제로 다음날 만나서 직접 전달 받았습니다.
어떻게 저랑 또 동갑이 그분은 정말 처음 뵈었지만 호쾌하고 오래전에 만난 친구처럼 친근해 바로 말을 트기까지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많은 얘길 나누지는 못했지만...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이 세월 만큼이나 많이 낡았지만...그래도 저보다 山書전문가분들 이시나...잘 보수하고 관리하시겠지요?"
"................???"
순간 저는 적지않이 당황했습니다...음...전문가도 아니고...보수도 할줄 모르는데...ㅠㅠ
山書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않지만...헐...이걸 어쩌나???
이것이 내가 책을 쪼물딱 거리고 보수하기 시작한 동기라고 할수있습니다.
다음 10월 모임에 나오시기로 약조하셨고...또한 정말 허재을 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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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건네받은 <등산백과> 1962년 초판본을 봅니다...
그런데 좀 제가 알던 초판본이랑 뭔가가 좀 다릅니다...표지 그림도 있는걸로 아는데...
근데 정확히 초판본이 맞습니다.
1962년 6월30일 인쇄
1962년 7월2일 발행...250원...초판본 맞습니다...
손경석 고문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밤을 세워 작업을 하고 책을 인쇄소에 넘기기직전 화폐통화개혁이 실시되어 부랴부랴 250원으로 고치며 난리를 쳤다고 하셨습니다.
책을 펴보니...실제본으로 만든 책이 제본실이 튿어져 갈라져 있습니다.
책등과 책이 분리가 되어있고...속지도 뜯어져 있습니다.
책등이 완전 분리되 있습니다.
본문책을 실제본한 실이 1/3쯤 튿어져 너덜너덜...
이번에 책보수를 나름 공부하며 떡제본과 실제본이라는 제본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튼튼히 만드려면 실제본이 더 좋다고 합니다...그런데 오랜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책등도 너덜너덜...
책표지가 떨어져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놨으나 스카치테이프도 오래되 자국만 남고 떨어지기 일보직전...
뒷면의 모습...책등이 떨어져 책표지가 분리가 되니...본문이 더 튀어나와 있습니다.
실제본이 떨어져 다 분리되기 일보직전...ㅠㅠ
자...이제 보수를 해보겠습니다!
시작하기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이 책을 지금 상태 그대로 놔둬야 하나? 아님 서투른 실력이지만 보수를 해야 되나?
<진품명품>이라는 TV프로그램을 가끔 보면...어떤 물건이던 보수를 하면 그 값어치가 떨어지고...서투른 보수는 안하느니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이 귀중한 <등산백과>책이 돈 값어치를 받으려고 하는것도 아니고 오래 보관하려면...지금 이 상태로는 만질때마다 더 망가지는것은 자명하다는 생각에...보수를 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과감히...책을 표지와 분리합니다.
실제본되있는 본문을 살펴보니...1/3만 실제본이 떨어졌고...나머지는 실제본이 나름 짱짱합니다.
잘 붙어있는 실제본되있는 부분의 책등 찌꺼기를 제거하고 책프레스에 물리고 제본풀을 정성스레 발라주고 말려놓습니다.
책표지부분의 책등찌꺼기를 분리합니다.
표지의 견출지부분을 물을 뭍혀 살살 긁어냅니다.
견출지부분을 긁어내니...그 부분에 손경석 이라는 이름 석자가 나옵니다.
실제본이 떨어진 부분을 3장씩 떼어냅니다. 스카치테이프를 제거합니다.
주의할점은 어디까지 실제본 되있는 부분인지...잘 살펴보고 떼어내야합니다...속지로 붙어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본3장씩의 묶음을 떼어냅니다.
순서를 잘 정리해놔야합니다.
이게 솔직히 그냥 쉽게 생각했다...나중에 페이지가 뒤죽박죽됩니다.
책순서가 지금이랑 반대고...3장씩 6페이지이므로...순간 헷갈리면...나중에 돌이킬수없은 결과를 가져옵니다...ㅎ
자...제본실...그냥실 아님...코팅되있는 제본실을 바늘에 꿰어 꿰메기(?) 시작합니다.
저...이런거 참 잘합니다...바느질...이런거 체질입니다...ㅋ
집사람이 옆에서 보다..."얼씨구~~~"하며 웃습니다.
굴하지않고...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근데...좀 이상합니다...실제본은 구멍이 홀수여야 되는데...이 책은 구멍이 4개다...???
아무리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서 꿰메봐두...원래 실제본되있는 모습이 안나옵니다...
바늘을 들고 한참을 이리저리...당췌 제 머리로 답이 안나옵니다...
할수없습니다...바늘들고 밤샐수도 없고...홀수 구멍 꿰메기로 튼튼하게 꿰멥니다.
원래 되있는 실제본모양이랑 다르지만...튼튼하게 실제본 했습니다...천년은 안떨어질것입니다...^^
자...이제 원래 실제본되있는 부분이랑 겹쳐서 제본풀을 뜸뿍...마르기를 반복해서 5번을 발라줍니다.
이제 책등 작업에 돌입...
알맞은 하드보드지를 제단해서 책등을 잡아주고...
책등과 표지를 한지로 연결하고...
세양사를 붙여...튼튼히 책등을 잡아줍니다.
튀어나온 부분을 잘 재단하고...
책표지를 다른 새걸로 대체하면 더 깨끗하지만...그럴순 없습니다...낡아도 원래 책표지로 하는게 당연~~~
깔끔합니다...나름 뿌듯~~~뿌듯~~~
이틀 지나니...제본풀이 아주 단단히 말라 투명해졌습니다.
이제 책등과 본문을 붙여줍니다.
잘 마르기만 하면 됩니다.
책등과 표지가 아주 단단히 붙었습니다.
잘 붙었습니다...^^
이제...속지를 붙여줘야 합니다.
속지는 조금 여유있게 재단한뒤 붙여주고 튀어나온부분을 깔끔히 잘라주면 더 수월합니다...
변변한 제 책상하나 없으니...밥상으로, 식탁으로, 딸내미 책상으로, 컴퓨터책상으로 메뚜기 신세로 작업합니다...
내 책상하나 갖고 싶다~~~아!!!
나머지 속지작업까지 마칩니다.
속지로 단단히 잡아준뒤 튀어나온 부분을 깔끔히 잘라줍니다.
짜쨘~~~
완성...
예상은 했지만...표지가 본문보다 좀 작다...어쩔수 없습니다...
실제로 보면 더 깔끔하게 작업되었습니다.
단단하게 작업된 책등도 믿음직합니다.
실제본한 부분도 튼튼히 붙었고...
책등 잘린부분이 좀 거슬리나...방법이 없습니다.
페이지도 가지런히 잘 되었고...무엇보다 한페이 한페이지...펼쳐보니...튼튼합니다.
깔끔한 책 뒷면...
잘붙은 속지...
이제 낡은 표지를 보호하기 위해...비닐커버를 씌여줍니다.
완성작~~~
나름 깔끔...
작업마무리하고 집사람한테 보여주니...시큰둥합니다...그래서 뭐?...라는 표정...ㅠㅠ
이렇게 보수에 성공했는지? 망쳐놨는지? 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분명합니다...처음 받았을때보다...튼튼하고 오래갈것입니다.
다시한번 책을 전해준 허재을 님한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제가 변변한 책상이 없어...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작업을 해서리~~~^^
@기절거미(안성민) 자세한 보수방법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은 위와 같이 보수하면 보수한 부분이 떨어지지 않고 장기간(예를들면20년, 30년 이상) 보관 가능한가요?
@산악 보수한 부분은 원래보다 더 단단하게 붙였으니...
도서관같이 마구 사람손을 타지 않으면 그 이상도 보관은 가능할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우 브라보~ 정년 후 사업 득템했네^^ 손 회장님의 출판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워낙 무궁무진해서 자주 혼란을 주고 있음... 이번 대구 전시회에 출품해서 신고식하면 좋을듯~
네...이번에 출품하죠~~~^^
초판이 아주 귀한데, 잘 됐습니다.
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