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팜화옹의 유리 온실에서 본격적인 토마토재배가 시작돼 2월말 출하가 시작된다. 동부팜화옹의 유리 온실은 화성의 간척지에 11㏊(3만3천평) 규모로 축구장의 7배 크기이며 일본의 식품회사 카고메가 운영하는 10.2㏊ 크기 유리 온실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유리온실이다.
최첨단 방식의 지열과 양액재배로 토마토를 생산하기 때문에 초기 식물공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동부팜화옹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연간 4000~5000톤이며, 동부팜화옹은 생산된 토마토의 일부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슬라이스 가공용으로 사용하고 대다수는 일본에 수출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와의 계약에서도 수출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화옹 간척지에 준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 조감도.
농업선진화방안… 대기업 진출의 서막
대기업 진출은 MB의 농업선진화위원회가 그 뿌리이다. 2008년 촛불시위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MB는 2008년말 농업선진화위원회를 농민단체, 농업관련 학계, 전문가, 생산자 등으로 구성해 출범시켰고 그 이듬해인 4월에 농업선진화방안을 의결하고 발표한다.
당시 발표된 선진화방안에는 여러 가지 악법들이 담겨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규모 농업회사는 지금의 동부팜화옹을 만드는 초석이었다.
대규모 농어업회사는 생산·가공·유통의 융복합화를 통해 농어업을 2·3차 산업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모델로 선진화방안이 확정되기 이전인 그해 3월 기업들의 신청을 받아 모집을 끝냈다. 당시 선정된 업체는 △새만금 지구=농산무역(유), 동부정밀화학(주), 동부하이텍(주) 컨소시엄, 새만금 초록마을 △영산강 지구=한빛들주식회사, (주)장수채, 대영산업컨소시엄, 삼호용암영농조합이다.
이들 농어업회사에게는 정부가 최소 100㏊에 이르는 농지를 30년간 장기 임대해 주고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대규모 농업회사를 만들기 위해 선진화위원회에서 기업형 경영체 육성을 위한 농어업 금융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하기 위해 농업금융공사(가칭)를 설립해 대규모 펀드와 사모펀드 등을 조성해 기업농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농협 위주의 분산된 정책자금 지원 방식으로는 기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칭)농업금융공사 설립을 통해 대규모 정책자금을 기업농에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농업금융공사는 설립되지 못했지만 농식품모태펀드를 2010년에 만들어 농업정책자금관리단으로 하여금 투자를 하고 있다.
당시 선진화위원회는 PF 도입을 위해 농업금융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관리한다는 내용을 검토했으며 또한 PF를 추진하기 위해 자본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사모펀드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형성하는 공모형 펀드의 일종으로 공모형 펀드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에 10% 이내에 투자하게 규정돼 있지만 사모펀드는 투자 제한 없이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100% 투자할 수 있어 위험성이 높다.
농식품부는 여기에서만 멈춘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허용하고,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비농업인 출자를 100%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등 기업의 농업진출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으며 동부팜화옹은 그 시작점이 됐다.
대기업과 경쟁하다 몰락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
동부그룹은 농업계에 이전부터 진출해 있었다. 동부는 농약, 비료에 진출해 이전에 있던 농약제조회사인 한농을 흡수해 동부한농으로 만들어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몬산토의 종자 영업권 등을 양도받아 종자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2009년에는 해충 천적방제회사인 세실을 인수했다. 또한 토마토와 딸기를 재배하는 농업법인회사 팜슨을 인수했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락시장의 청과도매법인 회사에, 가야라는 음료제조회사까지 손을 대 명실상부한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체계를 갖추었다.
동부팜화옹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는 종자에서 비료, 농약, 출하까지 모두 동부의 계열사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의 토마토농가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에서 재배되는 토마토가 수출이 되지 않고 국내에서 판매하게 되면 토마토 가격은 급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
또한 수출을 하게 된다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국내 토마토가 수출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토마토 물량은 지난해 4500톤이었다. 동부팜화옹의 연간 생산량이 수출물량보다 많기 때문에 수출에서도 농가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동부팜화옹의 속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수출 유망품종인 파프리카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팜화옹의 유리 온실은 높이가 6m로 일반적인 토마토 재배높이가 아닌 파프리카 높이와 같다. 따라서 언제든지 토마토의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파프리카로 전환될 수 있어 파프리카 농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 들어서는 동부의 30만평 유리온실은 파프리카 재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파프리카 재배면적은 100만평으로 전체 생산면적의 30%에 해당하는 유리 온실이 들어서게 되면 국내 소규모 파프리카 농가들은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선진화위원회에서는 기존의 영세농과 경합하지 않는 부문과 지역으로 기업진입을 제한한다고 했지만 국내 농업여건에서는 영세농과 경합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대기업의 농업진출에 있어 정부가 법적, 제도적 지원만을 한 것이 아니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심각성이 더욱 드러나고 있다.
화옹간척지의 유리온실 지반강화, 전기, 통신 등 인프라 구축에 FTA기금 87억원 투입됐고, 2012년 농식품부 국감자료 상으로는 인프라구축 106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2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열냉난방공사비용 100억원 중 80억원이 정부 예산으로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이 정부지원을 받아가며 농가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제 민주화 이전에 공정성마저도 잃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농지규제가 완화 등 기업의 실질적인 진입이 보장되면 농민은 농지를 기업에 빼앗기고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 축산, 대규모 재배는 병충해 관리가 어려워 농약과 항생제를 사용하게 돼 향후 안전농산물, 친환경으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제 보름 후면 동부팜화옹에서 토마토가 첫 출하가 이뤄지게 된다. 이는 재앙의 시작이 될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국민에게나 농가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