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렌치파이를 사는 것은 태균이가 '내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닙니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신호입니다. 후렌치파이는 딸기맛 사과맛이 있는데 한창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두 종류 모두를 사서는 한번에 몽땅 먹어치웠습니다.
상태가 많이 좋아진 이후에는 가끔 한 종류만 사서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긴 했지만 한동안 보이지않던 행동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집에 오는 길에 잠시 들린 농협마트에서 후렌치파이와 치토스를 고르고 아이스크림도 몇 개를 담습니다. 브라보콘은 두 개만 사서는 준이 하나 챙겨주고... 이건 다행입니다.
치토스는 태균이 어렸을 때 엄청 먹었던 스낵입니다. 어찌 그리 좋아할 수 있을까 싶게 줄창 치토스만 먹어대더니... 그러고보니 후렌치파이 치토스 산 지 꽤 오래되었는데... 이런 과자 뿐 아니라 어떤 과자도 요즘은 태균이가 고르는 게 거의 없습니다. 있으면 먹지만 없어도 별로 찾지않는 과자무덤덤 시절로 진입한지 꽤 된 것 같은데...
오늘 센터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후렌치파이 치토스를 고집스럽게 사는 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금 머리도 괴롭고 무엇으로라도 풀어야 할 것 같나봅니다. 정신없이 그 많은 양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더니... 살겠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라도 자기 나름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내일부터 가지말라고 하면 평일에 매일 갔었던 것이 또하나의 고정일과가 되서 간다고 고집할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가는 날을 줄여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2월 7일 배타고 집에 가는 일정, 그 후에 베트남여행, 다시 제주도에 올 때는 완이는 없고 태균바라기 진이가 함께 할 것이니 태균이 다시 리푸레쉬되면서 제자리로 잘 돌아올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10년간 엄마가 운영하는 학교다니면서 같이 했던 반친구들은 좀 바뀌기는 했지만 원상이란 아이와 준이랑은 참 오래 같이 했고 별탈없이 진한 동료애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엄마가 하는 학교에 태균이가 참 진한 애정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태균이에게 그래서 엄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엄마는 곧 학교이기도 하지않았나 싶습니다. 엄마학교가 제주도에서도 이어진다고 생각될만큼 우리는 또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가끔 양념처럼 육지도 다녀오고 하면서) 준이를 비롯해서 여러 명의 거쳐간 아이들은 학교학생이라 여기면서 그런 인식으로 생활한 듯 합니다.
낯선 곳에서 적응을 못 할리는 없는데 새삼 원치않는 사람들과의 적응은 거부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리고 굳이 알려고 하진 않았지만 태균이 반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은 원생들로 구성되었으나 (어떤 원생은 50살도 넘은) 지적처리 능력은 센터에서 가장 떨어지는 그룹이었다고 하니 태균이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을 듯 합니다.
한글로 자기 이름을 쓴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담당쌤이 놀라는 수준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센터의 판단과 태균이의 눈치 등에는 갭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태균이가 그걸 표현할리는 없겠으나 엄마와는 확연히 다르게 비독립적 개체같은 취급은 왠지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그러면서 행동은 제약당하는 느낌! 그래서 즐겁지않다가 머리까지 돌게 된 듯 합니다.
지금은 약간 돌아간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야 하니 비가 어서 그치길 기다려봅니다. 비가 그쳐야 뭘해도 할 것이기에, 날씨가 관건이네요. 이번 사건으로 보면 태균이는 엄마의 분신처럼 제약이나 구속당함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저도 구속당하는 상황에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제 멋대로 사는 것이 습관화 되었는데 태균이가 딱 그 짝입니다. 엄마 유전자를 타고난 건지, 배운건지 알 수 없으나 엄마아들답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첫댓글 아이가 발달장애로 태어나도 기질은 유전인지라 닮더라구요. 태균씨도 엄마를 닮아 구속보다는 자유를 원하는 nomad 체질인 것 같네요.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여기고 다시 재정비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맘고생 많으셨어요. 다시 즐거운 제주 삶속으로 go~~
아무쪼록 태균씨 다시 평안해 지길 바라며 두 세번 더 나간다면 조마조마 합니다. 그래도 엄마의 판단이 최선이니, 다 잘 되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