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은 '울상.빈손 금융'..브로커까지 활개
서민금융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출범한 '미소금융'(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무담보 무보증 저금리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미소금융재단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하루에도 수백명의 신청자들이 몰리
고 있지만 실상 대출기준이 까다롭고 홍보가 미비해 대부분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넉넉지 않은 재정여건과 까다로운 대출조건 등으로 실상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적격자가 극소수여서 이번에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
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한편으론 무조건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묻지마 대출' 열풍이 일고 미소금융대출을 미끼로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미소금융브로
커'나 '보이스피싱' 피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소금융'이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보다 충분한 재정확보와 대출기준 완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출 희망자 대부분 빈손
미소금융은 지난 12월 15일 삼성미소금융재단 설립을 첫 시작으로 17일 우리․국민․신한은행, 18일 현대차, 21일 LG․하나은행, 23일 SK, 24
일 포스코, 28일 롯데, 30일 기업은행 등 총 11개 대기업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업무에 돌입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중앙재단)의 지역 지점도 각 지역사업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신청/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30개, 하반기 40개가
설립될 예정이다. 6개 대기업의 출연금 1조원과 5개 은행권 출연금 2천억원, 휴면예금 7천억원, 증권단체 기부금 등 총 2조2천억원의 재원
이 사업비로 쓰인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이 10년간 3천억원을 출연키로 하는 등 각 사업자들(기업, 은행)은 중앙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을 사업비로 사용한다. 기
타 증권 기부금과 부실채권 기금 등 3천억원은 중앙재단의 지역지점 설립 시 운영재원으로 활용된다.
중앙재단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과 은행 등으로부터 접수된 대출대상 신청자는 총 2천100여명으로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대출승인 여부를
심사 중이다.
미소금융은 개인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창업대출을 통해 자립기반을 도모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세웠다.
대출금리는 연 4.5% 이내 노점상 등 무등록 영세자영업자는 연 2% 이내가 적용되고 대출한도도 최대 5천만원까지 가능해 서민들의 기대
감을 한껏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6일 미소금융 업무가 시작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전화와 방문이 쇄도했다. 하지만 미소금융을 무조건 저
금리 혹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묻지마 대출'로 잘못 알고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허다하다.
중앙재단 관계자는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대상과 자격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상담자들 가운데 대출조건에 부합하는 경우는 10%
가 채 되지 않는다. 미소금융이 출범한지 10일밖에 되지 않아 초반에 혼선을 빚었지만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소금융 전문 브로커, 보이스피싱도 활개
그러나 재정이 그리 넉넉지 않은 중앙재단은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 사후관리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전에 대출기준에 맞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은 물론 여러 미소금융재단에서 중복 대출을 받는 사례 방지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신청인의 자활의지와 성실한 채무변제 노력이 선별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간지 등을
통한 지면광고와 함께 내년 1월 중으로 TV 광고 예산을 편성해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 사업자간 고객유치 과열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동일한 상품, 동일한 조건을 내걸도록 했기 때문에 과열 경쟁 등은 없을 것"이라고 일
축했다.
한편, 미소금융 열풍을 틈타 대출을 미끼로 수십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미소금융 브로커'와 '보이스피싱'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중앙재단 측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미소금융 대출을 도와주겠다고 유인해 서류를 대신 접수해 준 후 20~30만원의 중개수수료
를 챙기고 있다는 것. 아직 피해 보고가 정식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곧 수면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미소금융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신 수수료 30만원을 입금하라는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도 발생해 현재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 미소금융 대출 지원 대상 및 요건
① 지원 대상자
- 미소금융 지원대상은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신용평가회사 중 한 곳 이상에서 개인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저소득․저신용 계층이다.
② 지원 부적격자
-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고 하더라도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전산망에 신용도 판단정보(연체, 부도거래현황 등) 및 공공정보(국세, 지방
세 체납정보 등)가 등재된 자는 제외된다. 단, 신용회복지원기관에 의한 신용회복지원중인자 중 2년 이상 변제금을 성실하게 납입했거
나 개인회생 신청자 중 법원으로부터 면책이 결정된 자, 개인파산 신청자 중 법원으로부터 면책이 결정됐고 면책 결정일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자는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보유재산이 과다(대도시 1억3천500만원, 기타지역 8천500만원)하거나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이 50%를 초과한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채무합계액이 1천만원 이하는 지원 가능)하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복지사업자, 미소금융지역지점 포함),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유사한 내용의 금융지원을 받은 자나 개인회생․
개인파산 신청자 및 법원에서 개인회생․개인파산을 인가한 자 등도 지원받을 수 없다.
③ 대출조건 및 절차
- 대출금리는 연 4.5% 이내이며 노점상 등 무등록 영세자영업자는 연 2% 이내가 적용된다. 대출한도는 최대 5천만원, 기간은 거치기간 6
개월~1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5년 이내로 원리금균등분할상환해야 한다.
대출신청 후 실행까지 최소 3~4주가 소요된다.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면 주소지에서 가까운 미소금융재단을 방문, 최초 방문 시 주민
등록증 등 신분증을 지참해 상담을 받고 대출대상으로 확정되면 주민등록등본, 소득증빙서류 등을 구비해 제출한다.[소비자가만드는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