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음악회/靑石 전성훈
한여름 밤의 음악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반가운 이름이다. 그렇구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장마와 더위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을 달래주는 고맙고 정겨운 음악회이다. 찜통더위를 식혀주는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가라앉은 기분을 바꾸어주는 카타르시스가 되어 팥빙수처럼, 얼음이 둥둥 뜨는 수박 화채 같은 맛을 주는 음료수 같다.
도봉구 출범 50주년 연계행사로 이런저런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도봉역사자료展 ‘도봉 50년 문화 100년’, 문화포럼 ‘50년의 성장 100년의 미래’, 도봉구민 편지쓰기 대회, 도봉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편지 타임캡슐 제작이 순서대로 열린다. 그 행사의 하나로 도봉구 출범 50주년 기념 음악회가 도봉문화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공연장에 도착하여 예행연습 장면을 보면서 텅 빈 객석에 홀가분하게 앉아서 메모한다. 땀을 흘리면서 리허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팸플릿을 찾아보니 소프라노 장하나, 베이스 박태종, 창자 허연수의 이름이 보인다. 창자라는 말을 보는 순간에 슬며시 웃음이 배어 나온다. 설마하니 사람이나 동물 내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정확한 뜻을 확인하니 판소리를 부르는 사람을 창자(唱者)라고 부른다. 연주될 곡목을 훑어보니 남도 민요로 새타령, 진도아리랑, 클래식은 문외한이라서 제목을 보아도 무슨 곡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기를 안고 오는 젊은 엄마, 어린이 손을 잡고 들어서는 아빠도 보인다.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는 것처럼 설레는 모습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모습도 상당히 많다. 얼굴을 아는 도봉문인협회 회원도 있고, 인문학기행을 통해서 낯익은 분들 모습도 눈에 띈다. 입장하는 사람마다 도봉문화원에서 응원용으로 준비하여 나누어준 플라스틱 장미꽃 야광등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다. 객석이 거의 찬 모습이다. 문화원 담당자가 도봉문화원장, 도봉구청장, 구의회 의원 및 기타 관련 단체 임원을 소개한다. 인사말을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아주 짧게 인사말을 마친다. 이제는 마음을 활짝 열고 신나게 함께 어울리며 손뼉을 치고 웃으며 즐기는 시간이다.
도봉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연주가 들릴 때 전문가도 아닌 내 귀에도 뭔가 매끄럽지 못한 게 느껴진다. 단원 모두가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조금은 서툴고 산뜻하지 못하여 투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남도 민요를 부르는 분과는 반주 동작에서 몇 번인가 사인이 맞지 않아서 노래하는 분이 순간적으로 머뭇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회자의 진행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여느 다른 음악회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 조금 못된 공연 시간 내내 짬짬이 손뼉을 치기도 하고, 무대를 향하여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기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하는 동안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모처럼 마음먹고 음악회에 가서 분위기에 몰입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마음이 드는 게 기분 좋거나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시원한 에어컨이 작동되어 더위는 느끼지 않아 좋은데 연주회 수준이 조금 미치지 못하여 유감이다. 무료로 관람하며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마추어 음악회 수준을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주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앙코르를 요청하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바꿔본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라는 성서 말씀처럼, 무릇 세상의 일이란 게 제각각 쓸모가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연말에 예정된 도봉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는 지금보다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20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