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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와 네팔총각의 애잔한 이별을 뒤로하고 우리는 달라이라마가 계시는
다람살라행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24시간이 걸리는 멀고 먼 길!
아침 7시 출발, 여행자 버스, 우리나라 고속버스 수준에 좌석까지 예약이 되어 있어
처음으로 호사스런? 여행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함께 동승한 승객들 중에
왠 학벌 없는? 서양 똥덩어리들이 몰려 타가지고 하루내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고
안하무인 지경이든지 버스에 탄 모든 승객들의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덩치는 하마요, 온 몸에 도끼, 나체여자, 뱀 등 온갖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문신에
털 복숭이 괴물들이 옷은 입은 둥 마는 둥, 들썩거릴 때 마다 그 역겹던 누린내 하며,
영락없이 혹성탈출에서 본 그 캐릭터들이었다. 좌석 중간 중간에 끼어 앉아서 캔을
이리저리 던지고 받으며 낄낄거리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일어나서 지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온갖 G,R발광? 들을 다하며
무슨 점령군처럼 우리들의 행복한 여행을 유린하고 있었다.
이 지경인대도 아무도 저들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그 횡포를
멈출 수 있었겠는가! 이럴 때 드는 인간적인 모멸감과 자괴감, 그리고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가스총!! 그러나 이 여행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끝없는 인내였다.
그 울화통 터지던 길고 힘든 밤을 달리고 달려 바위처럼 과묵하던 버스 기사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정확하게 아침 7시에 우리들을 다람살라에 내려 주었다.
시장 통 안에 있는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고 올라가려는데,
엄마야! oh my god!! 그 징그런 녀석 다섯 명이 하필이면 우리와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푸는 것이 아닌가! 이거야 말로 최악이다! 숙소 또한 볼만했다, 그냥 시멘트 맨바닥에
한 쪽이 푹 꺼진 꼬질한 침대 두 개, 마날리 보다 더 차거운 물,
아이고 난 몰라! 까무러치게 피곤하고 기운이 빠져나간다. 우리 주치의 은지가
그만 몸져눕고 말았다. 아, 저 아이에게 뭘 좀 먹여야 하는데...
이 가까운데 달라이라마께서 계실텐데...저 괴물 녀석들은 언제까지 있을래나...
하면서 나는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스피린을 먹고 한숨 잔 은지도 다행히 상태가 괜찮다고 일어났다.
숙소는 초라하고 불편했지만 문만 열면 바로 시장이라 구경꺼리와 물품구입은
아주 편리하다. 그리고 이제 불편함 따위는 우리에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배가 등가죽에 딱 붙었다. 이 곳 시장통에도 우리나라처럼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어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길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레빙은 창포묵에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 것인데 조리법과 맛이 우리나라와
아주 흡사해서 얼마나 놀라고 반가웠는지, 다람살라를 떠나오는 날까지 레빙은
나의 주식이 되었다. 시장 노점에서 레빙을 파는 티벳 아줌마는 나와 자매지간이래도
믿을 정도로 우리는 닮았고 친했다.
(맛있는 레빙)
(티벳 수제비 뚝바)
(시장에서 레빙을 제일 맛있게 만드는 소남 아줌마)
레빙으로 배를 채우고 달라이라마 탬플로 향했다.
시장에서 약 20분 정도 걸어가니 우리나라 왠만한 작은 절 규모의 사원이다.
너무나 검소하고 소박한 건물, 그 건물 한 켠에 사랑채처럼 붙어 있던 작은 집이 달라이라마
처소란다. 워낙 고산지대고 정치적으로 긴장감이 있는 곳이라
군사 요새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자연이 내려주신 장엄함과 비장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침략자들의 박해를 피해 오로지 달라이라마 한 분을 의지해
남의 나라에 망명해서 세운 티베트 망명정부! 깎아지른 절벽 같은 지대에 촘촘하게
집들을 얹어 비록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그들은 절대적인 신앙심과 정신적 지주이시고 현재 살아있는 生佛로 추앙받는 달라이라마를 모시고
조국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평화노선을 철저하게 고수하면서 살아가는 그 정신은
어느 첨단의 문명국보다 강하고 고결하며 위엄이 있었다.
사시로 개방되어있는 법당에 들어가니 불단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있고
불상 앞에 설법 좌대가 놓여있다. 아마 달라이라마께서 설법하시는 자리인가보다.
넓은 법당 한 모퉁이에 상주로 경을 읽고 공부하시는 스님들이 계시고 일 년 내내
촛불 대신 버터기름으로 불 밝히는 호롱이 법당 한 면을 차지하고 연기와 버터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부처님 전에 108배로 참배하고 나와서 사원 주변에 둘러져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티벳의 독립과 가까운 인연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달라이라마 처소)
다음 날 우리는 티벳 학교를 방문했는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우리 아이들과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사무실을 찾아 거금 1000루피를 희사함에
넣었다. 티벳의 미래가 이 아이들에게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각별하고 아프게 각인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나라 없는 설음과 굴욕의 역사를
가져 본 백성만이 느낄 수 있는 강한 동질감과 연민, 안타까움 같은 것이리라.
부디 열심히 공부하고 힘을 길러서 폭력에 짖밟힌 너희들의 조국을 되찾고 평화와
자비가 진정한 힘인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발길을 돌렸다.
다람살라에서 일 주일을 더 머물면서 한국여성이 운영하는 무료 탁아소 방문도 하고
달라이라마 설법에도 참석해서 자비로운 그 모습을 친견하기도 했다.
(티벳학교)
(고등학생들)
(한국여성이 운영하는 무료 탁아소에서 위탁 중인 티벳 영아들)
그 후 나는 인도와 파키스탄 정전라인인 레와, 스리나가르를 통과해서 시크교의 본산지,
골든템플로 유명한 암리챠르로, 다시 델리로 돌아와 타르사막과 인더스 강을 건너
파키스탄까지 5개월에 걸친 고단한 여행을 끝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니 고국은
어느 듯 단풍드는 가을이었습니다. 영양실조와 누적된 피로로 그 해 가을 저는 한참을 앓았던 것 같습니다. 몸은 시름 거렸지만 정신은 참 충만하고 자유로워져 있었지요.
그리고 많이 행복했답니다.
제 마지막 메모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thank you india!
good by india!
※ 산자야의 인도 기행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 후 네팔 안나푸르나 MTB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어줍잖은 글 과분하게 사랑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학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산자야 우리 반장님 여행을 객관적으로 체험 잘 했습니다.고맙습니다
두꺼비 반장님,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반 번개수업 준비해야되니 얼른 연락주세요. ^^
글로 함께 하는 인도여행...
저도 많이 행복했답니다.
네팔 여행기도 기대합니다..^^
냉이꽃님, 그 동안 참 고마웠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만날 수있을까요!
늘 건강하시고 이 곳에서나마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산자야님의 여행기를 읽으면 산자야님의 눈에 비친 여행곳곳의 풍경과 사람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어 좋습니다. ^^
예쁜 은영님, 고마워요!
누님이 남아로 태어나고 네가 여자로 태어나야 되는데해요
젊었을땐 먹고 산다고 못가고 늙으면 다리아파 못가고
이렇게 라도 대리만족 하고 갑니다..감쏴
흐미~바쏘같은 여자 데리고 살면 으으으~~~안~~~돼!ㅋㅋㅋㅋㅋㅋㅋㅋ
우짜지요. 벌써 끝나버렸내.
이렇게 생생한 여행기를 읽으니
글쓰는 이들의 수고로움이 더크게 새삼 다가 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며
처음 부터 다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오래 끌었지요, 학우님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인도 여행기를 아주 맛깔스런 문장력으로
올려주신 산자야님 수고로 즐거웠습니다
히말라야 MTB 원정 스토리가 기다려 집니다^^
땡~큐라 아뢰오!^^
흑~ㅠㅠ
The End...인가요?
끝은 슬퍼요~~
수많은 고난,역경, 감동이 함께했었던 여행기~
저도 두고두고 보고 또 보아야 겠습니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여행을 간접적이지만 직접 겪는듯한 느낌과 감동으로 보았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산자야님의 내공은 살면서 꼭 배우고 싶은 것들...^^
살아가는데 힘이 될듯한 내공~ 꼭 전수받고 싶습니다~^^**
늘 나은님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릿해 지는건 무슨 이유일까요!
본질적으로 우리 인간은 완벽한 적응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랍니다.
그런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어떤 상황이든 부딪쳐 나가면 다 좋아지게 되어있어요.
설사 좋아지지 않아도 교훈을 얻고 배우고 인간적인 성장을 이룬답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버릴게 하나도 없는거지요. 고마웠습니다.
감사히 ~ 부러운 마음으로 ~ 잘 읽고 갑니다....*^^*
고마워요 설산님!^^
안나푸르나 MTB후기 기대됩니다.^^.
쫌 만 기다려줘요.^^
장하다 유승연 우리의 에너자이저 !!
길고 긴 여행기 세세히 마음까지 내 놓느라 애썼네요.
에혀 ~~~~~
담번엔 MTB 동승하여 산과 비탈을 넘으면 되는거쥬?
기대기대 ^^
감사허네, 건반님도 좋은 작품 많이 찍어 렌즈속의 무한한 세계로 여행하시게나.
님의 여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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