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토요일. 진관사에 눈이 내리다.
진관사에서 아침부터 다라니 경 천독千讀 기도회가 있다고 해서 내자와 같이 한번 가 보았다. 근년에 크게 지은 함월당이라는 긴 건물의 큰 법당 안에서 행하고 있는데, 한 150명 쯤은 모인 것 같았다. 대개 다 여자 신도들이고 남자는 고작 5,6명 뿐인 것 같았다. 중간에 여승들 몇 명이 앉아서 북을 두드리면서 선창을 하는데, 인도 말(범어)로 된 경문을 아주 빠른 소리로 읽어 나가니, 도무지 어디쯤을 읽고 있는지 책을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아침 9시 경에 시작한 이 독경을 오후 1시 반까지 계속하는데, 10시가 넘어 갔지만 사뭇 방석 위에 앉아 있기도 지루하여 두어 번 바깥에 나와서 앉았다가 들어갔다. 마침 오전에는 흰 눈발이 휘날려 산사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1시 반이 넘어 그 건물 지하층 식당에 마련된 점심 공양를 받았는데, 비빔밥에 귤 하나와 원비 한 병씩을 주었다. 100여명이 순식간에 일사불란하게 밥을 먹는 것을 보니, 모두 이런 행사에 퍽 익숙한 것 같다.
오후 2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또 다라니 독경을 계속한다고 하였지만, 모처럼 방바닥에 몇 시간동안 앉아 있었더니 걷는 것도 좀 힘이 든 것 같아서, 그 절 한쪽에 마련된 다실에 들어가서 쌍화차와 대추차 한 잔 씩을 사서 마시고,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서 몸을 좀 녹이면서 창밖으로 아름답게 자란 소나무들을 쳐다보았다. 곁가지들을 높게까지 손질을 한 것을 보니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 같았다. 여승들이 사는 절이니 경관을 잘 다듬는 것 같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 집현전 학사들을 데리고 와서 연구를 하셨다는 유래가 깊은 절이나, 6,25 전쟁도 불탔다가 중건을 하였다는데, 최근에 사찰홈스테이 등을 위하여, 위에서 다라니 경을 읽던 곳과 같은 큰 건물을 짓는 것을 비롯하여, 많은 건물을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입구에 서 있던 자연석 바위에도 불상을 새겨 넣어 새로운 유적을 하나 더 만들어 추가하였다.
시내에만 나가면 온통 시멘트로 지은 고층 건물에 맨 영어로만 적어 둔 간판만을 보다가, 여기서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것만 하여도 큰 다행이다. 늘 올 때 마다 이 절의 위치가 참 좋다고 느낀다. 별로 높은 곳에 있지는 않지만 속세와는 완전히 떨어져 있고, 조그만한 계곡이지만 두 물줄기하 합류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절에 들어오는 마을에 지금 한참 한옥 촌을 조성하고 있으니 완성이 된다면 서울의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절 마을에 가까이 산다는 게 참 다행스럽다. 걸어서도 다닐 수 있고,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이 조금 더 나올 뿐이다. 요즘 나는 “동안거”를 한다고 하고서 될 수 있으면 시내에 가는 일을 줄이고, 가까운 야산이나 산책을 하든가, 이런 절간을 찾든가, 또는 북한산 둘레 길이나 돌든가 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은 산사에서 눈이 내리는 풍경까지 보게 되었으니 대단히 일진이 좋은 날이다. 더구나 독경을 좀 하고 나니 아프던 귀가 좀 시원하여 지는 듯도 하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참 신기한 일이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마하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