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뻥! 열나는 뻥!
똥 찾아가세요/ 권오삼
덥다!// 선생님이/ 선풍기를 ‘강’으로 해도// 덥다!// 땀이 막 난다// 땀이 한 그릇이다// <여름교실>
덥다 더워. 그렇다고 ‘땀이 한 그릇’이라니, 뻥도 이런 뻥은 없어. 하지만 얼마나 재미있어. 이렇게 더운 날일수록 우스갯소리에 뻥도 쳐가며 웃어야지. 진짜 거짓말쟁이들 엉덩이를 뻥 차 지구 밖으로 날려 보내면 좀 시원해지려나.
얼마 전 마흔 해가 넘도록 동시를 써 오신 권오삼 시인을 만났어. 동시집마다 아이마음을 기막히게 표현해 놓아 어떤 분일까 궁금했거든. 장난꾸러기 아이 같다가, 개그맨이 되었다가, 따끔하게 바른말을 하시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 이 동시집이 시인을 꼭 닮았어. 상상력은 물론 말놀이 동시, 울림을 주는 동시, 과감히 감정을 표현한 동시, 해학적 동시까지 그 재미에 푹 빠져들게 돼.
누가 승강기 안에다 똥을 눴다// 똥 덩어리가 내 주먹 보다 컸다// 경비실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경비실 아저씨가 똥을 치웠는지/ 나중에 보니 똥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승강기 안 게시판에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중략-//자기 똥은 자기 뱃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가 버릴 때가 되면/화장실 변기통에다 버려야 그게 바른생활 사람이다//<똥 찾아가세요>
요즘 입에 맴도는 동시야. 남이 싸 놓은 똥을 치우며 깨끗하게 살자고 평생을 바친 사람은 자기 옷에 묻은 것도 참지 못해 홀연 떠났는데, 자기가 싸 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은 뭘까? 제발 아무 데나 똥 싸지 말라고, 네가 한 짓인 거 다 안다고 말해 줘도 자기 아니라고 뻥치겠지.
(김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