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첫 번째 - 1)
(땅끝탑∼완도 구계등, 2023년 2월 25일∼26일)
瓦也 정유순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연결된 총 90개 구간, 1470km의 걷기여행길이다.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의 남해안 구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 노선조사를 시작으로 2018년 노선안 확정, 남파랑길 명칭과 상징물 확정, 2019년 안내체계 정비와 최종 점검을 거쳐 2016년에 개통한 해파랑길에 이어 두 번째로 2020년 10월 31일 남파랑길을 개통됐다.
<서해와 남해 경계>
남파랑길은 광역 지방자치단체 3곳과 기초 지방자치단체 23곳에 걸쳐 있어 구간별 특성을 담아 ‘남도문화길’과 ‘남도낭만길’ 등 5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돼 있다. 남도문화길은 장흥에서 강진, 완도, 해남으로 이어진 구간으로 남도 유배문화와 다양한 순례 자원을 체험할 수 있고, 남도낭만길은 여수에서 순천·보성·고흥으로 이어진 길로 지역의 독특한 생태환경과 다도해의 낭만을 체험할 수 있다.
<땅끝 앞바다>
우리는 전날 저녁 8시에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출발 5시간 20여분을 달려 새벽 1시 20분경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여 짧은 숙면을 한 후 조반을 마치자마자 데크길을 따라 땅끝탑까지 걸어간다. 그곳은 서해와 남해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남파랑길의 90코스 구간 끝 지점이며 서해랑길의 시작 지점이다. 아침 햇살에 윤슬이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남파랑길을 걷는 내내 함께한 도반(道伴)들의 무사도보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낸다.
<땅끝탑 전망대>
고유제를 지내고 부산 오륙도를 향해 땅끝탑에서 첫 발을 내디딘다. 땅끝탑은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에 있는 땅의 끝을 상징하는 삼각뿔 형태의 탑이다. 바다를 향해 꿈을 싣고 나아가는 배의 돛을 형상화 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서서 절망을 털어내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 ‘끝이란 시작을 알리는 단순한 신호’라고 했던가. 탑 앞에는 ‘여기는 땅끝 한반도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한반도’라는 용어가 영 거슬린다. ‘한반도’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땅끝탑>
우리는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반도’라는 용어를 결코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일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반도(半島) 안으로 구겨 넣으려고 온갖 짓을 자행해 왔다. 1897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천제(天祭)를 올린 환구단(圜丘壇)에 철도호텔(현 조선호텔)을 짓고 그 북쪽으로 반도호텔(현 롯데호텔)을 지어 두 호텔을 반도·조선호텔로 불렀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시나브로 ‘반도조선’으로 부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검은 속셈을 헤아리지 못하고 쏠려가는 우리의 현상이 더 암담하다.
<땅끝 비문>
가파른 데크 계단을 타고 땅끝전망대로 향한다. 땅끝탑과 함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땅끝전망대는 갈두산(156m) 사자봉(獅子峰)에 있다. 해남 갈두산(葛頭山)은 대한민국 육지의 가장 끝으로 땅끝이라고 부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진도에서 완도까지 서남해의 풍경이 펼쳐지며, 맑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땅끝마을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기 좋은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땅끝전망대>
땅끝마을은 전북 진안 마이산에서 남으로 뻗은 호남정맥 마루금이 무등산에 이르러 ‘ㄴ’자형으로 순천의 조계산으로 굽어지는 팔꿈치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영암의 월출산을 지나 해남 두륜산과 달마산의 정기를 듬뿍 안고 갈두산 사자봉에서 바다의 기운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우리나라 육지의 땅끝기맥이다. 땅끝마을이 관광지로 알려진 것은 지난 86년으로서 땅끝에서 바라보는 우리 국토와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높이 10m의 탑을 세우고, 사자봉 정상에 있는 봉화대를 복원하면서 부터다.
<갈두산 정자>
행정구역으로는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이고 선착장 주변의 해변에는 전형적인 해안침식지형인 파식대(波蝕帶)와 시스택이 발달되어 마을 앞 바다의 기반암은 편마암으로 수직절리가 되어 있다. 땅끝항은 육지로는 더 이상 남으로 갈 수 없어 바다로 나가는 출발점으로 제주도나 다른 여러 섬을 연결하는 중요한 뱃길 통로가 되었다. 그래서 땅끝은 바다나 육지로 새롭게 출발하는 희망의 시작점이다.
<시스택 지형인 수직절리>
땅끝마을이 있는 송호리는 바닷가에 연해 있는데, 마을 주변에 소나무가 울창하고, 마을 앞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하여 송호(松湖)라 하였다. 본래 영암군 송지종면(松旨終面) 지역이었는데, 1906년(광무 10) 해남군으로 편입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중리, 신풍리, 송종리, 내동리, 갈두리를 병합하여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로 개설되었다. 송호리는 고려시대 때 특수 지역의 하나인 송정부곡(松井部曲)이었다. 부곡(部曲)은 신라 때부터 고려 말까지 있었던 특수한 말단 지방 행정구획(行政區劃)이다.
<땅끝마을>
발길은 땅끝전망대에서 북으로 달마산을 바라보며 행진한다. 산자락 곳곳에는 수종개량(樹種改良)을 위한 벌목이 많이 이루어 졌고, 황칠나무 묘목이 뿌리를 잡고 하늘을 향한다. 황칠(黃漆)나무는 옛날부터 옻나무와 함께 귀하게 취급되어 황금색을 내는 우리의 전통 도료로서 다른 천연 도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품질이 우수하다. 건조나 부착성이 뛰어나 목재나 금속, 유리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진정·안정의 약재효과가 있다.
<송호리 숲길>
황칠나무는 아열대성 식물로 그 분포지역은 제주도·완도·보길도 등 주로 남부지방 해안이나 섬 지방에서만 자생한다. 황금빛 찬란한 천연 도료로 고품격의 화장도료로 적격이고, 금속공예 중 은 공예품에 칠하면 찬란한 황금색으로 되기 때문에 가치를 한층 높일 수도 있다. 물에는 희석되지 않아서 옛날 사람들은 물에 넣어 황칠을 보관했었다. 한 때는 조정의 공출이 심해 백성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황칠나무를 뿌리 채 뽑아 없애기도 했다.
<어린 황칠나무>
어느 밭 가운데에는 태양광발전소가 자리한다. 태양광발전은 전지판(電池板)을 햇빛이 잘 들어오는 넓은 땅위에 설치하여 태양광으로 발전을 하여 전기를 산업용이나 가정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는 무공해 에너지이고 전기와 열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으며 이웃에 있는 축사나 농장의 생산성에 대한 영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주변의 생태계 단절 여부도 검토 되어야할 사항이다.
<태양광발전시설>
새벽부터 봄바람인지 겨울바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새 찬 바람이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데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매화(梅花)는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언 땅 위에서도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발산하며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정원에 흔히 심어졌고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시켰다. 그리고 불로상록(不老常綠)의 소나무·대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도 하며, 난(蘭)·국(菊)·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고도 한다.
<매화>
매화나무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동지 전에 피는 것을 조매(早梅)라 하며, 봄이 오기 전 눈이 내릴 때 피는 것을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또 그 가지가 구부러지고 푸른 이끼가 끼어 비늘 같은 껍질이 생겨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고매(古梅)라 하여 귀중하게 여기고, 강변에서 자라는 매화를 강매(江梅)라 한다. 또 매화와 대나무를 이아(二雅)로, 매화와 대나무와 솔을 삼청(三淸)으로, 매화·대나무·난초·국화·연꽃을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
<홍매>
“누가 일러/땅끝 마을이라 했던가/끝의 끝은 다시/시작인 것을…/내 오늘 땅끝 벼랑에 서서/먼 수평선을 바라보노니/천지의 시작이 여기 있구나/삶의 덧없음을/한탄치 말진저/낳고 죽음이 또한 이 같지 않던가/내 죽으면/한 그루 푸른 소나무로 다시 태어나/땅끝 벼랑을 홀로 지키는/파수꾼이 되리라” 시인 오세영(1942∼ )의 <땅끝 마을에 서서>를 음미하며 ‘땅끝 벼랑을 홀로 지키는 파수꾼이 되리라’고 다짐도 해본다.
<땅끝 앞바다>
https://blog.naver.com/waya555/223032042077
첫댓글 등제감사합니다. [영암월출산] 하니 한때월출산 상상봉에올랐을때
구름낀희미한햇살이였는데 갑자기 인근에흐르는 영산강으로
햇볕이꾸불꾸불내려꽂는광경에 나도모르게 황홀함을느꼈던 그때가생각난다.
부디건강하시고,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