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수요일/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4달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아이를 위한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아이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한 중환자 병원에서 4달 동안 지내야 했습니다.
사고 직후 저는 아이를 위해서 기도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기도를 마치면서 보니, 아이의 발가락이 조금 움직였습니다.
이렇게 3번 더 병원을 찾았고, 아이의 모습은 조금씩 좋아 보였습니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아이를 위해서 세례성사를 청하였습니다.
세례를 주기 위해 아이의 집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저와 봉사자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아직 아이가 말은 하지 못하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조금씩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우 발가락만 움직일 수 있었던 아이가 눈을 떴고, 웃을 줄 알았고, 손을 내밀면 꼭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세례식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의 부모는 물론, 봉사자도 모두 울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정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요셉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기를 청하였습니다.
앞으로 요셉이 큰 시련을 이겨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기를 청하였습니다.
앞으로 요셉이 나자렛의 성 요셉처럼 가정을 보호하는 우산이 될 수 있기를 청하였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기적처럼 좋은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기도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교우들은 아이의 병원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성 어린 나눔을 하였습니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서 간호해야 했던 아이의 엄마를 위해서 음식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할머니는 한국에서 와서 아이와 함께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고, 조금씩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아이 엄마의 회사에서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매주 주보에 아이를 위한 기도를 공지하였고, 교우들은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부모에게 ‘성탄 미사’에 아이와 함께 오라고 하였습니다.
아이의 부모도 성탄 미사에 함께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이의 세례식을 준비하면서 예수님께서 죽은 소녀를 살리셨던 표징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는 죽지 않고, 자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죽은 소녀를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탈리타쿰(일어나라.)’ 소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일어났습니다.
저도 아이를 위해서 ‘탈리타쿰’이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기를 청하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묵시록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의 재물과 권력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길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손이 둘인 것은 하나는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남을 돕는 데 사용하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에게 발이 둘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눈이 둘인 것은 하나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아름답게 보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에게 귀가 둘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어려움을 들어 주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재능과 능력은 본인을 위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그 반은 남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말씀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고, 손해 보는 일이 아님을 나무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그렇게 가을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 인생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져야 하는 나뭇잎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걸 슬퍼하기보다 떨어지기 전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떨어질 것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 참된 삶입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부활의 태양은 떠오르고 새봄 새잎이 또 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밤하늘은 별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들의 선행과 우리들의 봉사가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희망의 별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출처 : 우리들의 묵상/체험 ▶ 글쓴이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