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없어도 / 조병화
하늘에 물 고여 있듯이
그 눈에 물 고여 있읍니다
하늘에 그리움 고여 있듯이
그 있음에 그리움 고여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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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조병화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1990년대 중반..
여름으로 기억한다..당시 나는 어느기업 사원연수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
어느날 강사섭외담당과장이 찾아와 손님 좀 대신 맞아달라 부탁한다.
말인즉.. 까다로운 특강 명사가 방문하는데
그분의 상대역이 되어 달라는 달갑지 않은 부탁이었다.
그때 내나이 갓 마흔..
겁없이 불혹을 말하며 까불던 나는 곱절이상 연륜으로 빛나는(?)
칠팔십대 원로 시인을 이렇게하여 대면하게 되었고..
그분은 개똥모자에 곰방대를 들고 접견실로 들어왔다.
외양이 흡사 시골 보통 할아버지가 멋을 좀 냈다고나할까?
사진으로 본 일본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와 비슷한 풍모이기도 했고..
그런데 나는 시인 조병화에 대해 솔직이 아는게 없었다.
원래 문학 특히 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랬는지
그분의 문학세계에 대해 이해 전무하니 한편으론 은근 걱정(?)도 되었고~~
그러나
생각은 기우..
적어도 그는 나에게 까다로운 분이 아니었다.
30분정도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병화 시인은 외모에서 느낀 것처럼
그저 평범한 보통 할아버지의 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어느정도 `보통`이냐하면 강사료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불만을 길게 말하면서
나하고 그돈의 용처에 대해 설전을 벌였을 정도니까..ㅎㅎ
아무튼..대 시인임에도 손주들 과자값을 신경 쓰는 그분..
그분의 그 마음이 참으로 소박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 사람이 50년,60년 살다보면 산전수전 다 경험하고..
그러다보면..노회하다..정치가 9단이다~라든가 ~이런 말 저런 말 듣게 되고..
하지만 그런 말들이 듣기에 썩 유쾌하지는 않죠..
그런데 제가 만났던 시인 조병화..
연세 80을 바라보는데도 9단은 고사하고 9급도 안돼 보이던 그분..
그래 그런지 저토록 마음 울리는 詩句가 나오나 봅니다.
첫댓글 아, 조병화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글에서 접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쓰신대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외모는 사진으로 익히 보아 친숙하고요,
강사료가 적다고 솔직한 불만을 말씀하셨다는 대목에서는 정감을 느낍니다. ^^
노회하다, 라는 말, 나이들어가면서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될 말이지요.
세파를 헤쳐나오며 자신의 모난 면을 둥글려 원숙함에 이르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세상사를 겪는 동안 얻어가진 나쁜 지혜를 장착하고 비굴한 웃음을 띤 가면을 쓰고서 타인을 기만하는 추한 노인..
절대 그리 되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가을님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
보통의 글에
정성 듬뿍 좋은 내용으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항아리님이 늘 이렇게
누구에게나 정성으로 답해주시는걸 몇일 지켜보면서
저를 포함 많은 분들이 감사한 마음 한켠으로는 부담도 많이 느낄 거 같습니다..ㅎ
여담입니다만..
제가 몇년 이곳 출입 뜸해 잘 모릅니다만
3-4년전 다른 고운 닉으로 이곳에서 활동하셨던 분 같은데..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노회해서 그런 걸까요?..아니면 노쇠해서 그런가요?..ㅎㅎㅎ
@가을이오면 ㅎㅎ 노회도 노쇠도 아니시고요,
제 닉이 비취구슬이었어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한 며칠 시간이 나서 원글 댓글 열심히 썼는데
메뚜기도 한 철이라서 다시 또 바빠지면 한동안 점 하나도 못 찍을 거고,
그러다 또 나타나고 그러겠지요. ^^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
낙옆의 뜻 /조병화 (망우리 공동묘지,차중락씨 추모비)
세월은 흘러서 사라짐에 소리없고
나뭇잎 때따라 떨어짐에 소리없고
생각은 사람의 깊은 흔적 소리없고
인간사 바뀌며 사라짐에 소리없다
아, 이 세상 사는자 죽는자 그 풀밭
사람 가고 잎 지고 갈림에 소리없다.
아..그렇군요.
낙엽따라가버린 사랑의
그분 추모비가 특별합니다.
섭이님..감사합니다.
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너무 좋아 하던 시인님
내일 인터넷으로 그 분 시 좀 찾아 봐야 겠어요
운선님이
좋아하는 시인 이란 말
몇변 들었습니다..ㅎ
간판이 비행할 정도 강풍이네요.
모쪼록 안전 잘 챙기시고요...
@가을이오면 모든 것이 날아 다녀요
내일 학교 가는 날인데 바람 좀 자야는데 너무 심하네요
네~~좋은 분 만나요.
예..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