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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제 21 장 第 21 章. 두 번째 지도. 2. 도일봉은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밍밍의 보드라운 살결을 생각하 면 공연히 애가 달았다. 장군과 함께 산책을 나서려는데 이수복이 따라왔다. 이봉이도 혼자 남을까봐 눈을 비비며 좇아왔다. "새벽부터 웬 수선이람!" 도일봉은 하릴없이 강변을 걸었다. 밍밍을 만나러 가야할지 마음 을 정할 수 없었다. 해가 높직이 뜰 때 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도일봉은 청응방의 소방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대흥반점(大興飯店) 으로 향했다. 식당엔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이수복이 입을 열었다. "청응방의 소방주를 찾아 볼까요?" "천천히, 술이나 한잔 하세." "네." 이수복은 말들을 메어두고 반점 안으로 들어섰다. 세 사람은 창가 에 자리를 잡았다. 누런 강물이 바람에 일렁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술과 음식이 나왔지만 도일봉은 손도 대지 않고 창 밖만 바라보았 다. 문득 세 탁자 건너편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예쁘장하게 생긴 사내녀석이 턱을 괸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밍밍 그녀였 다. 남장을 해서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던것이다. 도일봉은 물끄러 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을까? 뒷꼭지에 머무는 시선을 느꼈음인지 밍밍이 고개를 돌렸다. "도일봉!" 밍밍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몇 명 의 손님들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밍밍은 잠깐 얼굴을 붉혔지만 못 본척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일봉 옆에 다가와서도 그녀는 말 없이 내려다 보기만 했다.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다. 하지만 눈가 엔 물기가 어려 있었다. 도일봉은 쓰게 웃었다. "앉아요." 밍밍은 앞자리에 앉으며 눈을 매섭게 뜨고 노려보았다. "여기...언제 있었어요?" "좀 전에." "밍밍 왜 안불러요?" "나도 방금 보았어요. 여긴 뭣하러 왔어? 그 옷차림은 뭐고?" "도일봉 보러 왔어요. 밍밍 집 나왔어요!" 도일봉은 또 머리가 아파오고 짜증이 솟았다. 밍밍은 이수복이나 이봉이는 본체도 안하고 도일봉의 손을 잡아 끌었다. "와요." 도일봉은 엉겁결에 따라 일어섰다. 밍밍은 이층으로 올랐다. 도일 봉은 이수복에게 기다리라는 손짓을 해보이고 그녀를 따랐다. 밍밍은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잡 아놓은 방으로 도일봉을 끌어들여 무턱대고 목에 매달려 입맞춤부 터 해댔다. "보고 싶었어요. 매일 도일봉 찾았어요!" 밍밍의 적극적인 태도에 도일봉은 어쩔줄을 몰랐다. 도일봉은 미 안하고 무안해서 밍밍을 떼어 놓으려 했지만 그녀는 목에 매달려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해요." 도일봉의 쌀쌀맞은 태도에 밍밍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밍밍이...싫어요?" "밍밍이 싫은건 아니예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도일봉은 밍밍을 떼어놓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밍밍을 싫어하진 않아요. 하지만 현재로선 밍밍을 책임질 수 없 어요. 난 떠돌이에 불과단 말이오." 밍밍은 한참이나 도일봉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밍밍도 들었어요. 도일봉 돈 많이 훔쳤어요. 그걸로 집 사요. 밍 밍은 도일봉과 함께 있고 싶어요. 아빠가 결혼하래요. 밍밍은 결혼 하기 싫어요. 도일봉만 좋아요." 도일봉은 쓴웃움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돈이 많다고 집을 사진 못해요. 군사들이 잡으러 올거야." "그럼 아주 멀리 가요. 몰래 살아요. 밍밍이 함께 가요." "그럴 수 없다는걸 알잖아. 난 평생 좇겨다녀야 해요!" 도일봉의 목소리가 커졌다. 밍밍은 풀 죽은 모습으로 작게 말했 다. "교영이... 가자고 했으면 도일봉 벌써 갔어요."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생각해 볼 때, 밍밍의 말대로 만약 교영 이 이런말을 했다면 도일봉은 틀림없이 떨치고 달아났을 것이다. "도일봉 밍밍 안 좋아해요." 밍밍의 눈에 뿌옇게 이슬이 맺쳤다.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 지만 결정은 해야한다. "밍밍, 내 말 잘 들어요. 내가 밍밍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예 요.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내 솔직히 말하리다. 난 교영을 사랑해요. 지금은 그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요. 교영이 나를 싫어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오. 교영 외에 다른 여 인을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밍밍에게 미안해요." 밍밍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밍밍도 도일봉만 사랑해요. 도일봉이 안 좋아해도 밍밍 변하지 않아요!" 도일봉은 골이 지끈 거렸다. 남녀 문제는 왜 이처럼 복작하고 미 묘하게만 얽혀 나가는 것인지 이상하기만 했다. 도일봉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밍밍이 불행해 지는걸 바라지 않아요. 집으로 돌아 가는 것 이 좋겠어요." "싫어요!" 밍밍은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딱 잘라 말했다. "싫어요. 안가요! 난 죽어버릴 거예요. 죽고 말아요!" 밍밍이 와락 도일봉을 끌어안았다. "도일봉만 사랑해요. 나 도일봉 따라가요. 다른 사람 싫어요!"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밍밍이 이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도일 봉은 밍밍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밍밍 이러지 말아요. 내 마음도 아프다오. 난 못생긴 멍청이가 아니겠소? 나보다 잘난 사람은 아주 많아요." "싫어요!" "내 친구들은 모두 몽고인 싫어해요. 나와 함께 있으면 밍밍이 불 행해 져요." 밍밍은 도일봉에게서 떨어져 원망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거짓말이예요! 교영이 함께 있으면 그런말 안해요. 도일봉 밍밍 만 싫어해. 거짓말 해요. 도일봉 싫어! 가버려요. 빨리 가버려!" 화가 치밀고 질투가 복받쳐 눈물을 찔끔거리며 밍밍은 소리를 질 러댔다. 도일봉은 더욱 난감하기만 했다. "밍밍..." "싫어요. 거짓말 해요. 가서 교영이랑 살아요. 밍밍은 죽어버려 요. 나빠요." 밍밍은 한바탕 소리를 지르며 울더니 밖으로 달려나갔다. 도일봉 이 그녀를 좇았다. "밍밍 어딜 가는거야. 거기 서. 돌아 오라니까!" 아래층으로 내려온 밍밍은 좇아오는 도일봉을 향해 탁자위의 물건 들을 마구 집어던졌다. "나빠요. 거짓말 해요!" 와장창! 물병이 벽에 부딪쳐 깨졌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보았다. 밍밍이 객점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일봉은 발을 동동 굴렀다. "제기랄! 빌어먹을!" 도일봉은 서둘러 밖으로 좇아나갔다. 객점 골목을 재빨리 돌아 나 갔으나 밍밍은 보이지 않았다. 이골목 저골목 뛰어다녀 보아도 그 녀는 보이지 않았다. "날더러 어쩌란 말야?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어디 있어!" 소리를 질러봐도 사람들만 처다볼 뿐이다. 도일봉은 마구 신경질 을 부리며 객점으로 돌아왔다. 성질이 대단한 밍밍이 물에라도 뛰 어들어 죽어버리겠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다. 정말 골치가 지끈 거 린다. 이봉이가 나섰다. "형. 아까 그 계집. 몽고년 아니우? 무슨 일인데?" "주둥이 닥치고 술이나 처먹어!" "제기랄. 왜 내게 화를 내고 그 래? 사랑 싸움이 뭐 그리 대단하 다고!" "이놈 새끼. 그여 얻어 터지고 싶냐?" 이봉이는 입을 싹 닫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욕을 하고 놀려 먹을 수 있지만 일단 화가 나면물불을 안가리는 성질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성질이 복받쳤을땐 건드리지 않는게 상책이 다. "빌어먹을 계집들 같으니!" 화가 치밀고 걱정이 되어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머리가 아프다. 그때 이수복이 입을 열었다. "대장님. 청응방의 소방줍니다." 도일봉은 들이붙던 츑졍을 내려놓고 이수복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 았다. 후원 쪽에서 청년남녀가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남자는 키가 크고 몸집은 좋은 삼십전의 청년이다. 부리부리 헌출 한 인상을 풍겼다. 여인은 남자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 자 중에서는 키가 크고 몸집도 통통한 편이다. 나이는 도일봉과 엇 비슷해 보였다. 이봉이가 한마디 먼저 거들었다. "저자들을 만나러 온거요? 저 여자, 제법 괜찮은 꼴을 하고 있지 만 아까 그 몽고년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 도일봉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봉이가 찔끔하고 이수복이 나섰 다. "대장님, 그냥 못 본척 할까요?" 도일봉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야 있겠나. 서로 못 알아 봤다면 몰라도, 이미 알아 보았 는데 못 본척 한다면 예의가 아니지. 가서 이리로 합석 하잖다고 전하게." "네." 이수복은 두 청년남녀에게로 다가갔다. 수인사가 오고가고, 청년 남녀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도일봉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청년 이 먼저 일어섰다. 여인은 뭔가 꺼림찍 한지 인상을 찡그렸다. 남 녀가 이수복을 앞세우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도일봉이 반쯤 일어나 그들을 맞았다. "어서오시오. 사소방주, 낭자. 앉으시지요." 남녀가 손을 맞잡고 인사를 건넸다. "명성은 익히 들었소이다. 청응방의 사평(査平)이라 합니다." "사소추(査小秋)예요." 도일봉도 마주 인사했다. "도일봉 이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씨남매가 자리에 앉았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소이다."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내대고 다녀서 뭐하겠습니까. 못 알아 보 는게 당연하지요. 식사를 하러 나오신 모양인데 함께 식사합시다. 우리도 식전이라오." 이봉이가 나섰다. "본인은 도이봉이오. 동생이지요. 만나서 만갑소이다." 이봉이가 웬일인지 점잖을 뺀다. 사소추의 인상이 더욱 찡그려졌 다. 도일봉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위인인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실망 이 이만저만 아니다. 키가 작달막 하고, 빼빼한 캄둥이에 지나지 않았다. 생긴 것은 오히려 동생이란 자가 인물다왔다. 키도 크고 인물도 훤출했다. 앞에 있는 작자가 과연 소문난 도둑고양이 도일 봉인지 으심스럽기만 했다. 이수복이 점원을 불러 식사를 주문했 다. 사평이 말했다. "일전에 황형과 조형을 보내주어 도움을 주신점 거듭 감사 드립니 다. 가친께서도 꼭 안부를 전하라는 당부가 계셨어요." "별 말씀을. 사해동포(四海同胞)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사는게 인정이지요. 너무 겸손할 건 없소이다." 말을 하면서도 도일봉은 아무래도 밍밍이 걱정되었다. 이수복을 향해 작게 말했다. "수복. 왕선생에게 가서 물가를 좀 살펴보라고 일러두게. 혹 물로 뛰어들려는 자가 있으면 말리라고 전하게. 어서." "네." 이수복이 나가자 이봉이가 키득키득 웃었다. 도일봉이 인상을 구 겼다. "이녀석아. 쌍스럽게스리 어디서 키득거려!" 이봉이가 참을 수 없는지 웃움을 터뜨렸다. "헤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찾아가볼 일이지 왜 남을 시키고 그 려슈? 계집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서!" "요놈 새끼. 너 정말 맞고 싶은 게로구나? 주둥이 닥치고 얌전히 밥이나 먹어. 안보는 사이가 술만 늘었구나, 어린놈이!" "헤헤. 형은 뭐 어른 같은줄 알어? 장가도 못간 주제에!" "요놈 새끼!" 이봉이는 기어이 뒷통수를 얻어맞고야 입을 다물었다. 도일봉이 사씨 오누이를 보며 웃었다. "애가 버릇이 없어서요. 식사나 하십시다." 사씨 오누이는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자 가 과연 장군부의 우두머릴가 의심 스러웠다. 사소추가 입을 열었 다. "우린 어제 도착했는데, 우리말고 도형을 찾는 사람이 또 있더군 요. 만났나요?" "아, 예. 만났습니다." 도일봉이 머뭇거리자 이봉이가 기어이 뒷통수 얻어맞은 복수를 했 다. "만났다 뿐이겠소! 죽는다고 하며 튀어 나갔으니 지금쯤 물귀신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요놈 새끼. 너 정말!" "아니오, 아닙니다. 하하핫." 사소추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몽고인 같은데, 여인인가요?" 도일봉이 손을 내저었다. "낭자가 신경 쓸 일은 못 된다오. 식사나 합시다." 도일봉은 더 말하기 귀찮아서 음식만 서둘러 퍼넣기 시작했다. 이 봉이가 약을 올리느나 웃어댔다. 두 오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 식 웃고 말았다. 식사가 끝날무렵 이수복이 돌아왔다. 이봉이는 또 한바탕 웃움을 터뜨렸다. 식사가 끝나자 도일봉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십시다. 꼭이 인사만 하러 오진 않 은 모양이신데 들어 봅시다." 사소추가 쌀쌀한 표정으로 도일봉을 살피며 은근히 비꼬았다. "소문으로 듣던 분과는 사뭇 다르군요?" 도일봉 같지 않다는 말이다. 도일봉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사소추 를 바라보았다. "어라, 요 아가씨의 입도 상당히 매섭구나! 왜? 소문과 달라서 실 망했소?" 사소추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사평이 말했다. "누이가 버릇이 없습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후원으로 가십시 다. 여긴 너무 시끄러운 듯 합니다." "그게 좋다면 그리 합시다. 이봉인 여기 있거라. 수복 자네도." "난 또 왜 쏙 빼는게요?" 이봉이가 입을 삐죽였지만 도일봉은 못들은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평은 잡아놓은 후원 객방으로 안내했다. 자리가 잡히자 사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려운 말일수록 쉽게 하라는 옛 말이 있으니, 굳이 말을 돌리지 는 않겠소이다. 먼저 장군부에서 이번에 힘써 도와준 일은 십분감 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 청응방이 망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일로 인하여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 니다. 우리 청응방이 전같은 신용을 유지하려면 다소 힘이 들 것이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어려운 틈을 노려 사업체에 손을 뻗 으려는 자들이 있을 테니까요. 경제적으로 어려운건 아닙니다만 역 시 도전해 오는 자들을 다 막아내긴 힘들 것입니다." "...." "그래서 말입니다만, 장군부에서 일단 우리 청응방을 도와 주셨으 니 이번에 아예 힘을 합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이 다. 장군부와 우리 청응방은 활동하는 무대가 다르지만 벌여놓은 사업체가 적지는 않습니다. 이번 어려움만 잘 넘길 수 있다면 낙양 인근은 물론 더 넓게도 바라볼 수 있다고 봅니다." "가능 하겠지요. 하지만 서로의 노선이 다른지라 사업체를 합병한 다는 것은 어려울 겝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까 요." "...." "사방주님의 노심초사(勞心焦思)를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 다. 어려움이 많으실 테지요.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장군부 와 청응방은 지리적으로 멀지 않고, 또 하는일이 다릅니다. 합병을 하는 것 보다는 친구의 의를 맺고 서로에 대해 불가침(不可侵)을 약조하는 것입니다. 청응방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후에는 우리가 힘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우리 장군 부는 제삼세력을 견제해 드리지요. 어떻습니까?" 도일봉은 이들이 애써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 있 었다. 현재 청응방은 스스로를 지킬 힘도 부족했다. 사평의 말대로 경제적인 어려움 보다는 떨어진사기를 기화로 제삼의 세력이 비집 고 들어올 수도 있다. 그중에 장군부는 가장 위험한 존재다. 청응 방의 현재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응방주는 그걸 우려하여 일부로 아들을 보낸 것이리라. 사평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 다. "좋습니다. 장군부엔 힘과 재력이 있고, 우리 청응방에는 오랜 경 험과 친구들이 많습니다. 서로 손해될 것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정도로 하십시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세부사항은 내일 또 의논토록 합시다." "그럽시다." "사실, 오늘 내 기분이 좋은편은 아닙니다. 술이라도 한잔 하는 것이 도리겠으나...이해 하십시오. 내일 또 뵙지요." "좋소. 그렇게 합시다." 도일봉은 곧 객방을 나왔다. 이수복과 이봉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도일봉은 장군을 타고 홀로 밖으로 나왔다. 강변을 돌며 밍밍을 찾 았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착찹하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을 늦게 먹고 또 밍밍을 찾아 나서려는데 난데없이 무삼수가 들이닥쳤다. 무삼수는 다짜고짜 도일봉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장, 드디어 나타났소이다!" "뭐가? 왜이리 호들갑이야?" "나타났다느 말입니다, 드디어 나타났어요! 다른 한 장의 보물지 도가 나타났단 말입니다!" "뭣이!" 도일봉은 펄쩍 뛰었다. "어디에? 누가 지니고 있다던가?" "산동(山東)사는 오천중(吳天中)이란 잔데, 어디서 얻었는지는 몰 라도 지금 장보도를 지닌체 좇기고 있어요. 수 많은 사람들이 그자 를 뒤좇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딧는데?" "확실히는 몰라요. 오천중이란 자가 태산(泰山) 봉래파(奉來派) 출신인이니까 자기의 사문(師門)으로 숨어들 가망성이 높습니다!" "당장 가세.우리가 찾아야해!" 무턱대고 방을 나서려는 도일봉을 무삼수가 잡았다. "서드른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요행을 기대할 순 없는 일입니다. 또한 봉래파가 비록 세력이 크다해도 그 많은 무림인들을 당해내진 못할 것입니다. 또 다른 자의 손에 들어가기 쉬워요. 천천히 가도 상황은 마찮가질 겝니다!" "그 말도 옳으이. 하지만 일단은 가봐야지. 나가세!" 도일봉은 먼저 사씨 오누이를 만났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급한일이 생겨 먼저 가봐야 겠어요! 이미 약속된 일이니 어려움은 없을 겝니다. 내 대신다른 사람이 올 겁니다." 사평은 어리둥절 했으나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도일봉은 다시한 번 양해를 구하고 이수복과 이봉이를 불렀다. "너희들은 산채로 돌아가거라. 이봉이가 쓸데없는 짓을 하면 수복 이 버릇을 고쳐놔도 상관없다." 도일봉은 딱 잘라 말하고 서둘러 장군에 올랐다. 이봉이 입을 삐 죽 거렸다. "형은 어딜 가는데? 그 계집 찾았수? 죽었답디까?" 도일봉은 이봉이의 놀림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무삼수를 향해 입 을 열었다. "삼수, 그대는 일단 산채로 가서 만천과 의논한 후에 나서도록 하 게. 그리고 청응방의 일도 마무리 지으라고 일러!"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도일봉은 손을 내저으며 장군을 몰아 달렸다. 도일봉은 지금 누구 와도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 밍밍의 일도 장보도의 환상 때문에 까 맣게 잊고 말았다. 무삼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사평 오누이도 도일봉의 이런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렸다. 사소추가 입을 열었다. "산채에 일이 생긴건 아니예요. 산채에 생긴 일이라면 모두 함께 갔을 것이예요!" "무슴 일일까?" "보통일은 아닌 모양이예요. 내가 미행해 봐야 겠어요!" "네가?" "뒷 일은 오빠 혼자 처리하세요. 곧 연락할게요!' "혼자서 되겠느냐?" "저를 못 믿어요?" 사소추는 자신만만하게 급히 말을 몰아 도일봉을 좇았다. 홀로 남은 사평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삼수를 바라보았다. 무삼 수 또한 달리 할 말이 없었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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