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을 지나면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만감이 교차되는 건 나 뿐일까.
나는 오늘 아침에도 메모장을 꺼내 보며 지난 일을 상기하고 있다.
그 중에도, 벌써 10년 전이지만, 12월에 운명을 달리하신 부친의 생각이 간절한 건 자식이어서 일게다.
"아버지!"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빙긋이 웃으시며 바라보실 것 같아 창문을 열어보지만
캄캄한 새벽녘, 검은 하늘이 창문 앞으로 내려오는 듯하여 왠지 무서워서 도로 닫았다.
사실 나는 6남매 중에 3번째이지만그중 가장 빛이 안나던 딸이었다.
굉장히 가부장적이었던 부친은 우리 6남매를 정말 엄격하게 대하셔서 나는 부친 앞에서는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 부친은 오직 1등을 강조하셨기에, 예술분야를 좋아하던
나는 늘 부친의 등 뒤에 숨어있기 일수였다.
그런 어느날 아침 아버지가 신문을 보시다가 부르셨다. "이거 네가 쓴 거 맞냐?"
- 서점에 가면-
내가 심심풀이로 독자 투고란에 낸 기사였다. 그 순간 난 또 혼나겠구나, 싶어서 가슴을 졸이는데
아버지가 빙긋이 웃으시더니, "너 글 잘쓰는구나... "
그리고는 친구들과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셨다.
사실 그 글이 최초로 온라인상에 올라온 나의 글이다. 물론 그 당시로는 그뿐, 더 쓰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 글을 보면 아버지의 웃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오늘 아침도 다시 꺼내보면서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는 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그해 12월, 옌타이 여행도 잊을 수가 없다.
12월30일. 한중 카페리선박 ‘향설란’은 인천항에서 저녁 6시경 출항하여 이튿날 아침에야 연태항에 접안했다.
나는 하선하기 위해 짐을 챙겨 들고 선실을 나오면서 선창 밖을 내다보았다. 안개에 휩싸인 뿌연 바다 위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 눈오는구나! 문득 가슴이 시렸다.
당시에 내가 만일 김 선생 일행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그곳에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을 지도 모른다. 연일 폭설과
강풍이 휘몰아치던 항구 도시 옌타이는 너무나 춥고 황량해서 내가 마치 버려진 미아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나는 갑작스레 부친상을 당한 후 상실감으로 인한 무기력증으로 깊이 빠져있을 때였다. 하선하면서도 발아래
출렁이는 바닷물을 보고 순간 발을 헛딛고 싶은 충동이 들만큼 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_ 중략
첫 수필집『내 마음속의 첼로』 수록
서점에 가면
나에게 있어서 서점은 보물섬과도 같다. 섬처럼 먼 곳에 있는 듯 하다가도 그 곳에 가기만하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책들이 무진장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 유로 나는 즐겨 서점에 간다. 혹시라도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진귀한 것이라 도 발견할까 싶어서다. 간혹 서점에 따라서는 책 이외에도 교육용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등이 진열돼 있어서 사오기도 한다.
남에게 선물을 해야 할 경우에도 되도록 이면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을 택한다. 핑게삼아 서점에 가기 위해서이다. 또한 늘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보면 공연히 짜증이 날 때도 예외없이 서점에 간다. 그럴 때는 대개 비소설분야로 간 다. 화려한 색상의 표지부터 대충 훑어본다. 차츰 기분이 나아지면 詩集이 꽂혀 있는 곳에서 눈에 띄는 것을 잠시 읽기도 한다. 그렇게 유영하듯 서점을 빙 돌아 나오면 괜스레 마음이 뿌듯하다. 비록 눈요기 일지라도 이것저것 유익한 것 을 섭렵한 듯한 묘한 쾌감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갖가지의 책을 읽으면서 얻는 지식은 경이롭다. 오늘도 아침나절 외출을 하니 이웃 담벼락 위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다. 어느 동네인가는 목련꽃이 집 안 가득히 피어 있었다. 아마 엊저녁 내내 후덥지근하더니만, 봄꽃이 불끈 치솟 은 것 같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추었던 지난겨울을 잘 버텨내고, 여물어 터진 꽃봉우리를 자세히 보고 싶었다. 아직 피지 않은 물기 어린 꽃망울도 금방 탁 트일 것만 같았다.
불현듯 조바심이 났다. 계절이 바뀔 때는 언제나 계절병을 앓듯 뒤숭숭했었다. 내심 지난 날을 무의미하게 보내지나 않았는지 돌이켜보기도 하고, 내일은 무슨 보람 있는 일을 하여야 할까 슬며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늘 생각으로 끝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레었다. 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서 가까운 서점으로 들 어갔다.
서점은 대만원이었다. 아마 나처럼 그런 두근거림을 안고 온 것 같다. 그들은 각기 책장 앞에 웅크리고 선 채,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아예 간이 의 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의 눈에는 그들이 모두 값비싼 보석 을 매만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따라 더욱 북적거리는 매장 내를 비집고 지나가노라니 웬지 신바람이 나기도 했다.
나는「춘란 가꾸기」라는 제목의 책을 한권 샀다. 전부터 춘란을 가꾸어 보리 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기회에 책을 구입했다. 이봄에는 집안을 모두 춘란으로 장식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면서 서점을 나왔다. 나에게 서점은 정말 보물이 가득 쌓여있는 보물섬이다. ♥
첫댓글 20 여년전 난을 수집 하여 기르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자기집 앞파트 베란다에 난실을 만들어 애지중지 하는 춘난 화분을 20여개 주어서
엉겹결에 받아서 우리집에서 키우다보니..
난을 기른다는게 보통 신경 쓰이는게 아니라..
어린아이 보는것 보다 더 어려운게 난을 기르는게 아닌가..하는
나이 먹어 게을러지고 다른 취미가 생기다보니..
결국은 관심을 안두니 하나둘 죽어가고..
그나마 살아있는것들..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냥 분양 해버리고..
그래도 ,,
춘난을 꽃 피워봤다는 사실..
글 보니 새삼스러운 생각이듭니다.
난 키워보셨군요.
저는 보는건 좋아하는데요, 애완견도
식물도 키우는건 못해요.
사진 너무 멋지세요^^
지금 절찬리에 포스팅하시는 운남 호도협 등
흰구름 핫 웅큼 집어오고 싶거든요^^
멋진 사진 작품 고맙습니다. 카메라 무게도 만만치 않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