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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제 22 장 第 22 章. 혼란(昏亂)한 무림(武林). 1. 사소추는 말을 최대한 빨리 몰았으나 장군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도일봉은 성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서문앞에 이르러서는 장군을 숲에 풀어두고 성문을 향했다. 사소추는 겨우겨우 따라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어째서 말을 두고 성으로 들어갈까?" 사소추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장군에게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장 군은 사소추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앞발을 높이 처들어 위협하고는 숲 깊이 달려 들어가 버렸다. 사소추는 감탄했다. "대단한 말이로구나! 아무렇게나 두어도 괜찮겠는걸." 사소추는 말을 몰아 성 안으로 들어섰다. 도일봉을 발견한 곳은 관아의 담장 밑이었다. 도일봉은 담장너머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사소추는 그 꼬락서니를 보고 비웃었다. "저 인물이 성주 딸과 어떻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사실이었군!" 사소추는 코웃움을 치며 더 볼것도 없다는 듯 말을 몰아 성 밖으 로 나와버렸다. 장군을 숲 속에 두고 갔으니 도일봉은 이곳으로 돌 아올 것이다. 사소추는 근처에서 기다렸다. 도일봉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길게 휘파람을 부니 어디선가 장군이 뛰어나왔다. 사소추는 장군을 보며 훌륭한 말이라 고 연신 감탄했다. 그런데 도일봉은 벌렁 풀밭에 누워 움직일 생각 을 하지 않았다. 멀둥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해가 서산 에 걸렸는데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사소추는 짜증이 일었다. "ㄱ한 일이라는게 고작 계집을 만나는 거였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사소추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더 기다렸 다. 덕분에 나무 아래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도일봉은 다음날 아 침에야 어슬렁거리며 움직였다. 장군과 함께 나란히 걷는 것이 이 상하기만 했다. "말을 두고 걸어가는 인간은 보기를 처음이로군. 괴짜라고 소문이 났더니, 저래서 그런가?" 사소추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급한일은커녕 할일없 는 건달처럼 도일봉은 천천히 걸었다. 동북 쪽이었다. 몇일이 지났는데도 만나는 사람이 없고, 특별히 돌아보는 곳도 없 었다. 대지팡이를 질질 끌며 걷다가 힘들면 말에 올랐다. 그것도 싫증나면 길가에 쭈구리고 앉아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가다가 넓 은 들을 만나면 말과 함께 나란히 달리기도 했다. 물을 만나면 훌 훌 벗어던지고 뛰어들어 말과 함께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미행하 는 사소추가 먼저 짜증이 났다. "대체 뭐하는 수작이야? 무슨일로 어딜 가는 거냐고? 진짜 일이 있기는 한거야? 아니면 놀러 다니는 거냐고?"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인간이다.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짜증을 내며 걷는동안 어느새 산동 경내에 들어섰다. 도일봉은 제 남 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산동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사소추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사람 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모두 제남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며 삼 삼오오 짝을 지어 가는데, 분명 무림인 들이었다. 하나같이 품 속 엔 병장기들을 품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사소추는 객점에 들린 틈을 이용해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았 다. 오천중이라는 자가 어떻고, 봉래파가 어떻고, 몰려가서 한바탕 했니 안했니, 나중엔 어떤 자가 차지했느냐, 심각하게들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소추는 그들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사소추는 제남에 가까워 졌을 때 참지 못하고 객점의 점원을 붙들 고 물었다. "이봐요. 요즘 이 근처에 무슨일이 있나요? 사람들이 왜 이처럼 몰려다니고 있는 겁니까?" 점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사소추를 바라보았다. "아가씨가 겁도 없군요! 요즘 태산 인근에선 날마다 살인이 벌어 지고 있어요. 이건 순전히 아가씨를 위해 충고하는 말입니다만, 어 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남자들도 위험해서 몸을 사리는 판인데 아 가시 같은..." "여러소리 말고 무슨 일인지나 말해봐요." "허어, 사람들은 다 아는데 아가씨만 모르는구려. 바로 그놈의 보 물지도 때문이지 뭐겠습니까! 오천중이란 자가 보물지도를 쥐고 봉 래파로 숨어 들었는데, 사람들은 그걸 훔치려고 모두들 봉래파로 몰려가는 것이예요. 사람들 중에는 그 유명한 이룡산(二龍山)의 대 강도(大强盜), 이림(李林)이도 끼어 있고, 또 공동파, 개방의 거지 들..." 점원은 신이나서 떠들어 댔지만 사소추는 이미 객점을 나서고 있 었다. "그것이었군. 그것이었어!" 사소추는 자신이 어째서 이런 커다란 일을 못 듣고 있었는지 그것 이 의심 스러웠다. 도일봉에게만 신경쓰다 보니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저 녀석도 보물지도를 노리고 있었군! 한 장은 이미 자기 손으로 찢어 버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을까?" 사소추가 보기에 도일봉은 좀 덜 떨어진 인간처럼 보였다. 여기까 지 오는도중 나무그늘에 쭈구리고 앉아 멀둥이 하늘만 바라볼땐 정 말이지 멍청이가 아닌가 몇번이고 의심했었다. 그런 멍청이가 어찌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장보도를 찾으러 왔다면 서두를 일이지 왜 저토록 태평스럽단 말인가? "서둘러 봤자 헛일인 것을 알까? 그런 것을 생각할 수나 있을까?" 사소추는 저 혼자 도일봉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찧고 까불어 댔다. 그리고 그녀는 망설였다. 도일봉을 계속 미행할 것인가, 아니면 직 접 장보도의 일에 뛰어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봉래파는 무림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칠대문파엔 끼지 못하지 만, 그래도 제자들이 많고 제법 세력이 크다. 더욱이 지도를 들고 사문으로 도망친 오천중을 좇고 있다는 자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 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홀로 지도를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용 빼는 재주가 없고서는 나서봐야 공연히 다치기만 할 것이다. 멀리서 지 켜보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상책이다. "저 녀석도 그런걸 생각하고 저러는 걸까?" 사소추는 장보도에도 물론 흥미가 끌렸지만 그것보다도 저 도일봉 이란 인물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도일봉도 장보도 때문에 이곳까 지 왔다면 분명 장보도가 있는 곳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 도일봉은 제남으로 들어서지 않고 태산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는 여전히 유람나온 사람처럼 볼 것 다 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틀을 더 걷자 태산 초입이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면 봉래파로 오르는 길목이다. 사소추는 도일봉이 마을의 객점으로 들어서는 것 을 보고 한참 후에야 따라 들어갔다. 식당에는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봉래파로 올라가려는 무림인 들이었 다. 도일봉은 간신히 자리를 잡고 부지런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사소추는 도일봉과는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계속 들락거렸다. 그들 중에는 사소추도 익히 알아볼 수 있는 자들도 많았다. 커다란 발풍대환도를 든 몸집이 곰처럼 큰, 공동파의 당종인도 사소추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당종인등은 식당안을 휘휘 돌아보다가 한족 일행이 나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 를 차고 앉았다. 그때 한명이 당종인의 옷자락을 끌며 도일봉 쪽을 가르켰다. 도일봉은 발견한 당종인은 벌덕 몸을 일으켜 도일봉에게 로 다가갔다. "요 도둑고양이 새끼. 마침내 만났구나!" 당종인은 전에 청해의 소면서생 손사문과 함께 도일봉에게 가장 골탕먹은 사람에 속했다. 벼루고 벼뤄 왔는데 이처럼 만났으니 그 냥 지나갈 리가 없다. 당종인은 그 커다란 발풍대환도로 바닥을 쿵 쿵 찍어가며 도일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식당안의 사람들이 마침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모두 고개를 돌려 구경했다. 도일봉을 알아보는 자들은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숙덕거렸다. 도일봉이 힐끗 당종인을 바라보았다. "아. 당노형 이셨구려! 앉으세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부드러운 말투였다. 당종인이 눈을 치켜 뜨며 호통을 쳤다. "일어서라, 이놈! 결판을 지어야 겠다." 도일봉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토록 화를 내시오? 모두 지난일 아니겠습니까. 장보도는 이미 없어져 버렸는데 우리끼리 다퉈봐야 뭐 하겠어요?" "잔소리 마라. 건방진 네놈을 가만 둔다면 당모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도일봉은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비우고 당종인에게 내밀었다. "자자, 술이나 들어요. 이 도일봉은 무림의 무명소졸(無名小卒)에 불과합니다. 날 혼내주어 당노형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내 당 노형의 적수가 못되니 겨루나 마납니다. 한잔 하세요." 이처럼 나오는 데에야 당종인도 더 이상 내댈 수가 없었다. "흐음, 그럼 내게 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단 말이냐? 그럼 큰소리 로 모두들 듣게 소리쳐 보시지." 인상을 찡그리던 도일봉이 갑자기 커다랗게 소리쳤다. "도둑고양이 도일봉은 당노형에게 졌소이다!" 소리가 워낙 커서 당종인은 물론 식당안의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 랐다. 도일봉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핫핫핫. 자, 이 정도면 되었을테니 술이나 한잔 하세요." 당종인은 머슥해진 표정으로 술을 받아 마시고는 한마디 했다. "약시 고분고분 하는게 좋아!" 당종인은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한바탕 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던 사소추는 일이 싱겁게 끝나버리자 입을 삐죽 거렸다. "멀쩡한 녀석이!" 도일봉은 더 있어봐야 좋을게 없다고 생각 했음인지 자리에서 일 어섰다. 그런데 막 문을 나서려는 도일봉을 한 사람이 막아섰다. 바로 이룡산의 대강도라는 이림이란 자였다. 이림은 소림사에서 도 일봉의 장군전에 친구를 잃었고, 막심한 창피를 당했는지라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림이 음흉하게 웃었다. "허허, 이게 누구야? 도둑 고양이 아니신가! 만나서 반가운데?" 도일봉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대는 또 뭘 바라는게요?" "밖에서 듣자니 아주 용감하게 소리치던걸. 한 번 더 해보시게." 도일봉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기 무섭게 손에 들린 홍옥죽이 번개처럼 작렬했다. "이 새끼야. 성질 건드리지 말고 비켜!" 이림이 깜짝 놀라 몸을 옆으로 꺽어 피했다. 도일봉은 이림을 따 르던 옆엣놈을 옆발차기로 걷어차 이림에게 밀어버렸다. 이림은 밀 려오는 수하 때문에 도일봉을 좇을 수가 없었다. 도일봉은 휘파람 을 불어 장군을 불러타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놈을 잡아라. 놈을 잡아!" 이림은 분통이 터져 길길이 날뛰며 도일봉을 좇았다. 사소추는 이림의 꼬락서니를 보며 혀를 끌끌 찻다. 그리고는 곧 객점을 나와 말을 타고 도일봉을 좇았다. "배알도 없는 녀석은 아니군. 한데 적은 왜그리 많은거야!" 사소추는 급히 마을을 빠져 나왔다. 이림 일행은 도일봉을 놓쳤는 지 씩씩 거리며 돌아오고 있었다. 사소추는 이림을 스쳐 지나면서 참을 수 없는 웃움을 터뜨렸다. 이림은 매서운 눈으로 사소추를 노 려보며 지나갔다. 사소추는 도일봉을 찾기위해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장군이 워낙 빠른 말인지라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어디로 가버렸는지 좇을 길 이 없다. 반나절을 달리고서야 도일봉을 찾아냈다. 도일봉은 논두렁에 누워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참을 날라온 아 낙네가 남편이 밥을 먹는 사이 등에 업은 아이를 내려 젖을 물리고 있다. 사소추는 문득 그런 도일봉의 모습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몽고 계집을 만나더니 실연이라도 당했나? 흥, 못된 녀석!" 도일봉은 해가 넘어갈 때까지 그러고 있다가 나무밑을 찾아 잠자 리를 만들었다. "밖에서 자는 것을 어지간히도 좋아하는 녀석이야!" 미행한지 열사흘인데 그중 열흘은 밖에서 잤다. 비가 뿌리지 않았 다면 삼일마져도 밖에서 잤을 것이다. 다음날. 도일봉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봉래파로 가려는 모양이다. 봉래 파로 오르는 길에는 수도 없는 무림인들이 들끓었다. 도일봉은 일 부로 그들을 피해 숲 속을 택했다. 여전히 바쁜 걸음은 아니었다. 봉래파에 거의 다다를 무렵. 윗쪽에서 요란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병장기가 쨍쨍 부딪치는 것을 보면 싸움이 난 모양이다. 올라가던 자들이 뛰어 내려오고 있 었다. 누군가 크게 부르짖었다. "남연호(南然浩)다! 저놈 잡아라!" "저놈이 지도를 훔쳤다. 저놈 잡아라!" "지도를 내놓아라!" 사소추가 놀라 바라보니 바로 위에서 몇 명이 쏜살처럼 뛰어 내려 오고 있었다. 뒤에는 수십명이 좇고 있었다. 앞서 달려 내려오는 여섯명이 바로 남연호라는 자와 그 일행인 모양이었다. 그들의 무 공은 대단한 바가 있어서 그 많은 자들이 뒤를 좇으면서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늦게 산을 오르던 자들이 남연호 일행을 막아섰 다. 그들중에는 이림과 당종인 같은 자들도 있었다. 남연호 일행은 앞 뒤로 적을 맞아 한바탕 뒤엉키기 시작했다. 남 연호 일행의 무공은 실로 대단해서 여섯 모두가 당종인이나 이림같 은 자들보다 훨씬 위였다. 좇아온 자들이 마구 욕을 퍼부어 댔다. "이 더러운 놈아! 일은 같이 했는데 물건을 혼자 차지하겠단 말이 냐? 요절을 내기전에 물건을 내놓아라!" "말할 것 없다. 모조리 처죽이고 보자!" 흥분한 군중들은 너 죽고 나 살자며 마구 덤벼들었다. 남연호 일 행이 아무리 무공이 높다해도 떼거지로 달려드는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당종인이나 이림보다도 무공이 높은 자들도 간혹 끼어 있기도 하다. 남연호 일행은 포위망에서 빠져나 가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슈슈슉! 갑자기 숲 속에서 세찬 바람을 끌고 화살들이 날아왔다. 남연호 일행을 막고 있던 이림의 수하 셋이 그 화살에 맞아 단박에 거꾸러 졌다. 목숨을 노린 것은 아닌 듯 화살은 허벅지나 팔둑에 박혀들었 다. 누군가 부르짖었다. "아이쿠. 흑야묘다. 도일봉의 화살이다!" 한자 길이의 짧은 화살은 분명 도일봉의 장군전 이었다. 사람들이 떠들어 대건말건 남연호 일행은 그 틈을 노려 쓰러진 자들을 타고 넘으며 몸을 빼내 달리기 시작했다. 이림이 깜짝 놀라 몸을 피해 물러섰다. 어리둥절하여 미처 피하지 못한 두명이 남연호 일행의 칼에 맞아 목이 달아났다. 이림은 극도로 분노하여 남연호 일행중 한명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도일봉. 이 개새끼!" 이림의 검이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한명을 찔러 쓰러뜨렸다. 그러 나 다른 다섯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갔다. 이림이 앞서고 사람들이 우루루 좇았다. 씨익! 또 한발의 장군전이 날아와 이전엔 목을 꽤뚫어 버렸다. 사람이 죽어 넘어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놀라 발길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잠깐동안 머뭇거리는 사이 남연호 일행은 이미 숲 속으로 몸을 감 춘 뒤였고, 도일봉 또한 장군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그 제서야 다시 소리를 지르며 좇기 시작했다. 멀리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사소추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녀석은 어째서 남연호를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도망치도록 돕는 것일까? 우선 도망치게 한 후에 잡겠다는 심보일까?" 사소추는 서둘러 말을 몽았다. 도일봉을 좇는것도 중요하지만, 남 연호 일행을 놓쳐서도 안된다. 남연호 일행은 산 위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느새 따라붙 어 바짝 좇고 있었다. 도일봉은 여전히 멀직이 떨어져 따르고 있다 가 남연호 일행이 산 위로 향하는 것을 보고 방향을 꺽었다. 전혀 다른 방향이다. 사소추는 일순 어리둥절 했지만 이내 까닭을 알아 챘다. 도일봉은 산등성이를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남연호가 비록 산 속으로 도망치고 있지만 곧 좇겨 내려올 것이다. "아주 멍청이는 이나로군!" 사소추는 도일봉을 좇았다. 산을 돌았을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 었다. 도일봉은 또 야숙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사소추는 인상을 찡 그리며 야숙을 준비했다. 도일봉은 새벽부터 움직였다. 그는 남연호가 나타날 방향을 갸늠 하여 그곳에서 기다렸다. 점심으로 마른떡을 씹고 있을 때 산 윗쪽 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일봉이 장군에 올라 달렸다. 곧 갈대숲에서 좇기는 남연호와 마주치게 되었다. 산 윗쪽에서 싸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일행이 떨어져 좇는 자들을 막고 있 는 모양이다. 그러나 갈대 숲에서 남연호를 기다리고 있는 자는 도 일봉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불숙불쑥 사람들이 튀어나와 남연 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나타나자 도일봉은 한발 뒤로 물 러섰다. 일찍 나서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갈대 숲에서 또 싸움판이 벌어졌다. 남연호는 어떻게든 빠져 나가 려고 힘을 다햇고, 사람들은 또 남연호에게서 지도를 빼앗으려고 혈안(血眼)이 되어 덤벼들었다. 도일봉은 멀찍이 서서 지켜보다가 갈대를 몇 개 꺽었다. 싱싱해서 쉽게 부러지지 않을 갈대였다. 도일봉은 적당하게 절단하여 황룡궁 에 걸고 시위를 당겼다. 씨익! 갈대줄기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장군전처럼 날카롭지 않아 사람을 상하게 만들진 못했으나 한순간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몇대의 갈대화살이 날았다. 남연호는 포위가 느슨해지자 벼락같이 칼을 휘둘러 한명을 두쪽으로 갈르며 뛰어나갔다. 남연호를 놓치고 화가 치민 몇 명이 도일봉 쪽으로 달려왔다. 도일봉은 자리를 떳 다. 한시간이 넘도록 죽어라고 달리던 남연호는 물굽이가 험한 개천에 당도하여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뛰어 넘기는 넓고, 물로 들어가자 니 물살이 너무 거세다. 뒤에서는 검을 꼬나든 자들이 벌떼처럼 몰 려왔다. 그때 반대편에서 도일봉이 나타났다. "받으쇼!" 도일봉은 남연호를 향해 밧줄을 던져주었다. 남연호는 망설였다. 도일봉 또한 장보도를 노리고 있음은 너무 뻔한 일이다. 도움을 받 는다해서 장보도를 내줄 순 없다. 분명 한바탕 해야할 것이다. 그 러나 남연호는 밧줄을 움켜 잡았다. 많은 사람들 보다는 한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편하고 쉽다. 도일봉이 말을 달리자 남연호의 몸이 첨벙 물로 떨어졌다가 이내 반대편으로 끌려 갔다. 뒤좇던 무림인들은 닭 좇던 개모양 멀둥이 바라보기만 햇다. 용감한 몇 명이 물로 뛰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물 살에 떠내려 가버렸다. 남연호는 밧줄을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일봉은 천천히 뒤좇았 다. 한참을 달리던 남연호가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더 이상은 달리기도 힘들었다. 남연호는 매섭게 도일봉을 노려보았다. "어쩔 셈이더냐?" 한마디 말도 없이 좇기만 하니 애가 타고 화가 치민 모양이다. 도 일봉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장보도 때문에 온 겁니다." "내가 순순히 내줄 것 같았더냐? 능력있으면 가져가 보아라!" "나는 무공으론 당신을 이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많아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다. 남연호는 울화가 치밀 어 당장에 요절을 내주고만 싶었다. 하지만 장군을 타고 물러서면 좇을길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너무 화가 치밀다보니 차라리 웃움이 나왔다. "핫핫핫, 좋은 생각이야. 정말 좋은 생각이다!" 남연호는 더 이상 도일봉을 바라보지 않고 천천히 물을 따라 걸었 다. 도일봉이 그를 따라 걸었다. 갑자기 바위 위에서 시커먼 그림 자가 번개처럼 떨어져 내렸다. 단검이 먼저 남연호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남연호는 기겁을 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단검이 가슴의 옷자락을 길게 찢으며 지나갔다. 넘연호가 깜짝 놀라 가슴을 더듬 었다. 없다! 가슴에 품고 있던 장보도가 옷이 찢기는 바람에 땅에 떨어졌다. 남연호가 놀라 돌아보니 괴한이 땅에 떨어진 장보도를 집어들려고 한다. 휙! 도일봉의 장군전이 날아들었다. 괴한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손 을 움추려 피하고 물건을 발로 차올렸다. 검은색의 가죽 주머니였 다. 장보도는 주머니 안에 있는 모양이다. 주머니가 허공에 뜨자 남연호가 제일 먼저 몸을 날려 가로채려 했 다. 괴한이 코웃움을 치며 허리디를 풀어 날렸다. 도일봉이 장군등 에서 도약하여 죽봉으로 가죽주머니를 쳤다. 주머니가 다시 허공으 로 떠올랐고, 죽봉과 허리띠가 엉켰다. 남연호가 검을 후려쳐 얄미 운 도일봉을 노렸고, 왼손으로는 주머니를 가로채려 했다. 괴한이 허리띠를 놓아버리고 남연호가 주머니를 잡아채지 못하도록 단검을 찔렀다. 도일봉은 죽봉으로 남연호의 검을 막고 옆발차기로 괴한의 옆구리를 내질렀다. 넘연호와 괴한이 주춤 물러섰다. 도일봉이 재 빨리 죽봉을 휘둘러 주머니를 처서 장군에게 날렸다. 장군이 히히 힝 울부짖으며 주머니를 받아물고 한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먼저 실례할께요!" 도일봉은 껄껄 웃으며 장군을 좇아 달렸다. 남연호와 괴한이 고함 을 치며 뒤좇았다. 도일봉은 이십발작도 가기전에 멈추어야 했다. 앞을 딱 가로막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대치!" 큰 키, 노란 머리, 파란 눈, 여유만만한 모습의 서양귀신 하대치 였다. 하대치는 도일봉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도노형, 우린 또 만나게 되었군그래. 반가운걸. 핫핫." 도일봉의 인상이 팍 찌그러 들었다. "제기랄! 빌어먹을 하대치!" 도일봉이 발을 구르며 욕을 했다. 남연호와 괴한이 바로 도착했 다. 모두들 도일봉에 들린 주머니만 바라보았다. 남연호와 괴한도 하대치의 여유로운 모습에는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하대치는 비 록 혼자였지만 얕볼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하대치가 도일봉을 바라보았다. "몇번째 거래가 되는진 모르겟지만 다시 한 번 거래를 해야겠지 요? 도노형이 먼저 값을 불러보지." 도일봉이 휘이 주위를 둘러조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인근은 이미 포위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대치의 방식임을 도일 봉은 너무 잘 알고 잇었다. 도일봉이 피식 웃었다. "거래는 무슨. 하대형과 다시 한 번 거래를 한다면 난 감당해 내 지도 못할 것입니다. 늘 함께 다니는 금포인들은 근처에 있겠지 요?" "허허. 도노형이 이젠 내 밑천까지 헤아리고 있구만. 그들은 주위 의 소란 스러움을 잠재우고 있다네." 귀를 기울여 보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이 이미 제압된 모양이다. 도일봉은 남연호와 괴한을 돌아보았다. 그들 또한 하대치의 명성을 듣고 있었는지라 바짝 긴장된 표정이었 다. 괴한을 살픽던 도일봉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몸매나 눈빛이 낮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일봉은 주머니를 남연호에게 던져주었다. "난 하대형과는 거래하지 않을랍니다. 남선생이 대신 하시구려." 엉겁결에 주머니를 받아든 남연호는 일순 어리둥절 했으나 이내 한쪽으로 치달렷다. 괴한이 앞을 막자 남연호는 급히 방향을 꺽어 급류를 향해 뛰어들었다. "저런!" 모두들 의외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남연호가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다. 하긴 지금같은 상황에서 장보도를 지키려면 그만한 위험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도일봉이 끌끌 혀를 찻다. "저 인간도 나만큼이나 막무가네군!" 도일봉은 장군의 등에 올랐다. 하재치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도일봉이 물었다. "하대형은 좇아가지 않을거요?" 하대치가 빙그래 웃엇다. "서둘건 없지. 하대형은 아직도 도노형에게 볼 일이 남았다오." "볼 일이 남았다고? 무슨 볼일?" "도노형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 도노형이 세상에 남 아 있는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더란 말이오." 도일봉의 눈썹이 한 것 위로 치켜 올려졌다. "허어, 하대형이 이젠 살인청부업자로 변해버렸군! 흐음. 전에 내 머리카락을 자른 원한도 아직 계산하지 못했으니 나도 가만 있을 순 없지. 한바탕 해보자!" 도일봉은 장군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장군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도일봉의 죽봉이 하대치의 머리통을 노리고 떨어져 내 렸다. 하대치는 히죽 웃으며 몸을 꺽어 피했다. 도일봉은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대치완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무공이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 하대치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불리 하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럇!" 도일봉은 더욱 힘껏 장군을 몰아 달렸다. 하대치는 껄껄 웃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도일봉은 도망 치면서도 하대치의 여유있는 모습을 보며 경계를 단단히 했다. 부하들을 분명 근처에 숨겨두었을 인간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앞 쪽에서 몇가닥 밧줄이 화악! 일어 섰다. 도일봉이 부르짖었다. "장군, 뛰어넘어라!" 갑자기 튀어나온 밧줄 때문에 놀란 장군이 잠깐 주춤 거렸지만 도 일봉은 그대로 장군을 재촉했다. 장군은 사람의 키도 뛰어넘는 명 마다. 급하긴 했지만 도일봉이 박차를 가하는 순간 땅을 차고 도약 했다. 밧줄은 고연히 헛탕만 쳤다. 도일봉은 죽봉을 거두고 허리의 화사를 뽑아들었다. 이번에는 양 쪽에서 갈고리들이 튀어나와 장군 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도일봉은 급히 몸을 숙여 화사를 휘둘러 갈고리를 잘라버렸다. "계속 달려라!" 장군이 멈추지 않고 달려나갔다. 우두두둑! 앞 쪽에서 두 마리의 말이 달려왔다. 두 마리 말 사이에는 커다란 그물이 달려있어 사람과 말을 한꺼번에 덮어씌우려 했다. 도일봉은 화사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 마주 달려나갔다. "이야야야!" |
첫댓글 잘밨어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또 다흔 장보도의 출현 ???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흥미진진 하네요 !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