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게 퍼져있는 만의 굴곡과
보석처럼 빛나며 이는 파도
간혹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
에메랄드 하늘....
여유를 갖고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입니다.
보성다향 축제를 한다고 했는데 못 보셨어요?
시간을 보니 술시중 드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하하하....
- 녀기
--------------------- [원본 메세지] ---------------------
스타렉스라는 밴을 타고
세부부와 7살 짜리 늦동이 딸을 데려온 부부 합쳐 7명이
남도 땅을 2박 3일 헤매다 왔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까지....
다시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진으로....
고창 선운사에서 석정 온천까지......
저의 행선지는 이미 동녘님의 "가자 땅끝으로"라는 제목으로
텔링 포토스에 올리신 바 있고
짜곰님의 찬조연설까지 이미 올리셨으니,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한마디 거든다면
강원도의 장엄한 산세와 경사진 비탈밭이
"인생은 이렇게 험한 것이다" 라고 알려주는 아버지의 호령같다면
남도의 너른 평야와 완만한 구릉지,
붉은 황토흙은 어머니 품 속같이 포근했습니다
강진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다산초당에서
정약용 선생의 외롭고 깊은 시름을 읽었고
18년간 귀양지에서도 후학을 가르치시며 편찬한 책이 500권이라니....
그 분의 귀양살이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할 수 없는 귀한 보물을 남겨주신 기회가 되었으니
"인생이란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된 것인가"라는 정의에
잠시 혼돈이 옵니다
다산초당을 거닐며
다산선생의 가옥에는 부엌이 없었고
제자들이 살던 가옥에만 부엌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귀양살이 하시는 스승님께 제자들이 해바친 조석공양했던
그 정성이 새어나왔을 굴뚝을 어루만져 보았습니다
뒷뜰에 손수 만드신 약수정
계곡물을 끌어 만드신 연못
뜰을 산책하며 보셨을 나무와 숲들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진 포구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다산선생의 숨결을 느끼는듯 했습니다
귀양에서 풀려나신후 고향에 찾아온 제자에게 하신 말씀들 중에
연못의 잉어 두마리는 잘 있느냐?
차 잎의 연한 싻을 솎아 잘 말렸느냐?
동백나무는 잘 자라고 있느냐?
고행의 땅에서의 일상이
어느새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워하게 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고통과 번민도
지나고나면 모두 그리운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기록함을
깨닫게 해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첼로님은 입장료가 아까워 들어가지 않으셨다는 선운사를
거금 2600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보니
동백꽃은 이미 뚝뚝 다 떨어져 버리고
6000그루의 동백 숲은 신라 적부터 2000년간 자생으로 퍼지고 퍼져
절간은 허물어지고 다시 짓기를 거듭했어도
나무의 무궁한 생명력은 질기고도 질겼습니다
목포항의 홍어찜이 유명한 금메달 음식점에서 저녁먹은 시간이 무려 3시간
동녘님이 알려준 강진의 해태식당에서 점심 먹은 시간이 2시간
선운사 앞 할머니 풍천장어집에서 저녁먹은 시간이 3시간
팔당호 앞 솔밭집에서 쏘가리 회 먹으며 점심 먹은 시간이 4시간
먹고 마시는 시간으로 이렇게 보냈으니
이번 여행이 어떠하였을 것인가 짐작이 가지요?
--이번 여행의 품평회를 열겠습니다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남편의 말에 모두들
--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초를 쳤지요
-- 아무도 말씀 안하시는데, 제가 말씀 드리죠
보고 느끼는 것보다는 먹고 마시는 시간에 너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은 너무 지루했어요
일행 한 남자 분이 다시 말했습니다
--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말하겠는데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여자들에게 운전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짐도 모두 남자들이 들어야 하고요
여자들이 하자는대로 무조건 따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스톱!!!
듣고보니 어째 말하시는 분위기가 좀 이상하네요
반성문이 아니라, 결의문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