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동(禁魔洞) 1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긴 동굴을 한동안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급격한 경사와 만나게 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처럼 아래로 내리뻗은 이 동혈은 도무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그 시커먼 동혈 끝에는 마치 사람의 위장처럼 생긴 거대한 지하 동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첨벙!
지하 동굴에 있는 연못에서 갑자기 큰 파문이 일며 물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뭐지?”
“아직 밥이 내려올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푸른 야광주 아래 다섯 개의 인영이 흐느적거리며 연못으로 다가갔다.
촤아!
그들의 손에 연못에 떨어진 그것이 땅으로 질질 끌려 나왔다.
“뭐야? 사람이잖아!”
“크크, 30년 만이군.”
“젊은 놈이 도대체 얼마나 악독한 짓을 했으면 이곳에 던져진단 말인가?”
그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죽은 듯 쓰러져 있는 사내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놈도 단전이 부서졌군.”
“살 수 있을까?”
“글쎄…….”
“이봐, 독충! 심심한데 이놈이나 한번 살려 보라구.”
그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내를 한쪽 구석으로 질질 끌고 갔다.
“당분간 조용히들 하게. 방해하지 말고.”
“그러지.”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동굴 안은 다시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
이틀 후, 사내는 신음성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그의 곁으로 다섯 괴인이 다가왔다.
“클클, 네놈은 누구냐?”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어쩌다가 이곳으로 떨어지게 되었느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려다 복부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윽!”
“네놈은 단전이 부서졌어. 앞으로 한 달간은 움직이기조차 어려울 테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걸.”
사내는 말하는 것조차 힘겨운 듯 숨을 헐떡였다.
“여기가…, 어디요?”
“어라, 이놈이……. 어르신들이 물었으면 냉큼 대답부터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어?”
사내는 희미한 야명주의 빛 속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섯 명의 괴인을 보았다.
머리는 산발에, 옷은 헤질 대로 헤져 마치 걸레조각을 걸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쭈글쭈글한 얼굴로 미루어보아 그들은 분명 노인이었다.
“영감님들은 뉘시요?”
“뭐? 여, 영감님. 허! 이놈 보게. 여기는 금마동이라는 지옥이다, 이놈아.”
그 말을 들은 사내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기괴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놈이 감히 우리를 무시하다니…….”
“흐흐흐, 간이 큰 놈일세.”
“이놈아, 이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30년간 버텨 오셨느니라.
헌데 네놈은 여기에 떨어진 지 겨우 하루 만에 벌써 생을 포기한단 말이냐!”
“나는 마대위외다. 이제 됐으면 귀찮게 하지 말고 가 보슈.”
사내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한 마디 툭 내뱉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노인들은 황당하다는 듯 혀를 찼다.
“허허, 기껏 살려 놓았더니 그만 가 보라고?”
“쯧쯧, 옛날 같았으면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내어 벽에다 못질을 해 두었을 게다. 이놈아.”
노인들은 괴상하게 웃으며 홱 돌아서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노인들이 사라지자 마대위는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서남북의 사방위에 박혀 푸른빛을 뿌리는 야명주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빛 아래로 드러난 형상은 차라리 보지 않으니만 못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반경 십여 장의 널찍한 동혈 안에 여기저기 창살처럼 자라난
석순의 모습은 황폐하기 그지없었다.
“씨팔…, 재수도 더럽게 없군.”
마대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을 느꼈다.
이곳을 금마동이라 하였으니 저 인간 같지도 않은 늙은 괴물들은 모두 마인들이리라.
그리고 저들이 30년간 갇혀 있었다면 빠져 나갈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탈출 방법은 저들이 이미 생각해 보았고, 또 시도해 보았으리라.
마대위의 마음속에서 이글거리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령령과 아이들을 죽인 적의인들에게도 화가 났지만,
자신의 단전을 부수고 금마동에 가둔 무당파의 장문인과 장로들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씨팔! 그깟 무공 하나 익혔다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동굴에 처박아 버리다니…….’
마대위의 분노는 어느새 오기로 바뀌었다. 이런 곳에서 이대로 생을 마치기에는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다.
“젠장, 으윽!”
마대위는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칼로 단전을 후벼 파는 듯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자 사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섯 명의 노인이 고개를 들고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저놈이 실성을 한 모양일세.”
“이놈아, 빨리 낫고 싶거든 조용히 누워 있거라.”
복부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뒹굴던 마대위는 몸을 웅크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이대로 평생을 갇혀 지낼 수는 없다. 일단 몸부터 추스르고 난 후에…….’
살자고 마음을 먹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허기가 몰려왔다. 마대위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배고프니 밥 좀 주쇼!”
일순 동굴 안은 짙은 정적에 빠졌다. 그리고 곧 여기저기서 듣기 거북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하하하하!”
“허, 저런 낯 두꺼운 놈을 봤나.”
마대위는 화난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씨팔, 웃지만 말고 밥 좀 달라니까! 한번 살렸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거 아냐.”
노인들은 다시 마대위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중 한 노인이 마대위를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
“클클, 금마동에 갇힌 놈이 아직 기는 팔팔하구만. 왜, 이젠 살고 싶나 보지?”
“젠장, 억울해서 못 죽겠소.”
“큭큭, 이곳에 갇힌 걸 보면 어지간히 악독한 짓을 저지른 모양인데 도대체 뭐가 억울하다는 게냐?
당연한 인과응보지.”
마대위는 냉소를 치며 대꾸했다.
“흥, 그건 영감님들이나 그렇고 난 아니오.”
“그래? 그럼 넌 왜 이곳에 왔느냐?”
“무공을 익히다 잡혀 왔소.”
“호, 그래? 허면 무슨 마공을 배우다 잡힌 게냐?”
마공이라는 말에 마대위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마공? 내가 영감님들인 줄 아슈!”
노인들은 기가 찬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무슨 무공을 익히려다 잡혀 왔느냐?”
“무당파에 잡혀 왔으니 당연히 무당파 무공이지 뭐겠소.”
“큭큭, 비급이라도 훔친 모양이구만.”
그러자 마대위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훔치지 않았소!”
“이, 이놈이……. 단전이 부서진 놈이 무슨 목소리가 이렇게 커!”
마대위는 단전에 통증을 느꼈는지 배를 움켜쥐었다.
“그, 그냥 베꼈소. 끄응…….”
“베껴? 이놈아, 그게 그거지.”
마대위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개새끼들, 그깟 무공 하나 베꼈다고 멀쩡한 사람을 이 꼴로 만들다니…….”
노인들 중 한 명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마대위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 무슨 비급을 훔쳤느냐?”
“베꼈다니까요! 윽…….”
마대위는 단전을 후벼 파는 고통에 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아, 알았다. 그래 무슨 무공을 베꼈느냐?”
“가르쳐주기 싫소.”
그러자 노인들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 이놈이 누굴 가지고 노는 게냐?”
마대위는 노인들을 슬쩍 올려다 보았다. 이곳은 극악한 마두들을 가두는 금마동이다.
비록 노인들의 몰골이 초라하긴 하지만 범상한 인물들은 결코 아닐 것이다.
흉악한 마두들이면 어떤가. 강력한 힘만 얻을 수 있다면 악마에게 혼을 팔 것이다.
“뭐,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허허, 황당한 놈일세. 이 녀석아. 단전이 부서진 놈이 무슨 무공을 배워?”
마대위는 겨우 몸을 일으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꼭 이곳을 나가 무공을 배울 거요.”
한 노인이 마대위를 보며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정말 웃기는 놈이로세. 물에 빠진 놈을 구해줬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격이로구만.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이려거든 두 번 다시 우릴 부르지도 말거라, 이놈.”
노인들은 성을 내며 자신들의 자리로 각각 흩어져 버렸다.
“어, 영감님들. 잠시 내 말 좀…, 큭!”
마대위는 노인들에게 고함을 지르다가 엄청난 고통에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으윽…….”
그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누군가가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것이 들려왔다.
“말을 할수록 고통이 극심해질 테니 알아서 하거라.”
마대위는 당분간 노인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연못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첨벙!
그러자 노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연못 가로 모여들었다. 마
대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연못을 쳐다보자 한 노인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네놈이 좋아하는 밥이다. 나눠 줄 테니 잠시 기다리거라.”
노인들은 잠시 부스럭거리더니 가장 깨끗하고 영양이 많은 음식들만 모아
중앙의 석순 앞에 놓고 공손하게 절을 한차례 올렸다. 마대위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석순을 바라보았다.
‘왜 석순 앞에 음식을 놓고 절을 하지? 혹시 마교도?’
노인들은 나머지 음식을 챙겨 들고 마대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일정한 양을 떼어서 그의 가슴에 올려 주었다.
“옜다, 이놈아.”
“고맙소. 헌데, 왜 저기 석순 앞에 먹을 것을 놓아두고 절을 하는 거요?”
“흥, 네놈은 알 것 없다.”
마대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몸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일체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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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ㅈㄷ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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