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청계중앙공원에서 열린 공유 퍼스널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실증 개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공유 전동 킥보드 '고고씽'을 선보이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여 업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10개가 모여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협의회'(SPMA)를 출범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전동킥보드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 시장규모는 4000억원 정도였지만 다가오는 2030년에는 26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그러나 아직 관련법이 미비하고,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접수된 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488건으로 피해금액만 888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전 2016년에는 49건으로 피해금액이 1835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건데요.
◇운전면허 필요한데 현실은 어린이도 '씽씽'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입니다. 배기량이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또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라는 말인데요. 쉽게 말해 오토바이와 똑같이 취급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행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는 16살부터 딸 수 있죠. 그러니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고등학교 1학년은 합법적으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는 어린이용 전동킥보드까지 버젓이 팔고 있죠.
이렇다보니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가 이용자의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어플리케이션에 면허증을 찍어 입력해야 빌릴 수 있지만 비둘기 사진을 등록해도 바로 대여할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오는데요. 현행 업체 17개 중 실시간 면허 시스템을 갖춘 곳은 6곳 뿐이고, 일부는 면허 인증 절차조차 없습니다.
전동킥보드를 탈 때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안전모를 착용한 이용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안전모 미착용시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될 수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습니다.
◇도로에서도 인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 취급을 받다보니 사고 상황에 따라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오락가락 하기도 합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나 인도로 달리면 안 됩니다. 그러나 속도가 20~25km인 전동킥보드가 차도로 다닐 경우 오히려 원활한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데요. 시내 주요 도로의 제한 속도가 50~60km인 것을 고려해도 너무 느린 겁니다. 기본적인 깜빡이나 백미러도 없어 뒤따라가는 차량 운전자도 불안할 뿐입니다. 지난 8월에는 킥보드 한 대가 왕복 12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다 뺑소니 사고를 내기도 했는데요.
그렇다고 인도로 다니면 자칫 교통사고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과 동일한데요. 지난 2018년 국내에서 보행자가 숨지는 사건도 발생한 것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릅니다. 이를 대비해 일부 공유 업체는 단체보험을 맺고 있지만 인도 주행은 불법이어서 사고를 내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일부 지자체 '자전거 도로' 시범 운영...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자 이용자들은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자전거 평균 시속이 15km인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주장인데요.
경기도는 지난 8일부터 '공유 퍼스널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1년간 운영하기로 밝혔습니다. 이에 청계중앙공원 일대에서 동탄역에 이르는 3.7k 자전거도로 구간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남동탄 왕배산 일대부터 동탄역 5.63km 구간에서도 전동킥보드 운행이 허용됩니다.
다만 18세 이상 운전면허를 보유한 경기도민만 탈 수 있는데요. 아파트단지 진출입로와 동탄역 등의 공유주차장에 있는 킥보드 400대 또는 '고고씽' 앱을 통해 전동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 3월 정부 규제 혁신 해커톤 회의에서 '시속 25km이하의 개인형 이동수단에 한해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건 합의만 한 것일뿐 법으로 통과된 것이 아닙니다.
정작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개인형 이동수단'의 정의를 추가하고, 자전거도로에서 개인형 이동수단을 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요. 이를 위해 안전운행 기준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해당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으로 이미 2017년에도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비슷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이찬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담당 소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결국 국회 통과가 결정적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