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터
좀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뭔가 주변을 더 청결하게 하자는 일념으로
출근하면 내 자리는 물론이고 회사바닥에
떨어져있는 작은 휴지조각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줍곤 한다
그러면 지나던 간부사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미안해하며 일으켜세우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내 갈 길(?) 간다
그런데 강적이 생겼다
바로 청소아주머니다
58년 개띠로서 전임대표이사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 분은
내가 평임원시절에
소소한 도움을 주어서인지 등기임원이 된
지금도 말이 잘 통하고 신분에 관계없이
비교적 호의적으로 지내는 편이다
얼마전에도 탕비실에 커피를 한 잔 뽑으러
갔더니 갑자기 아주머니께서 느닷없이
하늘나라 남편이 보고싶다며 넋두리를
하시길래 위로겸 차분히 들어드렸다
낮에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삶이 너무 허무하고 그립다고......
한 참을 듣고나니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회사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나는
커피를 뽑으러 탕비실에 가면 예외없이 싹삭
닦고 줍는다
그러면 아주머니께서
'아이 그냥 냅두세유~' 하며
만류하곤 한다
그래도 난 못 들은 척
내 갈 길을 간다
그런데 한 달 전
그 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커피 한 잔 뽑고
자판기주변의 얼룩과 먼지를 닦고 있는데
이를 본 아주머니가 급기야 강펀치를 날린다
'아이 **님 그냥 두세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져유~'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어 곰곰히 생각한 끝에
칸막이 뒤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 몰래
살금 살금 기어들어가 잽싸게 커피를 뽑고
슥슥 닦고 도망쳐 나오곤 했는데
바로 그저께 아침
커피 뽑고 싹싹 닦고 있는데
갑자기 전산부 여부장이 탕비실에 들어와서
우렁차게 하는 말
'**님~ 제가 닦아드릴께요'
에휴~
난 이제 어떻하나~
첫댓글 다시 만나 모두 모두 반가워요^^
쩡아 음따~~!!!
룰루 ㅋ
이름 바꿨다니께, 이제 비취구슬 아니라는데도 되게 고집부리신다ㅎㅎ
다들 제 새 이름 이쁘다고 하는데 왜 붕어님은 뭔 항아리냐고 해싸면서ㅋㅋ
개명신고하고 호적에까지 올렸으니 마음에 안 들어도 새 이름 불러주세용.
자, 따라 해보세요, 달항아리~~~^^
@정 아 ㅎㅎ
@달항아리
암호입니다 ^^
탕비실이 무지 넓네요.
저도 비슷한 습관이 있는데..
바닥에 뭐가 있으면 마구 줍습니다.
등기 임원이신가 봅니다.
예전 퇴직금은 보통 5배수였는데..
지금은 많이 낮아져 2배수 죠.
나~~중에 퇴직하실 때 한잔 사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1배수입니다
그래서 별로 많지 않습니다 ^^
일반적인 회사는 아니고
좀 특수한 조직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도 정리정돈에만
진심이라 그때그때
모토아래 깔끔을 떨어요
그래서 요리는 싫어요
한시간 어질러
5분먹고 한시간 정리 ㅋ
우린 정리정돈 절대 못하는 여자가 그보다 더한 남자 만나서 발 디딜 틈 없이 다 늘어놓고 용케 안 밟으며 살아요ㅋㅋ
@달항아리
ㅋㅋ
다들 살아내는 재주들이
달라서 재미나쥬 ㅎㅎ
시누네가면 발로 슥 옆으로 밀고 앉두만유
잘살아유ㅡ둘이 잘 맞아서요 ㅋㅋ
저는 수납 정리함 사들이기 취미같습니다 ㅎ
@정 아 우리도 둘이 똑 같아서 사이좋게 어질르며 삽니다.
별로 넓지도 않은 집 더 좁혀놓고 사는 재주가 있음ㅋㅋ
언제 부턴가
마음 정리가 필요해서
주위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달항아리 빵 터졌어요 ㅋㅋㅋ
그 옛날에 달항아리가 비취구슬이었던 시절에 붕어님 직함이 이사님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젠 더 높아지신 거쥬?
빛나는 현역이시니 엄지 척! 입니다. ^^
우린 교무실에는 따로 딸린 탕비실이 있고, 교실에는 각 학년마다 학년연구실이 있어서
거기가 탕비실 겸 회의실 겸 학습자료 수납 공간 겸 휴게실 겸 그래요.
우린 동학년회비 걷어서 간식도 사고 차와 커피도 사고 그러면서 지냈는데
직장에서 먹는 간식과 차를 자기들 돈 걷어서 쓰는 조직은 학교 외엔 거의 없다 하대요.
제가 명퇴한지 3년 차인데 아마도 그새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붕어님 자상한 분이신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아주머니와의 일화도 훈훈합니다.
그리고 잘 정비된 직장 한 켠의 모습 잘 봤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작년에 등기임원이 되었습니다
여기는 일종의 서비스업이라서
원가비중이 적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비용을 늘려야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으니
복지비용지출은 아끼지 않는 편
입니다
조카는 초등교사이고
둘째도 중등교사인데
교사들 우애가 참 돈독하더군요
감사합니다 달항아리님 ^^
어머 붕어님이
이사님?
전 이제껏 몰랐네요
물론 뵌적도 없지만유
그 옛날 직장다니던 때
아득한 옛날 더욱 시리게
그립습니다
벌써 입동이라니ㅠ
@정 아 ㅎㅎ
조그만 조직입니다
감사합니다 ^^
@붕어생각
저는 둘만 있는
조직 두목이랍니다
푸하핫~~~~
@정 아 ㅎㅎ
유머감각도 탁월하신
정아님
@붕어생각
밖에 나가면
끼는 감추고
내숭탈 쓰고 조신합니다 ㅎ
@정 아 ㅎㅎ
겸손하시기까지...^^
ㅎㅎ참 그래도 아래싸람들 생각해서 참으셔야 합니다 ㅎㅎ
ㅎㅎ
그래서 좀 줄였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 분도 저도 사이가
별로 달라진 거 없습니다
음~!
혹시
붕어.. 님께선 약간의 결벽증을 지니고 계신 분이 아니실까??
그러다가
"청소직 찬탈행위" 로 개띠 아줌니로부터 고소 당할 수 있다구요~ ㅎ
ㅎㅎ
커피자국 정도 지우는 수준이구요
그 분도 제가 왜 그러는지
대충은 압니다
청결하고 깔끔한 환경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얼핏 보면 부지런해 보이지만
결벽증이란 걸
본인은 몰라요
남편의 결벽증 때문에
벽도 깔끔해요
붕어생각님이 생각보다
엄청 깔끔하신 것같아서
진도 안 빼길 잘 했다는 생각 ㅎ
ㅎㅎ
그런가요?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죠
요즘 세대는 예전에 우리 자랄 때와는 많이 달라요
새벽에 사무실청소 한 번 하면
그 누구도 주변의 청결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아요
그렇다고 바닥에 떨어진 종이조각을 줏으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커피자국을 닦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제가 줍고 닦고 하는 겁니다
와서 말리는 사람은 많아도
솔선수범하는 직원은 없어요
그게 요즘 세대의 풍토입니다
물론 아주머니에게는 나중에 양해를 구했어요
웃자고 일부 각색한 얘기입니다
주변이 깨끗하면
마음도 깨끗해지면서 집중력도
높아지고 해서 좋아요
물론 타인에게 강요하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요
집에서도 적당히 하고 삽니다
반려견 키우는 집이 오죽하겠어요
저 하나 때문에 주위사람이
피곤해지면 안되겠죠 ^^
@붕어생각
그럼 그렇지
확실한 가치관에서 오는
실천이군요
잘 하고 계십니다ㆍ
@윤슬하여
네네 감사합니다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하머터면 교보에서 부닥칠 뻔 했다니까요 ㅋㅋ
직원 모두
자기집같이 생각하면
좀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데
다들 살기 힘드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요즘 삶의 방엔 멋진 분들이 많으셔서 제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어찌 모두들 이리 멋있고 잘사실까 너무 아름다운 인생들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왜 남들 얘기를 여기다 올리시남요?
전 관련 없거든요......^^
@붕어생각 붕어님 포함해서야요 넘 멋져요~~^^
@운선
힝?
저도 포함이라고라?
베리 베리 땡큐입니다
운선님도 멋져요 ^^
@붕어생각 뭐래요?
@몽연1
몽연님도 포함이래요^^
역쉬...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청소 여사님과의 에피소드들이 어렴풋 떠오릅니다...건재해 주셔서 감읍감읍.
목포댁님도 오시면...참 좋겠다는 생각.
다들 뵙지도 못했지만...어떤가요.
요즘 전...참 좋습니다.
책을 읽을때 제가 묻고 책이 답하는 것 보다
더 가까이들 계시니...지금 이 순간
좋으다~ 해봅니다.
오~
청소아주머니 1편을 기억하시는군요
역쉬~ 몽연님
이제야 보았어요
서로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지저분한 것보다는 깨끗한 것이 보기 좋아요
오래전 즐거웠던 기억조차 가물가물~~
그래요
이런거 저런거 다 생각하면
자기 주관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치우지 않게 하는 건
직원들의 몫이죠
오랫만에 돌아와보니
예전과는 사뭇 다르네요
질서가 없는 듯 하면서도
모두가 서로 조심하는 듯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적인 냉정함을 필요로 합니다
자주 오셔서 지켜보시고 또
예전 처럼 가끔씩 좋은 글도
올려주세요
또 만나서 반가워요 동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