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를 가득히 채운채 늙은 거지를 째려보던 소천은 늙은거지가 자신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자 흠칫 놀랐다.
'이..이작자가 불길하게 왜웃어?실성했나?'
늙은거지는 소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으며 태연히 손을내밀었다.
"내놔"
"엥?뭘...따악!"
'뭘요?'라고 되물으려던 소천은 여지없이 머리에 지팡이라 내리쳤다.
"내놔!"
"도대체 뭘..따악!"
또다시 머리에 지팡이가 작렬하자 소천은 고통스러운 머리를 감싸안으며 도대체 뭘 내놓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저 시끼가 도대체 뭘 내놓으라는 거야!?그냥 무공으로 지그시 짓밟아 버려?아냐 무공도 꽤 높은것 같고,나이든 새끼를 상대했다간 욕먹을게 틀림없어!장유유서 정신이 투철한 내가 참아야지'
언제 장유유서 정신이 투철했다고 자랑스레 생각하는 소천이지만 지금은 그런거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잘못했다간 또다시 내공이 실린 나무지팡이에게 두들겨 맞을지 몰랐다.아무리 다이아몬드(?)수준의 머리를 보유하고 있는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소천이지만(그게 자랑이냐?ㅡ.ㅡ;;)저런걸 수십번 맞았다가는 금이 쫘악 갈것이다.소천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즈음 늙은거지는 소천이 이번에는 아예 반응이 없자 짜증이 난듯,더욱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이놈아!아까 이 노개님에게 훔친 돈과 개방방도들의 돈까지 내놓으란 말이다!"
순간 돈이야기가 나오자 여태까지 맞고만 있어서 의기소침해 있던 소천은 다시 전의를 뜨겁게 불태우며 늙은거지에게 단호하고,짧고,잔인하듯이 말했다.
"싫다."
"....."
늙은 거지는 소천의 단호한 말에 할말을 잊은듯했다.자신이 한 정의롭지 못한일을 저렇게 자랑스럽고,뻔뻔하게 부정할수가 있단 말인가?한마디로 말세였다.그것도 상극의...
"왜..왜 그런지 이유를 말해보게나.그 이유가 정당하다면 그 돈을 너가 다 가져라 가져."
"훔친돈이라니?엄연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것이다!그리고 그돈은 이미 내 주머니에 들어 있으므로 이미 내돈이다!"
멍....자신의 눈앞에서 도둑이 엄연한 일거리라고 주장하자 충격에 휩싸였다.늙은거지는 망치가 자신의 두뇌를 노크하듯 하는 충격이 오자 할말을 잊었다.다만 참을 인(忍)자를 되새기며 주먹을 쓰다듬고,조금 후면 폭발할 자신의 무공을 준비하고 있을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그 어떠한 변화도.....
"훔치는게 언제부터 노동으로 정해져 있었냐?..."
"훗..이 나라 법도 모르냐?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돈은 법적으로 보호받는거 알어?이른바 사유재산보호란 소리다.그리고 이 늙은거지놈아 몸좀 닦고 다녀라.냄새난다."
소천은 말을 끝내자마자 안그래도 기막힌 말빨이 오늘따라 빛을 발한다고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고 있었다.얼마후면 찾아올 재앙을 무시한채....
"....넌 좀 맞아야 겠다."
"엥?무슨 소리를....커헉!컥.."
늙은거지는 갑자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빠른속도로 소천의 몸에 주먹을 작렬시키기 시작했다.
"이새끼!아주 죽어봐!아주 죽어!앙?!넌 좀 맞아야 돼!!"
퍽퍽퍽퍼퍽...
구타음은 계속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너 어디서 새파란 새끼가 눈을 부릅뜬채로 함부로 반말을 해?내가 너보다 밥그릇은 먹어도 몇십그릇은 더 먹었어 임마!"
분이 풀리지 않은듯 할말 다하며 속시원이 두들겨 패고 있자,멍하니 손가락만 빨던 무당육검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었다.
퍽퍽퍽퍽....
한참을 패고 나서야 늙은 거지는 헐떡이는 숨을 주체못하며 말했다.
"헉헉...자 내놔."
"쿨럭쿨럭..싫다....요."
소천은 반말하면 또 맞을까봐 어정쩡한 존칭을 섞어 주고 있었다.그러나 늙은거지는 소천의 말투에 신경
쓰지 않고 또다시 무참히 주먹을 내갈겼다.
"이놈아!말좀 들어라~!"
퍽퍽퍽..
"헉헉헉헉..야 내놔!"
"커헉..싫어...요.."
퍼퍽퍽퍽퍽..
"허억허어...이눔아 때리는 것도 힘들다.빨랑 내놔!"
"쿨럭쿨럭..우엑..그....래도 싫어요."
퍼퍼퍼퍼퍽....
소천은 점점 자신이 존대를 써가는 자신이 비참해 졌다.
"이..이누..미..빨랑 내놔!"
"싫...."
"크아아아악!"
싫다의 '싫'자가 나오자 마자 이성을 상실한듯,거의 동물적인 수준의 패고 있었다.한마디로 '삼복더위날 개팬다!'라고 압축할수가 있었다.
또다시 엄청난 구타음이 들리자 이제는 재미있게 구경하던 사람들과 무당육검은 끔직한 장면을 보기 싫었는지 눈을 질끈 감아 버리거나,눈살을 찌푸렸다.무당육검은 잠시동안이지만 같이 동행했던 자가 엄청난 거지한테 맞아죽는 꼴을 보지않기 위함이었고,구경꾼들은 시체치울 생각을 하니 눈살을 찌푸린 것이다.ㅡ.ㅡ;;
'커헉..쿨럭쿨럭...이..이놈의 거지새끼가?그래 너죽고 나살자!감히 나같이 연약(?)하고,초절정 미소년(?)을 개패듯이 패?무림초출에 거지한테 맞아 죽는 무림인으로 무림사에 길이 남을 뻔했잖아?처절하게 응징해 주겠어!'
맞는순간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소천은 온몸에 서서히 빠르게 기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호신강기(護身强氣)를 일으켰다.푸르고 청명한 기운이 소천의 몸을 휘감싸기 시작했다.그렇지만 늙은거지는 소천의 몸에 생기는 기의파장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쿠콰앙~펑!
당연히 기(氣)가 실린 주먹과 온몸을 감싸는 호신강기가 충돌하니 그여파가 크지 않을수가 없었다.
기와 기가 충돌하자 주위에서 엄청난 기풍(氣風)이 일어나 주위의 건물들과 간접충돌을 일으키며 기와가
깨지고 술취해 길가에서 노상방뇨를 하던 취객은 충돌여파로 자신이 싼 노상방뇨 자리에 얼굴을 쳐받는등 주변의 물적,정신적 피해는 엄청났다.그와 함께 손가락 빨며 구경하고 있던 무당육검과 구경꾼은 갑자기 나뒹굴수 밖에 없었다.한편 취객의 원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천은 가볍게 묵살하며 늙은거지에게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이놈이..어디서 이런힘을?아까까지 무당일검아이에게 당할때만해도 무공을 약간밖에 하지 못하는것
처럼 보였건만....아,이 정녕 무림이 어찌 될려고 저런 망나니가 막강한 무공을 가지다니...말세로다,말세야'
늙은거지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소천을 바라보며 생각할때 소천은 등안쪽으로 가지런히 차고 있었던 자신
의 유일한 무기이자 사문의 신물(神物)인 뇌룡비검(雷龍毘劍)을 꺼내고 있었다.
칼집에서 스르릉 소리를 내며 빼낸 뇌룡비검은 오랫동안 굶주 렸다는듯 가늘게 떨며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니 저건!"
순간 늙은거지는 갑자기 소리치며 소천의 검을 보고 굉장히 놀란듯 가뜩이나 부릅뜬 눈을 더욱더 혹사시키고 있었다.
'손잡이에는 승천하는 강맹한 용의 모습,단숨이라도 모든걸 부숴버릴듯한 우뢰와 같은 기운,게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내며 우는 검의 진동..틀림 없다!저건 60년전 사라진 그 괴짜자식이 들고 있던 검이 틀림 없어!헌데 어떻게 저런 망나니가 가지고 있지?'
골때리는 짓만 골라서해 무림에서 이름조차 몰랐던 한 고수의 검.늙은거지는 필시 소천이 그 이상한 절대고수와 필시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눈에 불을 키고 소천이 들고 있는 검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늙은거지는 허탈한듯 크게 숨을 쉬며 말했다.
"휴..허긴...그자의 관한 일은 우리들 세대들은 절대 잊지 못하지.허헛..그러고 보니 60여년이 지났군."
늙은거지가 생긴거 답지 않게 검을 보며 회상에 잠기자 소천은 공격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렸다.처참히 응징하겠다던 방금전의 다짐은 어디 갔는지 칼만 빼들고 멀뚱히 서있는 것이었다.
'제길!저 거지자식은 도대체 어느정도 무공을 지니고 있는거야?때리는것도 나의 호신강기를 그정도 여파로 밀쳐내다니...아우..뭐 실력발휘를 하면 누르긴 하겠지만 늙은놈을 상대해서 힘을 써야 하다니..큭큭큭...오냐 그래 정했다.내가 쓸수 있는 최강의 무공으로 단숨에 눌러주마!'
쓸수있는 무공이래 봤자 무형검(無形劍)과 이기어검(以氣馭劍)이라는 둘다 현존 무림최강의 무공밖에 없으면서 최강어쩌구 지껄이는 소천이었지만 늙은거지가 무공도 생긴거와는 다르게 직접부딪쳐 보니 예상외로 막강하고,주먹으로 무참히 때릴때 마구 패는것 같았지만 실상 소천이 맞는걸 피할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내려쳤기 때문에 평소의 소천답지않게 긴장한 것이다.
소천이 신중하게 서서히 뇌룡비검에 검기를 일으킬즈음,늙은 거지가 불길한(적어도 소천한테는..ㅡ.ㅡ)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헛..무림에 젊은 고수가 탄생했군.나를 상대로 맞는것도 이정도 까지 버티다니 말야."
"....."
'이런 개새꺄!!니가 한번 맞아볼래?'라고 속으로 외치던 소천은 늙은거지가 손을 뒷짐진채 느긋하게 걸
어오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젠 때리지 않을테니 그만 검을 치우게나.내 한가지 물어볼께 있어서."
".....말해봐...요"
늙은 거지는 사사건건 소천이 반말쓸려다 존대를 섞어서 쓰자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애써 화를 누르며 태연히 말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돌려서 말하지 않겠네.그검 혹시 머리가 약간 똘아이 기질을 타고난 자가 물려주지 않던가?"
소천은 곰곰히 자신의 사부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다.결론은 약간 똘아이가 아니고,미친놈이었다.
"으음...약간 똘아이가 아니고,완전 미친놈이야.....요."
늙은거지는 미친놈이라는 말에 눈썹을 역팔자로 휘며 말했다.
"미친놈?네사부가 아닌가?게다가 그놈이 무슨 신검문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았는가?"
소천의 동공이 커지면서 늙은거지에게 답했다.
"에엑!그걸 어떻게 아셨어요?내가 속한 문파가 신검문이라는걸 어떻게 아셨나요?오오...역시 내가 있는 문파는 최강의 문파였어!"
소천이 최강의 문파 어쩌구저쩌구 지껄이자 늙은거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천에게 향해 말했다.
"그건또 무슨말인가?신검문은 그놈이 혼자서 만든거야.옛날에 서로를 알고 있을때 그녀석이 문파의 장문인이 되고 싶다며 문파이름까지 정해놓기 까지 했네.그게 신검문이야.아마도 그놈이 너한테 진실을 이야기 해주지 않은것 같군."
"......"
이건 또 무슨말인가?소천은 분명 사부가 한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훗...소천아 우리 신검문은 무림최강의 문파다.아!왜 문도가 너 하나밖에 없냐고?후후..그건 말이다
진정한 무공을 가르칠래면 너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우리 신검문은 조물주가 이세상을 창조하면서 만들어졌다...야?듣고 있냐?게다가 제1대 조사는 누군지 알지 못하지만 거의 신에가까운 경지에 이른 무공을 지니셨지.암 그렇고 말고.그렇게 쭈우우욱~ 신검문은 전해 내려 오다가 몇천년이 지난 지금 오늘에야 이르게 된거야.그런데....이 시끼가?딴청을 피워?너 죽어볼래?잘들어!그러므로 현 무림의 모든 문파들은 우리 신검문의 아류문파다.너 개기냐?왜 안들어?우리 신검문은 무림의 태양이며,정의다.우리빼곤 다 사마외도란 뜻이지.어때?우리 문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냐?......라고 토씨하나 안틀리고 외었는데?사부는 싫어하지만 여태까지 신검문의 문도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그게 혹시 설마 다.....구라?"
"헐헐헐....그 생 또라이라 또 이상한 말을 지껄였구나.그런말은 잊는게 정신건강을 위해서 좋을거란다...허헛.원 그똘아이두 참 어릴때부터 아예 세뇌를 시켰구먼."
콰앙!콰앙!콰앙!고고고고~!저글링이 침입했다!맙소사!저게 몇마리냐?으헉!아예 떼거리로 오는구나!지원바란다!오바!마지막 최후의 정신경계선이 무너질려고 한다!기왕이면 시즈탱크나......여기까지가 소천의 정신상태였다.늙은거지의 말은 어릴적부터 소천이 믿고 따라왔던 신검문이라는 문파가 파도에 쓸리는 모래성이 되고야 말았다.여태까지 사부하는 개새끼라는 작자한테 속고 살아왔다는 충격은 너무나 컸다.속았다는 생각에 바닥을 치며 분노한 이성을 주체하지 못해 뇌룡비검을 빼들었다.
"에잇!그러면 이것도 다 가짜아냐?이 검도 부숴야 겠어!"
소천은 오른손에 기를 집중시키며 검의 손잡이를 잡고 검신을 내려 칠려고 할때 늙은 거지가 말했다.